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혁신' 토스證의 이면…'외상' 이름으로 개미 미수거래 조장?
입력 2024.11.05 07:00
    취재노트
    미수거래가 외상구매? 투자자 오인 가능성
    '쉬운 금융', '금융혁신'에 가려진 이면(裏面)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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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다크 패턴'(소비자를 속이는 설계)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했던 토스증권에, 최근 개인투자자들의 미수거래를 조장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까지 제기되고 있다. '쉬운 금융', '금융혁신' 등을 기치로 내세우며 성장해 온 토스증권의 화려함 뒤에 이면(裏面)이 다시금 부각하고 있는 것이다.

      토스증권은 지난 1일부터 국내 및 해외 주식 미수거래(외상거래) 서비스를 개시했다. 미수거래는 개인투자자가 증권사에서 돈을 빌려 주식을 매수하고 난 뒤 2영업일 뒤인 실제 결제일 안에 결제대금을 갚는 초단기 거래다. 투자자가 주식 매입에 필요한 결제대금을 납입하지 않으면, 증권사는 주식을 강제로 처분해 회수하는 반대매매 조치를 취한다.

      미수거래는 토스증권뿐만 아니라 타 증권사들에서도 제공하는 서비스라는 점에서, 서비스를 개시한 것 자체는 문제가 될 것이 없다. 하지만 토스증권은 미수거래를 '외상구매'로, 증거금률을 '외상구매 가능배수' 등의 용어로 치환해 사용하고 있다. 이는 투자자들의 오해를 살 여지가 다분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큰 범주에서 보면 미수거래와 외상구매의 뜻이 일맥상통하는 면이 있다. 이에 어려운 '미수'라는 용어보다 '외상'이라는 단어를 사용해 투자자에게 친화적으로 다가가려는 토스증권의 의도를 이해못할 것은 아니다. 하지만 개인투자자, 특히 주식을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일명 '주린이'에게 있어 미수와 외상이 주는 어감(語感)의 차이는 상당하다. 

      외상의 사전적 의미는 '값은 나중에 치르기로 하고 물건을 사거나 파는 일'이다. 투자자들에게 있어서도 '일단 먼저 주식을 구매하고, 나중에 돈이 생기면 갚는다'는 정도의 가벼운 느낌으로 나가오는 게 사실이다. 하지만 미수거래의 실상은 외상구매와는 확연히 다르다.

      미수거래는 2영업일 뒤인 실제 거래일까지 갚아야 하고, 그렇지 못하면 다음 거래일에 갖고 있는 주식을 강제로 처분하는 반대매매의 리스크가 존재한다. 주식 매매 후 거래대금 입금까지 걸리는 시일을 고려하면, 사실상 당일에 매도해 차익실현을 끝내야 한다. 일반적으로 미수거래는 일반투자자보다는 주식투자를 전문으로 하는 전문투자자의 영역이다.

      이에 차라리 외상이란 단어를 사용한다면, 리스크가 큰 미수거래보다는 3개월 안팎으로 만기가 상대적으로 길고 외상에 따른 이자 부담도 존재하는 '신용융자 거래'에 사용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특히나 토스증권은 주식거래 서비스를 시작하던 3년 전, 박재민 당시 대표가 "토스증권은 초보 투자자를 대상으로 서비스하기 때문에 레버리지는 투자 리스크가 크다고 판단해 초기 도입은 고려하지 않는다"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물론 출범 4년 차를 맞은 토스증권이 출범 당시보다 사용자 연령대가 다양해졌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타 증권사들에 비해 '주린이'의 비율이 높은 것은 사실이다. 외상구매라는 용어 자체도 주식용어가 익숙하지 않은 투자자들을 위한 것이라고 봐야 한다. 토스증권이 리스크가 큰 미수거래를 조장한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토스증권의 업계 내 위상은 결코 작지 않다. 8월 기준 가입자 630만명, 8월 월간 활성 사용자(MAU) 330만명, 상반기 해외주식 거래대금 전년 대비 96% 성장, 상반기 매출액 전년 대비 91% 성장. 현재 토스증권을 수식하는 숫자들이다.

      출범 4년차을 맞이한 토스증권은 토스 플랫폼을 기반으로 한 원앱(One App) 전략으로 시장에 진입했다. 플랫폼의 강점에 더해 직관적인 주식매매 화면과 쉽고 편리한 종목 검색 등 UI(사용자 인터페이스)·UX(사용자 경험)를 앞세워 키움증권과 함께 '리테일' 강자로 올라섰다.

      외상이라는 '표현'으로 인해 '금융소비자 피해'가 발생한다면, 그 규모가 절대 작지는 않을 거라는 우려가 나오는 배경이다.

      이와 관련, 토스증권측은 고객들의 사용을 유도하기보다는 기능이나 위험성 등에 대한 이해를 높이기 위해 외상구매란 표현을 사용했다는 입장이다. 서비스 출시 전 의견수렴 과정에서 '미수'라는 뜻을 정확하게 이해하지 못해 반대매매를 경험한 고객들이 많았기 때문이란 설명이다.

      하지만 토스증권측의 '선한'(?) 의도와 이를 받아들이는 시장의 반응은 차이가 있는 듯하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미수거래는 소위 '꾼'이라고 불리는 데이트레이딩(day trading) 투자자들을 위한 것으로 일반 투자자들이 사용할 일은 거의 없다"라며 "용어마저 '외상구매'로 되어 있다 보니 투자자들이 미수거래의 리스크를 가볍게 받아들일까 우려되는 부분이 있는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