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운대는 직접 개발, 남산스퀘어는 계열 운용사
HDC운용 내부거래·배당 확대 추세에 시선 쏠려
"매도자와 HDC의 모종의 이해관계 맞물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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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HDC그룹 자산운용사 HDC자산운용의 남산스퀘어 인수를 놓고 업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디벨로퍼를 표방하는 HDC현대산업개발이 아닌, 정몽규 회장 일가가 지배하는 자산운용사가 인수 주체로 나선 배경을 두고 시장의 해석이 분분하다.
HDC현대산업개발(이하 HDC현산)은 단순 시공을 넘어 부지 매입부터 개발 기획, 금융조달, 운영관리까지 맡는 디벨로퍼로의 전환을 강조하고 있다. 지난달에는 4조5000억원 규모의 광운대역세권 개발사업 주택건설사업계획 승인을 확보하며 본격적인 디벨로퍼 행보에 시동을 걸었다.
이달 성사된 남산스퀘어 거래 역시 HDC그룹의 디벨로퍼 전환 전략의 연장선상으로 해석된다. HDC현대산업개발은 서울 중구(CBD) 오피스 남산스퀘어 기존 건물과 주차장 부지에 신축될 건물을 공중에서 연결, 랜드마크를 조성하는 방식을 구상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매도자인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이지스자산운용은 당초 남산스퀘어 건물 앞쪽 주차장 부지에 별도 건물을 올려 2개동을 독립적으로 운영하는 방안을 검토했다. 반면 HDC그룹은 두 건물을 하나로 연결해 대형 랜드마크로 재탄생시킨다는 구상이다. 저층부 주차장 개선과 리테일(소매) 공간 재배치도 함께 진행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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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KKR의 남산스퀘어 매각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KKR은 2019년 5050억원에 매입한 자산을 5년 만에 투자 원가 수준에서 매각하기로 것으로 전해진다. 당초 수평 증축을 통한 밸류애드(가치 상승) 전략을 구상했으나, 고금리 환경과 공사비 상승으로 계획이 무산됐다.
대형 운용사들을 상대로 "입찰에라도 참여해 달라"는 요청이 이어졌을 정도다. 시장이 이처럼 남산스퀘어 인수를 외면한 배경에는 자산 자체의 구조적 한계가 존재했다. 저층부 주차장 개선이 시급하지만 대규모 공사가 어렵고, 인근 지하철역과의 연결성이 떨어져 리테일(소매) 부분의 임차 수요 확보도 쉽지 않다는 평가였다.
여기에 2029년까지 CBD 지역에 IFC 4배 규모의 오피스 물량이 쏟아질 예정이어서 더욱 부담으로 작용했다.
그래서 이번 건이 시장에서 주목을 받고 있다. 매수자로 나선 것은 HDC현대산업개발이 아닌 HDC자산운용이기 때문이다. IB(투자은행) 업계에선 6000억원 내외의 매물을 자산운용사가 인수하는 대신, 디벨로퍼 역할은 현산이 수행하는 것을 두고 다양한 해석이 나온다.
HDC자산운용은 정몽규 회장의 개인회사인 엠엔큐투자파트너스(48.1%), 장남 정운선 개인회사 제이앤씨인베스트먼트(13.01%), 차남 정원선 개인회사 더블유앤씨인베스트먼트(4.7%) 등 오너 일가가 과반수 이상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HDC자산운용의 그룹 내 내부거래 비중은 2020년 4%대에서 2023년 17.2%까지 확대됐으며, 수익의 상당 부분이 배당을 통해 대주주에게 환원되고 있다. 실제 2022년의 경우 5억2000만원의 적자에도 12억3000만원의 배당을 실시했으며, 이 중 대부분이 정몽규 회장 일가의 몫이다.
시장에서는 이번 거래의 이면에 주목하고 있다. 한 부동산신탁사 관계자는 "오너 2세들이 지분을 보유한 자산운용사가 매수자로 나서고 현산이 시공권을 확보하는 구조"라며 "시장 인지도가 높지 않은 HDC자산운용이 대형 거래를 성사시킨 배경에 현산의 자금 지원 가능성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물론 이러한 거래 구조가 부동산 시장에서는 일반적인 방식이라는 분석도 있다. 건설사가 직접 매입에 나설 경우 부채비율 상승은 물론 본업과 재무가 뒤섞여 대주단의 선호도가 떨어진다. 프로젝트파이낸싱(PF)은 디벨로퍼의 신용과 개별 사업의 위험을 절연시키는 방향으로 발전해왔다.
그럼에도 시장의 시선은 복잡하다. HDC자산운용은 그간 그룹 내 크고 작은 부동산 거래에서 영향력을 확대해왔다. 이번 남산스퀘어 딜에서도 HDC현대산업개발의 디벨로퍼 역량을 내세워 매도자를 설득했다. 이는 정몽규 회장이 직접 관여한 거래로 전해진다.
결국 관건은 자금조달이 될 전망이다. HDC자산운용은 투자자 모집에 나서야 하고, HDC현대산업개발도 지분 투자자로 참여할 가능성이 있다.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HDC현대산업개발은 4조원대 규모의 광운대 역세권 개발사업 자금조달에도 상당한 어려움을 겪은 것으로 알려졌다. 현산이 디벨로퍼를 표방한 이상 앞으로도 유사한 거래가 늘어날텐데, 계열 자산운용사의 역할과 한계가 도마 위에 오를 전망이다.
한 IB업계 관계자는 "운용보수와 배당이 결국 정몽규 회장 일가의 수익으로 연결되는 구조"라며 "매도자와 운용 계열사의 우회 인수를 택한 HDC의 모종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 것 아니냐는 시각이 있다"고 말했다.
KKR과 HDC그룹 측은 "진행 중인 거래에 대해서는 확인해줄 수 없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