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감에서 난타당한 이복현 금감원장…거취에만 쏠리는 관심
입력 2024.10.31 07:00
    취재노트
    국정감사에서 이 원장 ‘월권’ 지적
    국감 때마다 정치할 것이냐는 질문 나와
    시장선 주가조작 근절 등‘자본시장 파수꾼’역할 요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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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국정감사 시즌이 지나가며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의 거취에 대한 관심이 점점 더 커지고 있다. 임기 반환점을 돈 이 원장의 성과에 대한 평가가 이뤄지는 시기이기 때문이다. 현 시점에선 좋은 성적표를 받아 들긴 어려울 거 같다는 게 중론이다. 이대로 임기가 마무리 된다면 검사 출신 금감원장이 충분히 잘 할 수 있는 역할이 있음에도 과도한 관치만 했다는 평판만 남기고 갈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 원장은 올해 국정감사에서 가장 ‘스포트라이트’를 많이 받고 있는 인물 중 하나로 꼽힌다. 국회의원들은 각종 금융현안 뿐 아니라 정치적으로 민감한 이슈로 이 원장을 ‘난타’(?)했다. 

      우선 이 원장의 ‘입’이 도마 위에 올랐다. 은행 금리에 대해 이 원장 발언을 문제 삼으며 “금융위원장인 것 처럼 월권을 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이에 대해 이 원장은 “불편함을 드리거나 미숙한 부분에 대해 사과 말씀 드리겠다”며 “대부분의 발언과 입장은 경제팀에서 협의하거나 공감대 있는 내용”이라며 고개를 숙였다. 

      야당은 ‘주가조작’ 문제를 끈질기게 물고 넘어졌다. 김현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삼부토건 주가조작과 관련해 조사할 의향이 있느냐”라고 묻자 이 원장은 “한국거래소에서 이상거래 심리 결과가 넘어왔다”라며 “넘어온 것 자체가 조사 시작의 단초가 되기 때문에 주시를 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야당에선 비단 삼부토건 뿐 아니라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관련해서 이 원장의 입장을 끈질기게 요구했다.

      금융권에선 다른 건 몰라도 ‘주가조작’ 관련해선 이 원장이 본인의 특기를 가장 잘 살릴 수 있는 분야란 평가가 많았다. 검사출신 금감원장이다 보니 그 어느때보다 검찰과의 공조가 잘 된다는 평가가 나왔다. 주가조작의 경우 금감원의 계좌추적만으로는 밝혀 내기 어려운 부분이 많다. 이 때문에 한국거래소, 금융감독원, 검찰의 공조가 필수적이다. 

      특히 정치권에서 문제를 제기하고 있는 정치적 이슈가 얽힌 주가조작 사건이 아니더라도 건전한 주식시장 조성에 대한 목소리가 높다. 이를 정부가 추진하는 밸류업 프로그램의 근간이란 평가가 많다. 항간에는 코스닥 업체를 100~200억에 인수해서 무자본 M&A 등 주가조작을 위한 ‘툴’로 사용하는게 하나의 투자기법이 되었다. 한국거래소도 좀비기업 퇴출을 우선순위에 두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는 은행 금리에 대해 ‘감놔라 배놔라’하는 것보다 국가 경제에 이바지하는 바가 클 것이란 평가다.

      일각에선 그런 점에서 이 원장의 성과에 대한 지적도 나오고 있다. 취임 후 대대적으로 언론의 관심을 받았던 사건들 중에서 상당수가 용두사미로 끝났다는 평가가 나온다. 라임-옵티머스 등 사모펀드 사태가 정치권까지 얽힌 이슈로 포장이 되었지만, 결국 금융권에서 피해자를 구제해주는 정도에서 마무리가 되는 형국이다. 재수사를 수년간 진행했음에도 이전 조사와 무엇이 달라졌는지는 미지수다.

      이뿐만 아니라 이상 해외송금 문제도 금감원이 대대적으로 중간 발표를 하는 등 문제제기를 했지만, 일부 지점 영업정지 및 과징금 수준에서 마무리됐다. 금감원이 해당 검사에 속도를 내자 일각에선 ‘대북 송금설’까지 나왔지만, 결과는 이에 미치지 못했다는 평가다. 

      손태승 전 우리금융 회장 일가족 부당대출 건도 비슷한 모양새로 진행되고 있다. 국감에서 해당 문제가 이슈가 될 줄 알았지만, 오히려 임종룡 회장 등 현 경영진이 면죄부를 받는 모습으로 진행되고 있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레 이 원장의 거취는 매번 국감때마다 이슈가 되고 있다. 일단 문제를 크게 터트리고 관심을 받는데 집중하다 보니 결국 ‘정치’를 하려는 것 아니냐는 질문이 쏟아지고 있는 것이다. 이번 국감때도 마찬가지로 이 원장의 거취에 대한 질문이 나왔다.  

      이에 대해 이 원장은 "이번이 세 번째 국감인데 할 때마다 총선 출마하느냐 등을 물어보시는데 전혀 없다고 분명히 말씀드린다"고 강조했다. 

      그럼에도 이 원장이 추후 정치를 할 것이란 시각이 없지 않다. 임기 만료가 내년으로 다가오면서 이 원장의 거취에 대한 관심은 더욱 올라갈 것이다. OECD 대사 등 이미 수많은 하마평이 나온 바도 있다. 

      시장에선 이 원장이 얼마 동안 더 자리를 지킬지는 모르나, 남은 시간 만이라도 금감원장 본연의 역할인 ‘건전한 자본시장 파수꾼’으로써 역할을 해줬으면 하는 기대감은 여전히 존재한다. 그렇다면 이 원장의 거취는 자연스레 결정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