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음 나는 운용사(GP)는 교체"…PEF 감시 강화하는 기관출자자
입력 2024.10.30 07:00
    GP 교체에 LP 전원동의 필요
    사실상 불가능한 카드였지만
    최근 들어 GP 교체 사례 생겨
    LP들의 GP 관리 중요성 부각
    GP 소통없이 교체 강행하기도
    • (그래픽=윤수민 기자) 이미지 크게보기
      (그래픽=윤수민 기자)

      사모펀드(PEF) 운용사(GP)에 있어 기관출자자(LP)는 절대적인 갑의 위치다. 법적으로는 GP가 PEF 운용 전권을 갖지만 의사 결정 시 LP의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다.

      이처럼 절대적인 힘을 가진 LP라도 GP를 교체하는 것은 쉽지 않았다. 잡음이 생겨 주목받는 것이 달갑지 않기 때문이다. 흠결이 있는 GP에 보수 삭감 등 징계를 한 사례는 종종 있지만 GP 교체는 시도 자체가 많지 않다.

      교체에 나서도 성공을 확신하기 어렵다. 통상 GP 교체 발의는 출자자 과반, 교체 결의는 전원 동의를 받아야 한다. 한 곳의 LP라도 GP에 힘을 실어주면 교체는 어렵다. 올해 새마을금고중앙회의 M캐피탈 GP 교체도 무산된 바 있다.

      최근 분위기는 달라지고 있다. 잡음이 일었던 곳 중심으로 GP 교체 사례가 속속 나타나는 모습이다.

      지난 24일 DCP PE의 LP들은 사원총회를 거쳐 ‘디씨피펠트호번’ 등 PEF의 GP 해임을 결정하고 등기 절차를 진행했다. 이 운용사는 대표이사의 학력·경력 위조 논란이 불거진 곳이다. 대표이사가 의혹을 해소하지 못하자 LP들은 GP 교체로 방침을 정했다.

      DCP PE는 이에 반발해 가처분 소송을 제기하기도 했으나 금융사가 주축인 LP들은 GP 교체를 밀어 붙였다. DCP PE 핵심 운용역과 연이 있는 복수의 GP를 접촉한 끝에 그래비티PE를 새 운용사로 정했다.

      콘텐츠 기업 비전홀딩스의 GP는 오케스트라어드바이저스코리아에서 ATU파트너스로 바뀌었다. 비전홀딩스에 투자한 프로젝트펀드 만기(5년)가 작년 도래했는데 LP들이 만기를 연장해주지 않자 오케스트라PE는 PEF 해산을 결정했다. 이후 LP들이 다시 회사 계속결의를 통해 투자를 이어왔지만 갈등의 골이 깊어졌다.

      오케스트라PE는 프로젝트펀드를 통해 피닉스다트도 인수했는데, 작년 인수금융 기한이익상실(EOD) 문제로 시끄러웠다. 당시 대주단이 담보권을 행사해 회사를 팔아버리면서 GP와 LP 모두 난처해졌다. 불편한 상황이 이어지자 이들 펀드의 핵심 출자자인 새마을금고가 GP 교체를 주도한 것으로 풀이된다.

      비전홀딩스 GP 교체 과정에선 당사자간 의사소통도 원활히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GP 교체는 LP들의 의결 사안이긴 하지만 이번엔 GP에 사원총회 소집 통지도 하지 않았다. 지난달에 이미 GP 해임 등기가 이뤄졌는데, 오케스트라와 비전홀딩스는 이달 들어서야 이 사실을 파악한 것으로 알려졌다.

      오케스트라PE의 다른 포트폴리오인 반올림피자에도 관심이 모인다. 그간 GP를 둘러싼 잡음이 많았던 데다 회사의 실적도 좋지 않은 상황이다. 해당 투자 프로젝트펀드 LP 중 일부는 오케스트라PE 핵심운용역의 겸직금지의무 위반 가능성을 인지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안에 따라 LP들이 운용 체제에 변화를 주려할 수도 있다.

      국내 LP들은 대부분 금융사와 공제회·연기금 등으로 외부의 감시를 많이 받는다. 이전까지는 불편한 상황이 밖으로 새지 않길 바랐지만 점점 철저한 관리의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다. 이번 국정감사에선 PEF 대표의 이력 허위기재·위조 문제가 도마에 올랐다. 금융감독원이 관리 감독을 강화해야 한다는 주문도 있었다.

      한 PEF 업계 관계자는 "전문성을 가진 기관들이 PEF들을 잘 관리하라는 기관전용사모펀드 제도 도입의 효과가 나타나는 분위기"라며 "시장에서 점차 GP에 대한 자정 작용이 이뤄지고 있지만 개선의 여지가 없는 경우라면 GP 해임 사례가 점점 쌓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