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어프로덕츠 닮은 꼴? 삼성전자 기댄 M&A·인수금융도 후폭풍에 시름
입력 2024.10.31 07:00
    연 50조씩 투자하던 삼성전자 부진에 휩쓸릴까 우려
    가스빅딜 외 반도체 전후방 M&A·인수금융 늘었던 탓
    두산테스나도 인수금융 상환…내년 실적에 쏠리는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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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인수합병(M&A) 시장도 삼성전자의 반도체 사업 부진에 대한 고심이 깊어진다. 최근 무산된 에어프로덕츠코리아 매각전 외에도 전방 반도체 시장에 기댄 거래가 많기 때문이다. 관련 매물을 사들인 사모펀드(PEF) 운용사나 인수금융을 주선한 금융권에서 동반 부진을 걱정하는 목소리를 내놓고 있다. 

      현재 반도체 업계에선 삼성전자가 내년부터 자본적지출(CAPEX)를 대폭 줄일 거란 전망을 내놓고 있다.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사업은 적자가 커지고 있고 메모리 반도체마저 부진하며 생산역량을 계속 키우기 어려워진 탓이다. 지난 수년 동안 매해 꼬박 50조원씩 설비투자를 집행해왔지만 연구개발(R&D)에 무게를 싣는 방향으로 선회할 거란 분석이 많다. 

      이달 갑작스럽게 무산된 에어프로덕츠코리아 매각 작업은 가장 먼저 영향을 받은 거래로 꼽힌다. 삼성전자의 평택 5공장(P5) 산업용 가스 공급 계약이 없으면 매각가가 대폭 떨어지기 때문이다. 같은 시기 효성화학의 특수가스 매각가 역시 기존 1조3000억원에서 1조1000억원대로 10% 이상 조정됐다. 

      은행권에선 "산업용 가스와 달리 특수가스는 전방 고객사 실적에 그대로 노출된 형태라 우선협상자를 선정할 당시에 비해 매각가가 지나치게 높아진 구조"라며 "인수금융 주선 기관에서 보면 인수 직후에 재무약정(커버넌트)가 다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질 수밖에 없다"라고 설명했다.  

      에어퍼스트 등 삼성전자의 P6 신증설이 꼭 필요한 거래에도 같은 우려가 쏟아지지만 걱정은 가스 산업군 바깥으로도 번지고 있다. 시장에 반도체 시장에 기댄 거래가 워낙 많았기 때문이다. 

      작년 이후 광진화학, 우진기전, SK엔펄스 파인세라믹 사업부 등 PE들이 인수한 많은 기업군이 반도체 산업 전후방에 위치해 있다. 각각 반도체 생산에서 발생한 화학용품을 처리하고, 공정에 필요한 배전 설비부터 공정 장비에 필요한 소모품을 공급하는 업체들이다. 이들 기업의 실적은 전방 반도체 고객사의 가동률과 설비투자에 연동돼 있다. 

      출자시장 한 관계자는 "예전 같았으면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을 고객사로 둔 경우 어차피 성장할 사업이라는 공감대가 컸다"라며 "그러나 지금은 똑같이 반도체 밸류체인에 속해 있더라도 고객사가 누구인지, 어떤 종류의 반도체 제품군에 속해 있는지를 새로 따져봐야 하게 됐다"라고 전했다.  

      대기업도 예외는 아니다. 두산그룹은 지난 2022년 인수한 비메모리 반도체 테스트 장비 업체 두산테스나에 대한 인수금융을 올 들어 전액 상환한 것으로 확인된다. 실적이 꺾이면서 커버넌트 손상 문제가 불거졌기 때문이다. 같은 이유로 인수금융 주선사들 역시 삼성전자에 연동된 매물의 실적 변동을 주시하고 있다. 

      투자은행(IB) 업계 한 관계자는 "인수금융이나 시설대 등을 위한 신디케이트론(집단대출) 모두 대주단을 구성하고 있으니 실적이 꺾였을 때 커버넌트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라며 "삼성전자의 실적 하락과 이로 인한 투자 축소, 가동률 하락으로 내년부터 빨간불이 커질 거래가 많아질까 걱정이 많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