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전영현 주도 반도체 인사에 귀추 주목…'포스트TF' 논의는 그 다음
입력 2024.11.07 07:00
    전 부회장 DS 부문에서부터 삼성전자 변화 조짐
    연말 조기인사 전망 속 기대·불안감 커지는 상황
    DS 재정비 작업이 컨트롤타워 복원보다 우선 평
    인사 후 거버넌스 변화 밑그림도 드러날 가능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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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삼성전자의 이번 연말 인사에선 반도체(DS) 부문장으로 복귀한 전영현 부회장 행보가 가장 이목을 끌 전망이다. 당장은 반도체 경쟁력을 회복하는 것이 급선무인 탓이다. 사업지원 태스크포스(TF)를 대신할 컨트롤타워 신설 여부는 매년 입에 오르내린다. 인사 결과에 따라 향후 삼성전자 거버넌스 변화에 대한 밑그림이 드러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업계에선 삼성전자가 이달 중 연말 임원인사와 함께 조직 개편 작업에 나설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조직 규모가 큰 만큼 인사 시점을 앞당기는 것이 쉽지 않다는 시각도 있으나 DS 부문을 중심으로 선제적 인사 조치를 점치는 목소리가 끊이지 않는다. 지난 5월 전 부회장이 복귀하면서부터 관련 작업을 준비해왔기 때문이다. 

      실제로 경쟁사에 비해 많은 임원진을 관리 가능한 규모로 축소하고, 비메모리로 분산된 인적 자원을 메모리 사업으로 복귀시키는 등 방향성이 수면 위로 드러나고 있다. 내부에서도 이번 인사 결과에 대한 기대와 불안감이 상당한 것으로 파악된다. 

      자문시장 한 관계자는 "통상 임원직은 퇴임하면 2년간 고문 등 형태로 계약 임원을 주는 편이었지만 삼성전자의 이번 인사에선 바로 짐을 싸야 할 거란 분위기가 전해진다. 이전에도 부사장급 퇴임 시 고문 자리를 안 내준 사례가 있다"라며 "국가 전체적으로 삼성전자 전후방에 위치한 자산이 많다 보니, 이번 인사를 통해 반전을 모색하는 게 정말 중요한 상황"이라고 전했다. 

      전 부회장에 힘이 실리고 있다는 분석도 늘고 있다. 결국 삼성전자의 근원적 경쟁력이 DS 부문, 그중에서도 D램과 같은 메모리 반도체 경쟁력에 있기 때문에 과거 위상을 회복하기 위한 과제가 전 부회장에게 주어졌다는 얘기다. 지난 실적 발표를 앞두고 전 부회장이 직접 사과문을 쓸 수 있었던 것도 사업지원 TF와 같은 관리 조직의 입김이 줄어든 덕으로 풀이된다. 

      즉 지금의 삼성전자에 있어 최우선 과제는 반도체 경쟁력 회복인만큼 인사도 그에 맞춰질 가능성이 크다는 평가다. 현재 D램 사업은 고부가 시장에선 SK하이닉스에, 레거시 시장에선 중국에 밀리는 형국이다. 캐시카우인 D램이 뒷받침하지 않는다면 파운드리(반도체 위탁 생산)와 같은 비메모리 경쟁이나 신사업·인수합병(M&A) 등 전략도 펼치기 어렵다. 전 부회장 복귀 이후 비메모리에 배치된 우수 인력을 메모리로 복귀시키는 것도 이 같은 판단이 반영된 결과로 해석된다. 

      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사업지원 TF만 해도 이사회와 충돌하고 있는데, 외부 기구인 준법감시위원회나 작년에 신설한 미래사업기획단도 있고 계속해서 새로운 조직을 만드는 것도 실효성이 떨어진다"라며 "DS 부문에서부터 전 부회장을 중심으로 단일한 거버넌스를 구축해야 전사 차원 의사결정 구조를 손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분위기가 바뀐 데 대한 기대감이 커지지만 남은 과제들이 만만치 않다는 평가가 여전하다. 지난 수년 경쟁사로 떠난 인재들이 적지 않고 위기 돌파에 적합한 인력을 발굴·재기용하려면 왜곡된 평가보상 체계도 손봐야 하는 탓이다. 메모리 반도체 1등 지위를 복원하는 과정에서 비메모리 전력 재정비 작업 역시 병행해야 한다. 

      삼성전자 출신 한 인사는 "메모리부터 살려내야 하는 상황이 맞지만, 파운드리 투자 실패로 인한 비용 처리, 시스템LSI 내 설계 경쟁력을 이어가는 등 문제도 복합적으로 따져야 한다"라며 "DS 부문 아래 각 사업부 권한이나 인센티브 구조 등을 모두 손질해야 다음 경쟁을 치를 수 있다"라고 전했다. 

      이번 인사 결과에 따라 전사 차원 거버넌스 변동에 대한 밑그림이 드러날 거란 관측도 많다. 올 들어 사업지원 TF 체제의 한계가 드러났다는 평가와 함께 DS 부문 변화가 빨라지고 있기 때문이다. DS 부문 정비 작업이 끝나면 사업지원 TF를 대체할 시스템을 구축하는 수순이 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업계 한 관계자는 "삼성전자 내부는 물론 계열로 이동한 과거 미래전략실·사업지원 TF 출신 인사들 사이에서도 '포스트 TF'를 겨냥한 움직임이 드러나는 중"이라며 "DS 부문을 시작으로 거버넌스 변경에 대한 고민도 본격화할 전망"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