KB금융 검사 인력 절반 우리금융에 투입
압박 수위 높이는 당국…임종룡 거취 관심
'5.3%→15%', 높아진 내부통제 비중이 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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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금융·은행에 대한 정기검사를 실시하고 있는 금융감독원이 KB금융·은행 검사를 실시하던 인력의 약 절반가량을 우리금융 검사에 투입했다. 당초 내년 하반기 실시돼야 할 정기검사를 조기에 시행한 데 이어 추가 인력까지 투입하면서, 당국이 우리금융에 대한 압박수위를 높이고 있다는 분석이다.
금감원은 지난 7일부터 내달 17일까지 약 6주간 우리금융·은행에 대한 정기검사에 돌입했다. 앞서 우리금융에 대한 정기검사는 2021년 11월에 진행돼 다음 정기검사는 2025년 하반기에 실시될 예정이었지만, 올해 횡령과 부당대출 등 금융사고가 잇달아 발생하면서 앞당겨졌다.
금감원원은 이에 앞서 8월 22일부터 KB금융·은행에 대한 정기검사도 실시하고 있는데, 우리금융 검사에 돌입한 이후 KB금융 검사 인력의 약 절반가량을 우리금융 검사에 투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KB금융에 대한 검사는 지난 11일 대부분 마무리됐지만, 내부통제 등 일부 부서를 대상으로 검사 기간이 약 2주가량 연장된 것으로 전해진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당국이 KB금융에 대해 대출관리, 여신 업무 프로세스부터 가계대출, 대체투자 손실 및 사후관리 등 업무영역 전반에 걸쳐 검사를 진행했다"라며 "대부분 검사를 마무리했지만 내부통제 등 일부 부서에 한해 연장 검사를 진행하고 있는데, 우리금융 검사를 실시하면서 인력 절반을 우리금융에 투입했다"라고 말했다.
우리금융에 대한 당국의 압박은 어느 정도 예견된 일이었다. 이복현 금감원장은 우리금융 검사에 돌입하기 전부터 손태승 전 회장의 부당대출과 관련해 "경영진이 책임져야 한다"라며 임종룡 회장의 사퇴를 압박하는 듯한 발언을 하기도 했다. 조기에 실시된 이번 검사도 이 원장의 의중이 컸던 것으로 전해진다.
한 국회 관계자는 "임종룡 회장이 이복현 원장에게 소위 '찍혔다'는 얘기는 금융권 내에서 공공연하다"라며 "국정감사에서도 이 원장의 발언을 두고 '월권'이라는 정무위원들의 지적이 잇따랐을 정도"라고 말했다.
금융권에서는 이번 당국의 검사 결과에 따라 임종룡 회장의 거취가 결정될 것이란 관측을 내놓고 있다. 앞서 국감 증인 출석을 앞두고 일각에선 임 회장의 조기사퇴 가능성을 제기했지만, 임 회장은 "잘못해서 책임져야 할 일이 있으면 책임 지겠다"라며 조기사퇴설을 일축했다.
국감을 넘긴 임 회장에게 있어 남은 '책임져야 할 일'은 당국의 정기검사 결과라는 설명이다. 경영실태평가에서 3등급 이하가 나오면 임 회장의 '비은행 경쟁력 강화' 정책의 일환으로 추진하고 있는 동양생명·ABL생명 인수가 무산될 수 있다. 이 경우 책임소재가 우리금융의 수장인 임 회장에게로 향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우리금융 내부 사정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임종룡 회장이 국감과 금감원의 정기검사까지는 자리를 지키며 책임을 지려는 의지가 강하다"라며 "이번 국감도 임 회장 본인이 출석해서 소명하려는 의지가 강했던 걸로 안다"라고 말했다.
결국 시장의 시선은 경영실태 평가 결과에 모인다. 특히 내부통제가 관건이 될 전망이다. 금감원은 지난해 은행업감독규정을 개정하며 '내부통제' 평가항목을 분리·신설하고 평가비중을 5.3%에서 15%로 크게 상향한 탓이다. 최근 우리은행에서 금융사고가 잇따랐던 만큼, 비중이 높아진 내부통제 평가항목이 경영실태평가 결과를 좌우할 것이란 관측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