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SC·메리츠 이자수익 590억 확보
중도상환 수수료 포함시 800억 육박 가능성
KB證·한투證은 CP 매각해 수익 놓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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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고려아연이 2조5000억원 유상증자 자금 대부분을 차입금 상환에 사용하겠다고 밝히면서 금융권이 대규모 수익을 올리게 됐다.
올해 초 단기자금을 제공한 은행 및 증권사들은, 증자가 예정대로 진행될경우 반년 만에 원금은 물론 최소 590억원의 이자수익과 중도상환 수수료까지 수취할 전망이다. 중도상환 수수료까지 포함한 최대 수익 규모는 800억원에 육박할 전망이다.
31일 IB(투자은행)업계에 따르면 고려아연은 주주배정 후 실권주 일반공모 방식으로 신주 373만2650주를 발행할 예정이다. 조달 예정 금액은 2조5009억원으로, 미래에셋증권이 대표주관사를 맡았다.
조달자금의 90%가 넘는 2조3000억원은 차입금 상환에 사용된다. 나머지는 시설자금 1351억원, 신재생에너지 부문 신규사업 투자 658억원으로 배정됐다. 상환 대상 차입금은 하나은행, SC은행, 메리츠증권 등이 이달 실행한 단기대출과 사모사채다.
앞서 하나은행은 9개월 만기의 연 5.5% 금리로 고려아연에 차입을 제공했다. 고려아연이 이번 유증을 통해 내년 1분기 내 차입을 상환하면, 최소 147억원의 이자수익을 얻게 된다.
SC은행은 최소 117억원의 이자수익을, 메리츠증권은 연 6.5%의 고금리 사모채로 최소 325억원의 이자수익을 거둘 전망이다. 세 금융사의 최소 이자수익만 합쳐도 590억원에 달한다.
KB증권과 한국투자증권도 각각 2000억원 규모의 기업어음(CP)을 발행했지만, 이를 인수하지 않고 즉시 재매각(셀다운)하면서 주관 수수료 외 추가 수익을 거두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내부에서도 보수적으로 접근한 것이 아쉬움으로 남았다는 평가가 적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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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이와 달리 SC은행ㆍ하나은행ㆍ메리츠증권은 선취 수수료를 비롯, 중도상환 수수료까지 추가로 받게 될 전망이다. 통상 기업들이 대출을 중도 상환할 경우, 만기까지 남은 이자의 일정 비율을 수수료로 수취하는 까닭이다. 구체적인 규모는 확인되지 않았으나, 업계에서는 이자수익을 웃도는 수준의 수익을 올릴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통상 유상증자를 통한 차입금 상환은 만기 시점에 이뤄진다"며 "이례적으로 빠른 중도상환이 이뤄진 데다 우량기업 대출이라 리스크도 낮았던 점을 고려하면 금융사 입장에서는 이상적인 거래"라고 설명했다.
현재 고려아연이 겪고 있는 경영권 분쟁은 리스크 요인으로 꼽힌다. 최윤범 회장 등 경영진(지분율 17.05%)과 영풍그룹ㆍMBK(38.47%) 양측은 각각 공개매수에 나서며 분쟁이 심화되는 양상이다.
이번 유상증자 주관사단의 수수료 수익도 주목된다. 대표주관사 미래에셋증권을 포함한 주관사단은 발행금액의 0.4~0.5% 수준인 100억원 이상의 인수 수수료를 수취할 예정이다. 청약 흥행 시 성과 수수료가 추가될 수 있다.
고려아연은 이번 증자와 함께 자사주 204만30주를 소각할 계획이다. 소각 시점은 추후 이사회에서 결정된다. 신주 발행에 따른 주식가치 희석을 방어하기 위한 조치로 해석된다.
IB업계 관계자는 "경영권 분쟁 과정에서 재무구조 개선이 필요했던 고려아연이 상대적 고금리로 자금을 조달했다"며 "유상증자를 통해 금융사들은 조기에 투자금을 회수하게 됐고, 기업은 고금리 차입금을 해소하는 구조"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