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 상장 더본코리아, 공모주 투심 가늠자로 떠올라
10곳 중 8곳은 공모가 대비 하락 마감
과열됐던 공모주 시장, 안정화 단계라는 시각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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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증시 입성 첫날 공모가를 하회하는 종목들이 속출하면서 과열됐던 공모주 시장이 빠르게 얼어붙고 있다. 11월에만 18곳의 기업이 기업공개(IPO)에 나서는 가운데, 최근 공모 중 가장 뜨거운 반응이었던 더본코리아의 상장 첫날 주가가 향후 공모주 투심의 가늠자로 떠올랐다.
5일 증권가에 따르면 최근 상장한 기업 10곳 중 7~8곳은 상장 첫날 공모가 대비 하락 마감했다. 1일 상장한 에이럭스는 공모가 대비 38.3% 하락하며 상장 첫날 역대 최대 낙폭 수익률을 기록했다. 탑런토탈솔루션(-23.7%), 씨메스(-23%), 클로봇(-22.5%), 성우(-12.5%) 등 최근 상장한 대부분의 기업들이 상장 첫날 공모가 대비 큰 하락세를 보였다.
공모주에 대한 투심이 빠르게 악화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지난해 6월 상장 첫날 가격제한폭이 공모가의 200%에서 400%로 확대되면서 상장 당일 주가가 치솟는 현상은 최근까지 지속했다. 특히 10월은 열 곳 이상의 상장 일정이 몰리며 '공모주 슈퍼먼스'로 주목받았지만, 대부분의 새내기주가 주가가 추락하면서 이제 '공모주 불패 신화'가 저물어간다는 분석이다.
다수 종목의 상장이 겹치며 수급이 분산됐다는 분석과 함께 당초 수요예측 절차에서 희망 공모가가 지나치게 부풀려졌다는 지적도 나온다.
루미르와 에이치엔에스하이텍을 제외한 최근 상장 기업들은 희망 밴드 상단 이상에서 공모가가 확정됐다. 수요예측에 참여한 대부분의 기관들이 많은 물량을 받기 위해 상단을 초과한 가격을 써내면서다. 수요예측 단계에서 '가격 선정 기능'이 사실상 제대로 작동하지 못했다는 평가다.
신규 상장 종목들의 주가가 고꾸라지면서 공모주 시장 속 투자자들은 더본코리아 상장일(6일) 주가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케이뱅크의 상장 철회 후 하반기 유일한 코스피 상장 기업이자 백종원 대표의 인기로 수요예측에서 흥행 성적표를 받아들였기 때문이다.
더본코리아 공모가는 희망밴드 상단인 2만8000원을 21.4% 초과한 3만4000원에서 확정된 바 있다. 수요예측에 참여한 국내외 2216개 기관 중 99.73%(참여 물량 기준)가 공모가 희망 범위 상단이나 상단 초과 가격을 적어냈다.
더본코리아의 우리사주 청약에서 대량의 실권주가 발생한 점은 우려되는 지점으로 꼽힌다. 더본코리아 우리사주조합 청약 경쟁률은 0.35대 1에 그쳤다. 우리사주조합 배정 물량은 1년간 보호예수가 걸려있어 1년 안에 매도가 불가능하다. 내부 직원들이 중장기 수익률을 부정적으로 바라본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한 공모주 펀드 운용역은 "더본코리아의 미확약 물량이 약 90%인데, 최근 추세에 비하면 적은 편이긴 하다"라며 "최근 공모주들이 몰려 수급이 분산될 수 있다는 점, 금투세(금융투자소득세)가 폐지된 점 등 호재와 악재가 모두 있어 첫날 주가를 예상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더본코리아의 향후 주가가 주목받는 가운데, 공모주 부진 현상은 과열됐던 시장이 안정을 찾아가는 단계라는 분석도 나온다. 수요예측 단계에서부터 공모가가 제대로 형성되지 못했다는 설명이다. 투자자 보호를 위해 금융당국의 제도 손질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제시된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주관사에서 피어그룹을 설정하고 할인률을 적용해 상단을 정했는데, 결국 다 상단의 30% 쯤에서 공모가가 높게 형성되는 기이한 현상이 벌어지고 있었다. 할인률을 적용하는 의미가 없이 결국 개인투자자들은 모두 제값에 가격을 사는 것"이라며 "금융당국이 확정 공모가 상한을 두는 등 제도를 손질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