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자산신탁 부실 가늠조차 힘들어
책임준공 사업장 100여곳 리스크
소송 증가로 추가 부실 우려
전문성 없는 인수와 견제받지 않는 경영진
PMI 실패의 전형적 사례
-
신한금융지주가 신한자산신탁 부실 처리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유상증자를 했음에도 앞으로 얼마나 추가 자금이 들어갈지도 예측이 힘들다는 평가가 나온다. 조급한 인수 후 성과 내기, 전문성 부족으로 인한 컨트롤타워 부재 등 교과서에 실을만한 인수 후 합병(PMI) 실패 사례라는 지적이다.
신한금융지주는 이달 신한자산신탁에 유상증자 형태로 1000억원을 지원한다. 올해 상반기에만 1700억원 적자가 나면서 급하게 자금 수혈에 나선 것이다. 추가로 신한자산신탁이 발행하는 500억원 규모 신종자본증권도 지주가 인수한다. 신한금융에 따르면 올해 신한자산신탁 누적 충당금은 2500억원 수준이다.
지주가 소방수로 나서고 있지만 신한자산신탁 부실은 여전히 바닥을 가늠하기 힘들다는 평가가 나온다.
부동산 시장 침체로 인해 자산 건전성이 악화하는 가운데, 다수의 책임준공형(책준형) 신탁 상품이 소송에 휘말리면서 부실채권이 급증하고 있어서다. 주요 소송으로는 세종시 호텔 신축사업을 포함해 창원시 멀티플렉스 신축, 인천 서구 물류센터 프로젝트 등이다. 책임준공 사업장이 100여곳에 이르다 보니 소송이 이제 시작이란 설명이다.
한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회사가 비용측면에서 책임준공 신탁을 이행 하는 것보다 차라리 소송을 당하는 쪽으로 선택하고 있다”라며 “이런 소송이 걸릴 사업장이 얼마나 늘어날지 모르기 때문에 앞으로 부실도 현재로선 가늠하기 쉽지 않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현재 문제가 되는 책임준공형 신탁을 급격하게 늘린 시기는 2019년~2021년이다. 2018년 10월 신한금융이 아시아신탁 지분 60%를 1900억원에 인수 한 직후부터 급격하게 몸집 부풀리기에 나서면서 책준형 신탁을 늘렸다.
그 배경으론 전임 회장 시절 치열하게 펼쳐진 KB금융과의 리딩 금융지주 경쟁이 꼽힌다. 신한금융이 후발주자로 부동산신탁 사업에 뛰어들다 보니 당장 성과에 대한 압박이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이러한 사업 확장으로 신한자산신탁 이익은 인수 직후 빠르게 성장한다. 2019년 254억원이던 당기순이익은 2021년 758억원까지 늘었다.
당시 신한자산신탁의 외형 확장에는 ‘브레이크’가 없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기존 최대주주와 경영진을 그대로 유임시키면서 이들은 잔여지분 가치를 높이기 위해서라도 사업확장에 적극적이었다.
당시 이사회 구성을 살펴보면 아시아신탁 대표를 맡던 배일규 대표가 계속해서 경영을 맡았다. 대신 신한금융은 정근수 신한금융 GIB본부장, 고석헌 신한금융 본부장을 이사회에 넣는 정도로만 경영에 관여했다. 두 명 모두 부동산신탁 전문가라고 보긴 어려웠던 까닭에, 단순 조직관리 차원에서 이사회에 합류한 것으로 분석된다.
다른 부동산 신탁업 관계자는 “금융지주가 너도 나도 사업확장을 하던 시기에 가장 빠르게 몸집을 키울 수 있는 책준형 사업에 다들 뛰어들었다”라며 “후발주자로 사업확장에 나선 신한자산신탁의 경우 기존 경영진을 유임시키면서 리스크 관리보다는 사업확장에 더욱 방점이 찍힐 수밖에 없었다”라고 말했다.
이러한 실적을 바탕으로 정서진 전 아시아신탁 부회장은 2022년 6월 잔여지분 40%를 신한금융에 매각했다. 매각 가격은 2000억원가량으로, 2018년 경영권 프리미엄이 있는 지분보다 높은 가격이었다. '책준형'을 통해 실적을 크게 불린 후, 최고점에 남은 지분을 지주에 판매한 것이다.
신한금융은 총 4000억원가량을 들여 100% 지분을 확보한 셈이다. 당연하게도, 완전자회사 편입이후부터 실적은 꺾이기 시작했다.
2023년에는 당기순이익이 534억원 규모로 감소했다. 책준형 신탁사업에서 문제가 발생하면서 위기대응TF가 가동되기 시작했다. 현재 다른 계열사와의 흡수합병 가능성까지 지주 일각에서 거론하고 있는 실정이다. 현재까지 신한자산신탁에 들어간 자금만 해도 인수대금 포함 5500억원에 달하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관리 책임을 이유로 2023년부터 신한자산신탁 대표를 맡고 있는 이승수 대표의 교체설도 나오고 있다. 이 대표는 전 경영진이 벌인 사업의 유탄을 맞게 생긴 셈이다.
업계에선 누구 한명의 책임이라기 보다는 신한금융 차원에서의 PMI 실패 사례라는 평이다. 전문성이 부재한 인수자의 무리한 신사업 확장과 견제 받지 않는 기존 경영진의 조합이 어떻게 회사를 부실화시킬 수 있는 지를 보여준다는 설명이다.
물론 지금도 부동산 경기가 돌아서면 은행 등과 시너지를 낼 수도 있다는 낙관론도 없지 않다. 인수 당시 신한지주는 비은행 포트폴리오 강화를 위해 다양한 인수 대상을 검토했다. 업계 7위 규모였던 아시아신탁은 당시로선 나쁘지 않은 선택이란 평가도 있었다. 당시 장동기 지주 CFO는 "경쟁사와 달리 부동산 개발단계에서 라이선스가 없는 상황"이라고 인수 배경에 대해 설명했던 바 있다.
업계 관계자는 “비슷한 시기에 매각이 이뤄진 신탁사 중에선 사업확장 보다는 내실 다지기에 나선 곳도 적지 않았다”라며 “결국 잔여지분을 더 비싸게 판 기존 최대주주와 경영진만 승자가 되고, 회사와 직원들은 그 피해를 고스란히 떠앉고 있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