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복현 원장 취임 후 금융지주 회장들 연임 실패했는데…3연임 성공할까
이복현 금감원장 임기 종료 앞두고 달라진 금감원 분위기에 칼날 피할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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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초 임기 만료를 앞둔 김기홍 JB금융지주 회장의 3연임 가능성이 조심스럽게 거론되고 있다. JB금융지주는 이미 지난해 연임 관련 규정을 손 보며 3연임의 기반을 닦았다는 지적이다.
그간 금융지주 회장 연임에 부정적이었던 금융감독원의 기류는 이전과는 달리 미묘하게 변했다. '민간기업 이슈이며 절차상 문제가 있는지 지켜보겠다'는 것이다. 임기 만료를 얼마 남겨두지 않은 이복현 원장의 입지 변화와도 관계가 있을 거란 분석이 제기된다.
3일 금융권에 따르면 김기홍 JB금융 회장의 임기는 내년 3월 만료된다. 경영 실적만 따져보면 김 회장의 연임 가능성이 점쳐진다. JB금융은 올해 3분기까지 누적기준 5631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거두며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15.4% 증가한 수준이다. 김 회장 취임 이후 꾸준한 실적 성장세를 보이며 중견 금융지주로서 입지를 다졌다는 평가를 받는다.
JB금융은 이미 작년 정관 개정을 통해 김 회장의 연임 가능성을 열어둔 상태다. 지배구조 내부규범을 바꿔 임기 중 만 70세가 되더라도 해당 임기는 마무리할 수 있게 됐다. 공교롭게도 김 회장은 내년 3월 만 68세다. 재연임을 하게 되면 1년 가량의 임기가 남는다. 이에 관련업계에선 사실상 임기 연장을 위한 포석이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됐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연령 규제를 완화하는 내용으로 정관이 변경이 된 상황에서 김 회장이 3연임을 하게 된다면 '셀프 연임' 비판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물론 김 회장이 차기 회장을 결정하는 '임원후보추천위원회'(임추위)에 소속돼있진 않다. JB금융지주 이사회는 1명의 사내이사(김 회장)와 9명의 사외이사, 1명의 기타비상무이사 등 총 11명으로 구성돼있다. 이 중 김 회장을 제외한 10명의 이사가 임추위 소속이다.
광주은행장ㆍ전북은행장 등 주력 계열사 대표들은 지주 이사회에 들어와있지 않다. 게다가 임추위 위원장은 이사회 의장인 유관우 이사가 맡고 있다. 유 이사 역시 금융감독원 출신으로, 김 회장이 부원장을 지내던 시절 금감원 상품계리실장ㆍ보험감독국장을 지냈다. 김 회장이 연임에 나선다면, 마땅한 견제 세력이 없을 거란 평가다.
남은 변수는 이복현 원장의 판단이라는 분석이다. 이 원장은 작년 말 은행연합회에서 열린 은행지주 이사회 의장단 간담회 후 금융지주 회장들의 막강한 권한 행사에 대해 우려를 표명한 바 있다. 이복현 원장 취임 이후 KB금융 윤종규 전 회장, 신한금융 조용병 전 회장 등 대형 금융지주 회장들의 연임이 잇따라 무산되기도 했다.
이 원장의 그간의 행보를 고려하면 JB금융의 김 회장 연임이 쉽지는 않을 것이란 게 중론이었다. 다만, 최근 금융지주 회장들의 장기적 집권을 우려했던 금감원에선 미묘한 기류 변화가 관찰된다는 점이 변수다.
금감원은 현재 은행권 지배구조 모범관행에 따른 절차적 객관성을 강조하면서도, 회장 선임은 주주와 이사회의 고유권한이라며 한발 물러선 분위기다. 금감원 관계자는 "회장 선임은 주주와 이사회의 몫이고, 절차적 객관성을 지켜보겠다"는 원론적인 입장을 내놨다.
일각에선 김 회장이 금감원 부원장보로 일했던 이력과 지금의 상황이 무관치 않을 것이란 목소리도 나온다. 이복현 원장의 임기가 얼마 남지 않은 데다, 우리금융 손태승 전 회장의 부당대출 건 등 주요 현안들이 산적해 있어 JB금융 회장 선임 문제는 후순위로 밀린 게 아니겠느냐는 분석도 제기된다.
한 투자업계 관계자는 "금융당국이 그간 금융지주 회장 연임에 부정적이었던 과거와는 달리 일관성 없는 행보를 보일 수도 있다는 분위기"라며 "신한금융ㆍ우리금융 등 금감원장 임기 초 관치 압박을 받았던 곳들은 억울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