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고돌아 다시 IB·트레이딩...3분기 증권사간 실적 가른 건 '채권' 전략
입력 2024.11.05 07:00
    '금리인하' 하반기, IB·트레이딩 실적↑
    하우스별 운용전략 따라 수익성 엇갈려
    KB는 트레이딩·NH는 IB가 실적 이끌어
    벌써부터 연말 성과급에 쏠리는 관심
    • (그래픽=윤수민 기자) 이미지 크게보기
      (그래픽=윤수민 기자)

      은행계 증권사들이 3분기 기준금리 인하 효과에 힘입어 호실적을 거뒀다. 상반기 브로커리지(위탁매매)와 자산관리(WM) 등 레테일부서가 실적을 이끌었다면, 하반기에는 기업금융(IB)과 트레이딩 부서가 실적을 견인했다는 평가다. 

      다만 하우스별로 운용전략에 따라 부서의 수익성이 엇갈린 것으로 나타났다. 하반기 들어 기준금리 인하 분위기가 무르익으며 시중금리가 빠르게 이를 반영, 채권 가격이 상상 이상의 초강세를 보였던 탓이다. 급변에 대비해 보수적인 채권 운용 전략을 가져간 증권사들은 입맛만 다셨다는 평가다.

      1일 금융권에 따르면 올해 출범한 우리투자증권을 제외한 4대 은행계 증권사(KB·NH·신한·하나)의 3분기 당기순이익은 3585억원으로 집계됐다. 전년 동기보다 147.6% 성장한 수치다. 통상 상반기에 주로 일감이 몰리면서 '상고하저'의 흐름을 보이는 증권사의 실적을 고려하면, 시장 전망치를 상회하는 실적을 거뒀다는 분석이다.

      KB증권은 3분기 연결 기준 1731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52.84% 증가한 수치다. 구체적으로 3분기까지 누적 신용손실충당금전입액이 17억원으로, 지난해 374억원 대비 95.5% 줄었다. 채권 등 상품운용손익 역시 4636억원으로 지난해 대비 60.5% 늘었다.

      이는 금리가 인하한 영향으로 풀이된다. 부동산 PF 충당금 환입으로 대손비용 부담이 크게 완화됐고, 금리 하락 국면에서 채권운용 수익이 늘었다는 분석이다. 하반기 현대마린솔루션 IPO와 같은 대형 딜 부재로 IB 수수료 수익이 지난해 대비 소폭 감소했지만, 트레이딩이 좋은 실적을 내며 전체 순익 증가를 이끌어낼 수 있었다.

      NH투자증권은 3분기 연결 기준 1540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52.8% 증가한 수치다. 다만 3분기까지 누적 순이익은 5766억원을 기록해 작년 대비 성장률이 23.3%에 그쳤는데, 이는 채권 운용을 보수적으로 한 탓에 트레이딩 손익이 시장 기대치에 못 미친 탓이란 설명이다.

      3분기 증시 부진의 영향으로 국내 거래수수료가 줄어 브로커리지 수익이 작년 대비 9.1% 줄었고, 금리 하락으로 채권 운용 환경이 개선됐음에도 운용손익 및 관련 이자수지가 6.9% 감소했다. 트레이딩 부서의 보수적인 운용 기조가 일정 부분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다만 IB 수수료수익이 전년 동기 대비 124.8% 증가하며 이를 만회했다. 부동산 신규 딜 증가와 기업자문 및 공개매수 딜 확대로 M&A와 자문수수료 수익이 증가했기 때문이란 분석이다. 증권가에선 4분기에도 주요 대형 딜 주관을 통해 IB부문의 양호한 실적 흐름이 이어질 것이란 관측을 내놓고 있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KB증권은 2년 전 박정림 대표가 S&T 조직을 개편하며 채권 등 상품 운용을 보다 적극적으로 하고 있는데, 금리 인하기에 이러한 운용이 성공을 거뒀다"라며 "반면 NH투자증권은 상품운용이 다소 부진했던 것을 IB부서에서 연이어 대형 딜을 주관하며 만회했다"라고 말했다.

      하나증권은 3분기 연결 기준 513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하며,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하나증권은 부동산 업황 악화에 따른 PF 부실로 지난해 실적에 큰 타격을 입었지만, 금리 하락세에 힘입어 보유 자산들에 대한 수익이 정상 궤도에 올라서고 있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충당금 등 전입액이 지난해 3분기까지 누적 기준 1834억원이었지만, 올해는 461억원으로 큰 폭으로 줄었다. 하나증권 관계자는 "IB는 금리 하락세에 힘입어 자산보유 수익이 정상궤도에 올랐고, S&T 부문에서 실적 호조가 있었다"라고 말했다.

      반면 신한투자증권은 3분기 주요 증권사들 중 유일하게 168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하며 적자전환했다. 파생상품 거래에서 발생한 금융사고로 1357억원의 손실을 인식한 영향이다.

      다만 금융사고에 따른 일회성 손실 영향을 고려하더라도, 실적이 경쟁사 대비 부진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3분기 IB 수수료는 534억원으로 전년(510억원) 대비 소폭 증가하는 데 그쳤고, 자기매매 손익은 1247억원으로 전년(1659억원)보다 크게 줄었기 때문이다.

      하반기 증권사 실적이 하우스별, 그리고 부서별로 엇갈리는 결과가 나타나면서 벌써부터 연말 성과급에 관심이 쏠리는 분위기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증권사는 업황에 민감하다보니 성과급을 많이 받는 부서는 어느정도 정해져 있었는데, 올해는 하우스별로 성과급을 많이 가져가는 부서가 달라질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