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대주주 지분 낮은 상장사 분쟁 우려
법무법인에 분쟁 시 대응책 요청 늘어
사실상 개인 주주는 대응 어렵다 지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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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 이후 많은 기업들이 다음 분쟁 대상이 되지 않을까 걱정하고 있다. 법무법인 등 외부에 지배구조 분석, 경영권 분쟁 가능성, 분쟁 발생 시 대책을 문의하는 곳도 늘어나는 분위기다. 혹시 모를 가능성에 대비하겠다는 것인데 외부 자문으로 취약점을 해소하긴 쉽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전까지 적대적 M&A는 같은 산업권의 라이벌 기업들이 감정 싸움을 벌이다 발생하는 경우가 많았다. 같은 업계 안에서의 동향은 서로 돌고 도니 '귀를 세우고' 있으면 어느 정도 대비를 할 수 있었다. 비슷한 처지의 기업이 싸워봤자 양패구상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작은 다툼에 그치거나 이내 분쟁이 종료되곤 했다.
고려아연 분쟁 이후의 양상은 크게 달라질 전망이다. 새 먹거리를 찾는 대형 사모펀드(PEF)가 언제든 명분을 앞세워 경영권을 노릴 수 있다는 인식이 생겼다. 최대주주의 지분율이 낮고, 현금을 안정적으로 창출하는, 시가총액 수천억~수조원대 상장사는 어느 하나 적대적 M&A에서 자유롭지 않다는 지적이다.
한 대형 법무법인 변호사는 "적대적 M&A에 취약한 기업 리스트들이 돌기도 하면서 미리 준비해야 하는 목소리가 확실히 많아졌다"며 "법무법인 입장에서 완전히 새로운 분야는 아니지만 관련 문의나 자문은 많이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기업들도 고려아연 분쟁 이후 자본시장의 움직임에 부쩍 신경을 쓰는 모습이다. 지금까지 굵직한 적대적 M&A는 공개매수 방식으로 이뤄졌다. 기업 입장에선 상장폐지 목적의 공개매수만 고려했었지만 이제는 적대적 M&A 목적도 염두에 두지 않을 수 없다. 법무법인에 적대적 M&A 사례 스터디를 요청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지배구조상 취약점 역시 주요 문의 대상이다.
'5% 룰'에 대한 문의를 하는 기업도 있다. 개인이나 기업은 상장사 지분 5% 이상을 보유하면 금융감독원에 보고해야 한다. 5%룰은 지분을 늘려오는 세력을 확인하는 파수꾼 역할을 하지만 벌금 수준의 가벼운 처벌이 많아 실효성에 의문 부호가 붙어 있었다. 그러나 SM엔터테인먼트 경영권 분쟁에선 5%룰 위반으로 형사적 문제가 불거지기도 했다.
다른 대형 법무법인 변호사는 "경쟁사에 이어 PEF도 새로운 적이 될 수 있다는 점이 드러나면서 공개매수 방식 적대적 M&A 케이스에 대한 스터디를 요청하는 기업이 많아졌다"며 "경영권 방어의 중요한 수단인 5%룰이 어느 정도 효용이 있느냐에 대해서도 궁금해 한다"고 말했다.
기업 입장에선 경영권 분쟁 발생 시 대책도 고민하지 않을 수 없다. 오래 전부터 차등의결권, 포이즌필, 황금주 등 경영권 방어 제도 도입 필요성이 제기됐고 최근에도 논의가 이뤄지고 있다. 다만 국회가 법 개정에 합의할지는 미지수다. 당분간 뾰족한 방어 수단이 없는 셈이다. 자사주 매입이나 소각, 처분 등도 법 위반 가능성을 따져봐야 한다.
적대적 M&A엔 대상 회사 최대주주의 비위나 약점에 대한 공격이 수반하기도 한다. 기업 입장에선 문제가 될 부분이 있으면 미리 법률 자문을 받는 것이 유리할 수 있다. 다만 이는 시장에 공격의 힌트를 주는 꼴이 될 수 있으니 조언을 구하기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다. 애초 주주친화적 정책을 펴고 시장의 원성을 살 만한 일을 만들지 않아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경영권 분쟁의 양상은 결국 자금력 싸움으로 이어진다. 미리 돈을 들여 지분을 늘리거나 우호 세력을 만들어 두지 않으면 지분율이 낮은 개인 최대주주가 대응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대비를 할 수 있는 곳이면 이미 했을 것이고, 그렇지 않은 곳은 공격에 속수무책일 수 있다는 지적이다. 기업들의 자문 요청이 많지만 실제 돈으로 이어지지 않을 수도 있다.
또 다른 대형 법무법인 변호사는 "실제 경영권 분쟁이 발생하지 않은 상황에선 문의하는 기업이나 답하는 법무법인 모두 유의미한 소통을 하기 어렵다"며 "기업들이 내부 보고용 자문을 요청할 수는 있지만 당장 큰 돈을 들여 대책을 찾거나 하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