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엔무브, IPO 주관사 RFP엔 '구주 매출' 고민…SK이노·IMM 셈법 복잡
입력 2024.10.31 07:00
    'IPO 성공 위한 구주 매출 비율은 얼마?'…증권사에 해법 요청
    FI 투자금 회수·SK이노 자금 수혈 등 복잡한 이해관계 고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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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SK엔무브(옛 SK루브리컨츠)가 기업공개(IPO) 주관사 선정을 위한 입찰제안요청서(RFP)에 성공적 상장을 위한 구주 매출 비율을 문의한 것으로 파악됐다. 재무적투자자(FI)의 투자금 회수와 SK이노베이션의 자금 수요 등이 맞물리면서 구주매출 비율 산정에 고심하는 모습이다.

      30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SK엔무브는 최근 주요 증권사(미래, NH, 한국투자, 삼성, KB 등)들에 주관사 선정을 위한 RFP를 배포했다. 미래에셋증권, NH투자증권, 한국투자증권, 삼성증권, KB증권 등이 대상이다. 이달 마지막 주까지 제안서를 제출해야 하는 가운데, 수조원대 대형 거래인 만큼 주관사 자리를 둘러싼 치열한 경쟁이 예상된다.

      주목할 만한 점은 SK엔무브가 배포한 RFP에서 IPO가 흥행하기 위한 최적의 공모구조를 제시해줄 것을 요청했다는 것이다. 우호적 투심을 이끌어내기 위해 구주와 신주간 적절한 비중을 고심하는 모습인데, 이는 현재 주주구성과 SK그룹의 자금수요가 맞물린 결과라는 해석이 나온다. 

      SK엔무브는 2021년 IMM크레딧솔루션(ICS)을 2대 주주로 유치한 바 있다. 당시 ICS는 1조1195억원을 투자해 40% 지분을 확보했다. 이는 기업가치를 약 2조8000억원으로 평가한 것이다. 최근 ICS는 보유 지분 중 10%를 SK에 매각하면서 현재 지분율은 30%로 감소했다.

      ICS의 투자금 회수 시점이 SK엔무브의 구주 매출에 있어 중요한 변수다. 2021년 투자 당시 ICS는 내부수익률(IRR) 5.7%를 보장받기로 했다. 이를 충족하려면 SK엔무브의 기업가치가 최소 3조5000억원은 되어야 하는데, 현재 시장에서는 5~7조원대 기업가치가 거론되고 있어 이번 기회에 투자금 회수를 희망할 만하다. 

      한 투자업계 관계자는 "투자 시점 대비 두 배 이상의 기업가치가 예상되는 만큼 FI가 지분 매각에 나서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다"라면서도 "다만 SK엔무브의 호실적을 고려하면 안정적인 배당주로서 가치도 있어 장기 투자를 검토할 만하다"라고 말했다. 

      SK이노베이션의 구주매출 참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SK엔무브는 SK온의 재무구조 개선을 위한 합병 대상으로 거론될 만큼 우량한 자회사다. SK이노베이션의 보유 지분 중 일부만 매각하더라도 상당한 수익을 거둘 수 있다. 이에 일각에선 SK이노베이션이 보유한 지분 70% 중 일부를 매각해 자금을 조달할 수 있단 시각이 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SK엔무브가 상장되고 나면 SK온과 합병 가능성은 굉장히 낮아진다고 봐야 한다. 소액주주가 생기는 등 주주 구성이 복잡해지기 때문"이라며 "SK이노베이션이 이번 상장에서 구주를 매각해 재원 마련에 나설 수도 있다"라고 말했다. 

      한편, 한국거래소는 코스피 상장 기업이 공모 주식의 50%를 구주 매출로 진행하는 것에 대해 특별히 문제삼지 않는 것으로 알려진다. 이에 FI를 둔 코스피 상장 기업들은 관행적으로 구주 매출을 50%로 맞췄다. 다만 최근 서울보증보험의 사례처럼 예외적으로 구주 매출 100%로 진행되는 경우도 있어, SK엔무브의 구주 매출 비율 결정에 참고가 될 전망이다.

      제안서 제출 기한이 이번주인 만큼 증권사들은 최적의 공모 구조를 고민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통상적인 5대5 수준을 제시할 수도 있지만 SK이노베이션의 요구사항을 충족할만한 차별화 방안을 무기로 삼을 수도 있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SK이노베이션과 ICS 등 주요 주주들의 이해관계를 조율하면서도 시장에서 긍정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공모구조를 고안하는 것이 이번 주관사 선정에 있어 중요할 것으로 본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