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아연·두산 등 번번이 주목받을 국민연금…연임 기로선 서원주 CIO의 선택은?
입력 2024.10.30 07:00
    Invest Column
    포스코·KT 수장 교체에 큰소리 치던 국민연금
    고려아연, 두산그룹 이슈에선 잠잠
    번번이 국민연금 선택에 투자자들 이목 집중
    임기 만료 앞둔 서원주 CIO 결정에도 주목
    수익률 기반 의결권 행사기준 마련은 과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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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재계의 화두였던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 두산그룹 지배구조개편의 성패는 예상대로 국민연금의 선택으로 수렴한다. 이미 국민연금의 결정이 정무적인 판단으로 비쳐질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투명한 의사 결정을 통해 수익자들이 납득할 만한 합리적인 결과물을 도출해야 하는 과제가 눈앞에 있다.

      김태현 이사장 그리고 서원주 기금운용본부 최고투자책임자(CIO)는 과거 최정우 전 포스코그룹 회장, 구현모 전 KT 대표이사의 연임을 공개적으로 반대하며 기업의 거버넌스에 직접적인 영향력을 행사한 전례가 있다. 국민연금은 한진칼의 경영권 분쟁, SK와 LG그룹의 구조개편에서도 의결권을 행사했는데, 올해 가장 논란이 된 자본시장의 사건에서 만큼은 침묵을 유지하는 중이다.

      2022년 취임한 서원주 CIO는 올해 말 임기가 만료한다. 국민연금 CIO의 기본 임기는 2년, 1년 단위로 연임이 가능하고 최대 6년간 재임할 수 있다.

      국민연금은 지난해 13.6%의 역대 최대 수익률을 기록했다. 과거 5년치의 수익률을 보자면 글로벌 연기금과 비교해 낮은 수준이지만 현재 CIO의 재임 내 이뤄낸 성과란 점에서 서 CIO의 연임 가능성이 비교적 높게 점쳐지는 분위기다.

      한가지 변수라면 역시 재계와 개인·기관투자자들, 심지어 정치권에서도 관심도가 높은 고려아연과 두산그룹 등 이슈에 대한 국민연금의 대응이다. 

      국민연금은 잡음을 최소화하는 차원에서 의결권을 위임하거나, 기권표를 행사하든지 또는 수탁자책임전문위원회를 소집해 일임하는 방안 등을 고려할 수 있지만, 그 어떤 경우라도 결과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기 때문에 국민연금 그리고 CIO의 고민이 깊어질 수밖에 없다.

      과거 CIO들의 임기말은 매끄럽지 못했다. 감사원의 해임권고에 물러나거나 정권이 바뀌자 교체됐다. 국민연금이 삼성물산 합병에 찬성할 당시, 기금운용본부장이었던 홍완선 전 CIO는 결국 법정구속됐다. 의결권의 향방이 국민연금 상위기관의 장관(문형표 전 보건복지부 장관)은 물론 CIO의 거취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 사건으로 기록됐다. 최근 국민연금공단은 이재용 회장, 문 전 장관과 홍 전 CIO 등에 손해배상을 청구하기도 했다.

      고려아연의 사태는 경영권을 쟁취하기 위한 양측이 소송을 남발하고 있다. 두산그룹의 역시 지배구조 개편은 수많은 투자자들에게 공분을 사고 있다는 점에서 결론에 따라 앞으로 지난한 소송전으로 번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자칫 국민연금의 선택이 한 쪽에 쏠리거나 포기하더라도, 명분과 배경 그리고 의사결정 과정에 대해 더 높은 수준의 투명성을 요구 받을 가능성이 높다.

      이는 비단 현직인 서CIO뿐 아니라, 앞으로 기금운용본부의 수장이 될 인사에게도 부담스러운 상황임은 마찬가지이다. 

      MBK파트너스가 첫 테이프를 끊은 사모펀드(PEF)와 기업이 동등하게 양립하는 구도는 점차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아직 우리나라에서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한 행동주의펀드들도 이번 사태를 계기로 다시금 득세하기 시작했다. 현대차를 비롯해 완벽한 후대 구도를 세우지 못한 대기업들의 구조개편도 꾸준히 이어진다. 

      국민연금의 기금운용 규모는 매년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국내 기업을 향한 직간접적인 투자 역시 우상향하게 된다. 기업을 향한 국민연금의 영향력은 갈수록 커지고, 수많은 이해관계자들의 분쟁에서 국민연금이 중요한 역할을 맡게 될 가능성이 높단 의미이기도 하다.

      스튜어드십코드를 주장해 온 국민연금이 자본시장의 이슈에 마땅한 대응을 하고 있느냐는 다른 차원의 문제이다. 업무를 제대로 파악하기에도 벅찬 2년이란 짧은 임기에 1년마다 연임을 걱정해야하는 CIO, 정풍(正風)에 휘둘릴 수밖에 없는 이사장, 지방근무와 박봉에 시달리는 기금운용본부 인력들에게 맡겨진 임무치곤 너무나도 중대한 것일지도 모른다.

      김태현 이사장은 지난 국정감사에서 "고려아연의 분쟁은 장기수익률 제고 측면에서 판단하겠다"고 했다. 이미 다시는 보기 어려울 기대 수익을 포기한 상황. 원론적인 공언에 앞서 어떤 전략과 배경이 있는지는 미지수다. 

      올해 임기가 만료하는 서원주CIO에 이어 김 이사장 역시 내년 중순에 임기가 끝난다. 어떠한 인사들이 요직에 앉든, 국민연금이 '수익률'을 제 1의 원칙으로 한 독립적인 의사결정 체계가 확립하지 않는한 재계의 이슈가 결국 국민연금의 선택으로 수렴하는 모습은 반복할 가능성이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