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사소송에 형사·공정위 고발도
기밀유출 주장에 사원급 직원 압수수색까지
'경업금지' 패소한 버거킹 소송 재조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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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채용 플랫폼 기업 잡코리아가 경쟁사인 리멤버앤컴퍼니(이하 리멤버)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잡코리아에서 근무했던 인력들이 리멤버로 이직하는 과정에서 인력 및 기술 유출이 있었다고 주장하며 법정공방을 이어가는 중이다.
31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잡코리아는 리멤버 및 리멤버로 이직한 영업직 인력을 상대로 고발 및 소송을 제기했다. 인력유출에 따른 민사상 손해배상을 법원에 청구했고, 잡코리아의 기밀을 유출했다며 형사 고발을 진행했다.
일부 인력들에 대해선 전업금지 가처분 소송을 제기해 법원의 판단을 기다리고 있다. 이와 더불어 공정거래위원회에 리멤버를 불공정거래 혐의로 고발하기도 했다. 소송은 법무법인 민후(잡코리아), 법무법인 세종(리멤버)이 각각 대리하고 있다.
잡코리아 측은 "해당 직원이 영업 비밀 금지 조항을 위반한 사실을 확인하고 관련해 법적 절차를 진행 중이다"며 "소송중인 사안에 대해 자세한 내용은 언급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잡코리아가 리멤버로 이직한 인력에 대해 형사 고발을 함에 따라 최근 경찰은 해당 직원의 사무 자리와 자택까지 압수수색을 단행했다. 경찰 압수수색을 당한 직원은 사원급으로 알려진다.
리멤버 측은 "리멤버는 특정 회사 출신의 인력을 의도적으로 채용하려 한 바 없으며, 합법적으로 원칙을 준수해 경력직 채용을 진행했다"며 "성장세를 보이는 후발주자를 상대로 네거티브 전략을 펼치며 법적 분쟁으로 비화시키는 행위에 대해 깊은 유감을 표한다"고 밝혔다.
잡코리아는 지난 2021년, 사모펀드(PEF) 운용사 어피너티에쿼티파트너스(이하 어피너티)가 H&Q AP로부터 지분 전량을 인수한 포트폴리오 기업 중 하나다. 리멤버는 같은해 그로쓰 바이아웃 투자전략을 구사하는 아크앤파트너스로부터 투자를 유치했다.
이번 분쟁을 계기로 어피너티의 포트폴리오 기업이 경쟁사를 상대로 소송전을 펼친 사례도 회자되고 있다.
지난해 말 어피너티의 대표 포트폴리오 기업인 버거킹(비케이알)은 문영주 투썸플레이스 대표이사를 상대로 경업금지 가처분 소송을 제기했다. 2012년 버거킹에 합류한 문 대표는 2016년 어피너티로 최대주주가 바뀐 후에도 대표직을 유지한 최장수 CEO였다. 2023년 초 비케이알 회장 자리까지 올랐지만 4개월만에 돌연 사임했는데, 당시 주주사와 갈등이 그 배경이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문 대표가 회장직을 사임한 이후 칼라일(The Carlyle group)이 보유한 투썸플레이스 대표이사직을 맡게 되자 버거킹이 이를 두고 가처분 소송을 제기했다. 버거킹이 캐나타 커피 브랜드 팀홀튼(Tim Hortons)의 한국 진출을 준비하고 있는 시점이었는데, 전임 대표가 커피·디저트 기업으로 옮기는 것이 적절하지 않다는 주장이었다.
당시에도 어피너티 측의 승소 가능성은 상당히 낮은 것으로 평가 받았는데, 법원 역시 어피너티의 청구를 기각하며 결국 패소했다.
해당 사건이 사실상 어피너티와 칼라일 등 대형 사모펀드 간 대리전 양상을 나타내면서 PEF업계에선 주목도가 상당히 높았다.
최근 수 년간 어피너티 행보는 논란의 여지를 남기고 있다.
버거킹은 전 대표를 향한 경업금지 소송을 비롯해 '와퍼 판매 종료'라는 마케팅으로 소비자들의 뭇매를 맞았다. 2020년 신한금융지주의 유상증자 당시 '저가인수'로 주주로 이름을 올린 어피너티는, 올해 초 지분을 블록딜로 매각하는 과정에서 그 어떤 주주에게도 알리지 않으며 논란을 일으켰다. 상장폐지를 추진 중인 락앤락은 공개매수가로 인해 주주들의 반발을 샀고, 또 다른 포트폴리오 기업 요기요엔 주주간 갈등이 비화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