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적 이슈 휘말렸지만 '프로젝트' 관심은 높아
수혜 기대 기업들, PE들은 혹시 모를 '대박' 관심
"지금 단계에선 비판도 장담도 어려워" 반신반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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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정부가 연말부터 동해 심해 가스전 개발, 일명 ‘대왕고래 프로젝트’에 본격 착수한다. 이에 정유 및 가스 등 관련 기업들은 프로젝트 진행 과정을 주시하는 분위기다. 여러 정치적 논란도 계속되고 있지만, ‘불확실에 거는’ 해상 유전 개발 사업 특성을 고려하면 그 누구도 결말을 장담할 수 없다는 평이다. 인프라 및 에너지 투자에 집중하는 사모펀드(PEF) 등 투자 업계에서도 ‘대박’을 노릴 투자 기회가 있을지 지켜보고 있다.
지난 6월 대통령의 취임 후 첫 국정브리핑에서 ‘대왕고래 프로젝트’가 알려졌다. 윤석열 대통령은 “경상북도 포항 영일만에 140억배럴에 달하는 석유와 천연가스가 매장됐을 가능성이 높다”고 발표했다. 이후 정치권에서는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이달 열린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국정감사에서도 석유공사 측에 해당 프로젝트와 관련된 야당 측 공세가 거셌던 바다.
논란에도 불구하고 프로젝트는 초기 진행 단계를 밟고 있다. 유망구조들에 대해 실제 가스와 석유가 부존되어 있는지 확인할 탐사시추를 진행할 예정이다.
한국석유공사는 대왕고래 프로젝트 투자 자문사로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글로벌을 최종 선정했다. S&P 글로벌은 전 세계 에너지 시장 분석·전망과 원자재별 가격 동향 파악, M&A(인수·합병) 등 투자 관련 연구 및 관련 자문을 수행한다.
세계 1위 시추기업인 미국 슐럼버거(Schlumberger)에 동해 심해 가스전의 암석·가스 등의 성분을 기록·분석하는, 이수검층(mud logging) 용역 기술평가를 담당한다. 슐럼버거는 2022년 말 석유공사와 우드사이드의 동해 심해 가스전 탐사 유망성 관련 자료를 재평가했다. 시추 작업 중 유정에 빠진 장비나 이물질을 꺼내는 피싱(fishing)과 시추공 폐쇄 작업인 'P&A' 용역은 원유 시추 기업인 베이커 휴즈 싱가포르 법인에 맡겼다.
물론 아직은 가능성일 뿐이다. 과거에도 석유 매장 가능성을 언급했지만, 무산된 사례가 있기 때문에 성공을 장담하기 이르다. 매장을 확인한다고 하더라도 상업적인 개발과 생산으로 이어질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통상 수년이 걸리는데, 매장이 확인되고 개발에 들어가도 5~6년 안에 생산이 이뤄지면 ‘정말 빠른’ 속도로 진행이 되는 정도다.
정유 및 가스 등 관련 업계에서도 이러한 프로젝트의 특성상 그 누구도 성공이나 실패를 장담할 수 없다는 점에 동의하는 분위기다. 일각에서는 프로젝트가 진행되면 어떤 민간 기업들이 혜택을 볼 수 있을지에 대한 관측도 나오고 있다. 앞서 포항의 철강 재가공업체인 넥스틸이 대왕고래 프로젝트 시추 특수 강관을 공급한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주가가 20% 급등하기도 했다.
정유 및 가스, 건설 기업들도 컨소시엄 등 참여 기회가 있을지 저울질하는 분위기가 읽혔다. 앞서 2000년 울산 앞바다에서 진행한 대한민국 최초 가스 플랜트 시공(‘동해 고래V’ 프로젝트)는 은 당시 HD현대(63.5%)와 삼성E&A(36.5%)가 컨소시엄을 맺어 약 1800억원에 수주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이미 10년 전부터도 업계에서는 동해 쪽에 매장량이 생각보다 클 수 있다는 이야기가 나오며 사업권 관련해 논의가 있었는데, 유가도 떨어지고 해상 유전 개발 의지가 사라지면서 기업들의 개발 의사도 떨어졌었다”며 “유가 등 여러 조건이 맞아 떨어지면서 정부가 앞장서서 다시 의지가 커진 건데, 객관적으로 너무 초기 단계라 어떤 평가를 내리기가 이르다고 본다"고 말했다.
해외 인프라 전문 사모펀드(PEF) 등 투자업계에서도 대왕고래 프로젝트의 진행 상황을 주시하고 있는 분위기다. 실제 진행이 되면 해당 프로젝트 자체뿐 아니라 수혜 기업 등 다양한 곳에서 투자 기회를 엿볼 수 있기 때문이다.
한 글로벌 인프라펀드 관계자는 “정부가 공개한 시추 성공 확률이 20%인데, 상업화 성공과 별개로 낮은 확률이 아닐뿐더러 정부나 관련 글로벌 기업들이 아무 근거도 없이 내놓을 것이라고는 보기 어렵다”라며 “애초에 이런 프로젝트가 자주 있는 일이 아닐뿐더러, 성공 가능성도 ‘모 아니면 도’에 장기 프로젝트기 때문에 당장보다는 ‘가능성’을 보고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에너지 부문에 집중해 온 미국의 사모펀드 라임 록(Lime Rock)은 텍사스에 본사를 둔 오일 및 가스 생산 업체인 크라운 록에 17년 전 9650만 달러를 투자해 79배의 수익을 올렸다고 알려졌다. 이 수익에는 투자액의 약 15배에 달하는 배당금이 포함됐다. 라임락 측은 투자 기간 중 여러 매각 기회가 있었지만, 자산의 본질 가치에 집중했고 미국의 오일 및 가스 부문이 급속한 통합을 보이면서 매각을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해상 유전개발은 수익성을 장담하기 어렵기 때문에 투자 리스크는 상당하다. 해상 유전 개발은 개발 사업 중에서도 난이도가 ‘최상’에 꼽힌다. 성공이 확정되기도 이전에 비용이 나가기 시작하고, 비용 분담 계약도 여러 조건이 달리면서 복잡하기 때문에 이해 관계자별로 손익도 리스크도 다르다. 이후에 상업성을 보장하기 위해서는 유가 흐름도 매우 중요하다. 정부 단에서 끌고 가야 하는 사업인 만큼 정권이 바뀌면서 부침을 겪을 가능성도 있다.
업계 관계자는 “심해탐사 기업 액트지오의 신빙성 관련해서 논란도 있었지만, 해외 기업 글로벌 대형 가스 및 석유 기업들은 자체적으로 일을 하다 보니 외주 업체들은 프로젝트성으로 운영이 되는 경우가 많아 여러 형태로 운영이 된다”라며 “결국 석유나 가스가 실제로 매장돼 있고, 생산이 가능하고 상업적으로 이용까지 가능하냐의 문제는 지금 단계에서는 신(神)만이 아는 셈”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