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인하 본격화는 내년…수익성 고민↑
RWA 관리 통해 주주환원 확대 방침
위험가중치 높은 투자활동 줄어들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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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대 금융지주(KB·신한·하나·우리)의 올해 3분기까지 실적은 예상대로 가계대출 증가에 힘입어 호실적을 거뒀다. 국내외 금리 하락으로 순이자마진(NIM)이 감소했지만, 주택담보대출 등 대출 규모가 크게 늘면서 견고한 이자이익을 거뒀다.
내년부터 본격적인 금리 인하기에 접어든다는 점에서, 금융지주의 수익성 고민은 깊어질 것이란 전망이다. 이에 금융지주들은 일제히 내년 목표로 자산성장보다는 위험가중자산(RWA) 관리를 제시했다. 건전성 강화를 통해 주주환원을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KB금융지주는 올해 3분기 작년 동기보다 18% 증가한 1조6140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했다. 3분기까지 누적 순이익은 4조3953억원으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신한금융지주 역시 3분기 1조2386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9% 늘었다.
하나금융지주도 3분기 1조1566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해, 지난해 같은 시기보다 20.9% 증가한 실적을 냈다. 우리금융지주는 3분기 누적 순이익 2조6591억원을 기록하며, 지난해 연간 실적 2조5063억원을 넘어섰다.
당초 하반기 기준금리가 인하하면서 시중금리와 대출금리가 하락해 수익성이 악화할 것이란 전망이 나왔지만, 대출 규모가 크게 늘면서 이자 이익이 외려 늘었다. 서울과 수도권 주택 가격이 상승하며 주택담보대출 등 가계대출이 늘었고, 중소기업을 중심으로 기업대출도 성장했다.
여기에 금융당국의 오락가락한 대출정책도 영향을 미쳤다. 금융당국이 가계대출 관리 강화를 위한 압박에 나서자, 은행들은 일제히 대출 가산금리를 높였다. 9개 시중은행이 3분기 중 대출 규정을 강화한 것만 21차례로 집계됐다. 이는 고스란히 3분기 은행과 금융지주의 수익으로 쌓였다.
다만 내년부터 NIM 하락이 본격화하고, 대출 성장이 올해처럼 뒷받침될거란 보장이 없다는 점에서 금융지주의 수익성 고민이 커질 것이란 분석이다. 실제로 KB금융은 올 3분기에만 NIM이 13bp(1bp=0.01%포인트) 하락하며 4대 금융지주 가운데 하락폭이 가장 컸는데, 내년에도 완만하지만 NIM 하락이 지속할 것이란 전망을 내놨다.
KB금융은 지난 24일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3분기 기준금리 인하 기대감이 장기금리를 중심으로 선반영되며 대출금리 하락이 확대된 영향"이라며 "앞으로 3분기와 같은 큰 폭의 NIM 하락 영향은 없겠지만, 내년에도 분기별 NIM은 완만한 하락폭을 보일 것으로 예상한다"라고 말했다.
이에 금융지주들은 일제히 내년 목표로 양적인 성장보다는 질적인 성장을 강조하고 나섰다. RWA 관리를 통한 내실 다지기에 방점을 두고 주주환원을 늘려나간다는 계획이다. RWA는 대출금과 미수금, 가지급금, 유가증권 등 자산 유형별로 위험 정도를 감안한 자산을 말한다.
KB금융은 "안정적인 주주환원을 위해 위험가중자산을 5% 내외로 관리하겠다"고 밝혔다. 10년 평균 6.1%를 고려했을 때, 관리를 더 강화하겠다는 의미다. 앞서 KB금융은 기업가치 제고 계획을 발표하며 CET1 비율 13% 초과분을 주주환원 재원으로 쓰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신한지주 역시 "계열사별로 위험가중자산 한도를 부여하는 기존 제도를 강화하고 이를 초과할 경우 페널티를 부과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나금융은 RWA 성장률 목표를 명목 GDP 성장률 수준으로 관리하겠다고 밝혔고, 우리금융도 위험가중자산 성장률을 연 4% 이하 수준에서 관리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시장의 관심도 주주환원의 핵심인 보통주자본(CET1) 비율에 연동되는 RWA 관리에 모인다. 최근 금융지주의 주가 역시 실적보다는 회사가 제시한 주주환원책에 반응해 움직이고 있다는 설명이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최근 금융지주 주가를 움직이는 건 실적보다는 회사가 제시하는 주주환원책에 있다고 봐야 한다"라며 "KB금융이 실적발표 이후 주가가 가장 크게 움직였던 것도, 실적보다는 회사가 제시한 기업가치 제고 계획이 시장의 예상치를 상회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금융지주들이 RWA 관리를 강조하고 나서면서, 벌써부터 은행을 비롯한 금융권의 내년도 투자 여력이 줄어들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투자활동을 위한 펀드 출자액은 위험가중치가 통상 400% 반영되는 탓에, RWA 관리가 힘든 탓이다.
대출은 당국의 정책에 따라 달라지는 탓에 쉽게 변화를 예측하기 힘들고, 기업대출의 경우에도 단기간에 수요를 큰 폭으로 줄이기는 힘들다. 이 때문에 가장 먼저 투자한도를 조정할 것이란 설명이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당국의 밸류업 정책에 발맞춰 금융지주들이 경쟁적으로 주주환원책을 제시했는데, 가장 중요한 것은 그 약속을 지키는 것"이라며 "RWA 관리에 들어가면 가장 먼저 투자 여력을 과거보다 줄일 가능성이 크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