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테일러 공장 공사대금 지급 지연돼"
삼성물산 "운전자금 확보 목적" 반박
삼성전자향 매출 감소 추세
주택 사업 확장하는 조짐 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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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의 실적 부진이 삼성물산에도 영향을 미치는 모양새다. 삼성전자가 미국 테일러 공장 공사대금을 삼성물산에 제때 지급하지 못하자 삼성물산이 자금 조달에 나선 것으로 전해진다.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삼성물산은 미국에서 한도대출(RCF)과 상호대출(바이래터럴론)을 활용해 2억5000만달러(약 3455억원) 조달을 준비하고 있다.
삼성물산은 "검토하고 있는 건 사실"이라며 "다만 미국 법인에서 안정적인 운전자금을 확보하기 위한 목적"이라 밝혔다.
그러나 삼성그룹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삼성물산이 자금을 조달하는 이유는 삼성전자로부터 미국 테일러 공장 관련 공사대금을 제대로 지급받지 못하기 때문으로 파악된다"고 말했다.
삼성물산의 유동성이 부족한 편은 아니지만, 삼성전자가 공사대금을 제때 지급하지 않아 난처한 경우가 왕왕 발생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삼성물산의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은 올해 6월 기준 4조1235억원이다.
삼성전자가 '재무제표 관리'를 위해 공사대금을 제때 지급하지 않는다는 분석도 나온다. 공사대금을 지급하지 않으면 그만큼 현금을 보유하게 돼 단기적으로 현금 유동성이 개선된다는 설명이다. 삼성전자의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은 올해 6월 49조8444억원으로 전분기 대비 27.8% 줄어들었다. 아울러 삼성전자는 3분기에 영업이익 9조1000억원을 기록하며 시장 기대치를 밑도는 성적을 내놨다. 직전 분기보다 12% 이상 하락한 수치다.
지난 2022년 상반기에 착공한 테일러 1공장은 지난해 말 기준 공사 진행률이 88%다. 당초 올 하반기 가동한다는 목표였지만 완공 시점은 계속 밀리고 있다. 이외에도 신규 라인으로 건설을 추진하던 평택 P4, P5 공장은 추가 설비 투자가 멈췄다.
삼성그룹의 공사대금 지연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삼성그룹 계열사는 그룹 내 시공을 도맡은 삼성물산, 삼성E&A 등에 '갑'의 위치에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시공을 외부 시공사가 맡았다면 공사대금 납부가 지연되는 일을 상상하기 어렵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지난 2022년 인천 송도 5공장을 삼성E&A와 계약서를 작성하지 않은 채 착공했다. 본계약을 맺지 않으면서 시공사인 삼성엔지니어링은 계약금은 물론 선수금과 공정에 따라 지급되는 기성금도 모두 받지 못하고 올해에도 자체자금으로 공사를 진행했다. 6월말 기준 공정률은 87.1%다.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삼성전자는 관행적으로 그룹 내 시공사에 공사대금을 제때 내지 않아 왔다"이라며 "이러한 단기 전략을 활용해 재무제표를 관리한다고 최근 어려운 상황이 해결되지는 않는다"고 평가했다.
삼성물산 건설부문의 매출 대비 삼성물산이 삼성전자와 영업거래한 금액이 차지하는 비중은 점차 줄고 있다. 2022년 비중은 48%로 삼성물산 매출의 절반을 차지했지만 ▲2023년 29.3% ▲2024년 상반기 20.9%를 기록했다. 과거 고금리 및 공사비 인상으로 부동산 경기가 부진했을 때도 삼성물산은 삼성전자의 '수혜'를 받았으나, 삼성전자가 부진하며 영향력도 점차 주는 모습이다. 건설부문은 삼성물산 매출의 46%를 차지하고 있다.
삼성물산은 최근 주택 사업을 확장하는 조짐이다. 11년 연속 시공능력평가 1위를 기록했지만, 그동안 주택 사업의 손익 기여도가 상대적으로 낮았다.
유안타증권은 "2017년 이후 2022년까지 지속적으로 축소 중이었던 주택 사업 수주잔고 규모가 2023년부터 증가세로 전환했다"며 "2024년에 (작년 대비 2조1000억원 증가한) 3조4000억원 규모의 시공권 확보를 추진(하고 있으며), 시공권 확대 움직임은 주택 시장 회복 가능성에 대한 삼성물산의 인식 변화를 나타내는 대목이라 판단한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