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금융에도 연말 ‘쇄신인사’?...CEO들, 임기 남았어도 ‘좌불안석’
입력 2024.11.04 07:00
    삼성생명·화재·증권 CEO, 임기 2년 남았지만 쇄신인사 우려
    카드는 업계 2위 고착화에 삼성운용은 ETF 1위자리 위태로워
    미래전략실 출신 선호 흐름에 외부 인사 입지 좁아질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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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말인사 시즌이 다가옴에 따라 삼성금융 사장단 인사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삼성전자뿐 아니라 재계의 큰 흐름이 ‘쇄신인사’이다 보니 삼성금융사도 이러한 영향에서 자유롭긴 힘들다는 지적이다. 

      보험을 제외하고는 삼성금융사는 업계 2위권에 불과하다. 그나마 운용의 상장지수펀드(ETF)가 '1위' 삼성금융사 체면을 지켜줬으나, 점유율이 지속하락하면서 이마저도 무너지고 있다. 상황이 상황이다보니 임기가 남은 CEO들도 ‘좌불안석’이란 평가다.

      더불어 그룹 전체적으로 옛 ‘미래전략실’이 다시금 부상하면서 인사에 어떤 영향이 있을지 주목된다. 삼성금융사는 한때 외부인사 출신을 적극적으로 영입하고 이 중 일부는 계열사 대표로 발탁하기도 했다. 올해엔 다소 달라진 분위기가 감지된다. 삼성 엘리트는 역시 ‘미전실’이라는 것이다.

      삼성금융사는 지난해 생명, 화재, 증권 사장을 교체했다. 생명에는 삼성화재 홍원학 사장이 화재에는 이문화 삼성생명 부사장, 증권에는 박종문 삼성생명 사장이 임명됐다. 이들의 임기는 2027년 3월까지로 아직 2년이 남아있지만 임기 첫해 ‘쇄신인사’ 바람이 불면서 이들마저도 안심할 수 없다.

      아직 이들의 성과를 평가하기엔 이르지만 홍 사장은 삼성생명 성장동력 확보, 이 사장은 2위권 손보사의 추격, 박 사장은 업계 2위의 시장지위가 숙제로 남아있다. 쇄신인사의 희생양(?)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이들은 ‘떨어지는 낙엽’도 걱정해야 할 판이다. 

      카드와 자산운용 CEO의 연임 부담은 더욱 크다. 김대환 삼성카드 사장은 2020년 취임해 임기 5년째를 맞고 있다. 현 삼성금융사 최장수 CEO로서 그동안 꾸준한 실적을 보여줬지만, 그럼에도 신한카드에 이어 만년 2위 자리를 벗어나진 못하고 있다. 2026년 3월까지 임기가 1년 남아있긴 하지만, 작년 전영묵 전 삼성생명 사장도 임기를 남긴 시점에 교체된 바 있다는 점에서 안심하긴 힘들다. 

      무엇보다 가장 관심이 큰 인물은 서봉균 삼성자산운용 대표다. 서 대표는 올해 3년 임기가 만료된다.

      겉으로 드러난 수치만 보면 현재로선 연임을 장담하기는 힘들다. 무엇보다 ETF 점유율 하락에 대한 부담이 크다. ‘ETF 명가’로 불리던 삼성자산운용은 지난 9월 기준 ETF 시장 점유율 40%를 내줬다. ETF 점유율 40%는 삼성자산운용의 ‘자존심’이라 불릴 수 있는 수치였다. 2위 업체인 미래에셋자산운용(점유율 36%) 추격은 더욱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심지어 ETF가 사실상 해당 금융지주를 대표하는 브랜드가 되면서 비단 운용사뿐 아니라 금융지주 차원의 경쟁이 벌어지고 있다. 삼성금융사도 전 계열사가 ETF 점유율 사수를 위해 뛰어들었다. 삼성생명,화재는 보유자산을 ETF에 몰아주면서 점유율 싸움에 ‘총알’ 제공하는 역할을 했다. 올해에는 삼성카드까지 조단위 자금을 ETF에 투입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점유율 반등은 좀처럼 일어나고 있지 않다. 알려진 바로는 ETF 점유율이 CEO 평가항목의 일부란 점에서 서 대표의 연임에도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삼성금융사 대표 브랜드인 KODEX ETF 점유율이 하락하고 있다”라며 “비단 운용사뿐 아니라 전 금융계열사 입장에서도 신경을 쓸 수밖에 없는 이슈다”라고 말했다. 

      특히 서 대표의 거취는 외부인사 출신 CEO란 점에서 관심이 높다. 서 대표는 골드만삭스 등 외국계 증권사 운용부문장을 거쳐 삼성증권에 합류했다. 이후 삼성자산운용 대표이사에 발탁된 케이스다. 

      통상 미래전략실 또는 삼성전자 경영지원 출신 인사들이 차지하던 삼성금융사 대표에 외부인사 출신이 발탁된 경우라 세간의 관심이 높았다. 서 대표를 제외한 다름 금융계열사 대표들은 미래전략실 출신 인사들이 장악을 하고 있다. 홍원학 삼성생명 사장은 삼성전자 경영전략팀 상무를 거쳤으며, 박종문 삼성증권 사장, 김대환 삼성카드 사장 모두 미래전략실 출신이다. 

      한 재계 관계자는 “삼성금융사 CEO는 대대적으로 그룹(삼성전자), 미전실 출신들이 중용됐다”라며 “정현호 삼성전자 부회장이 금융판 미전실 조직인 옛 금융일류화추진팀을 통해서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점에서 CEO들도 해당 커리어가 중요하다”라고 말했다. 

      더욱이 올해 연말인사에선 ‘쇄신인사’와 맞물려 삼성그룹 ‘엘리트 코스’인 미전실 출신들이 다시금 뭉쳐야 한다는 분위기도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그런만큼 외부인사 출신인 서 대표로선 연임을 더욱 장담하긴 쉽지 않다. 일각에선 이를 두고 삼성그룹이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이전의 모습으로 되돌아가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보이고 있다. 골드만 출신의 서 대표 깜짝 발탁은 당시 글로벌 금융사로 변화를 위한 포석으로 이해되기도 했다.  

      다른 재계 관계자는 “미전실 해체를 외치고 ‘뉴삼성’을 외쳤지만, 위기 상황에서 또다시 이전으로 회귀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크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