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가서 커지는 '성과급 손질' 우려...신한證 손실 사태 '일파만파'
입력 2024.11.07 07:07
    금감원, 신한證 사태에 조직적 문제 거론하자
    당국 움직임에 PF사태 후폭풍 떠올리는 증권가
    PSR, 이연 비율 등 성과급 체계 개편 가능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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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금융당국이 신한투자증권 ETF LP(유동성공급) 부서의 1300억원 손실 사태를 계기로 증권업계의 조직적 문제를 들여다보겠다고 선언하면서 증권가에서는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당장 연말 성과급 산정에 영향을 미칠 수 있어서다.

      업계에서는 지난해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사태를 상기하고 있다. 업계 전반의 성과급 체계 개편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높다. 영업부서 특유의 높은 성과급 비율과 일부 증권사의 낮은 이연율 등도 도마 위에 오를 수 있다는 관측이다.

      금융감독원은 지난달 31일 긴급 간담회를 열고 신한투자증권의 손실 사고가 조직 설계 및 운영상의 문제라고 판단, 강력한 조치를 취하겠다고 예고했다. 금융사마다 내부 통제 체계가 다른 만큼 해당 사고가 신한만의 문제인지, 금융투자업계 전반의 문제인지도 조사하겠다고 밝혔다.

      금감원 고위 관계자는 이날 "ETF LP 부서는 본질적으로 헷지를 위한 부서인데, 투기적 포지션을 잡아 1300억원의 손실을 내기까지 회사 어디에서도 제동이 걸리지 않았다"며 "개인의 일탈을 넘어선 조직적 문제가 드러났고, 수직ㆍ수평적 통제가 모두 실패한 만큼 최대한 강하게 제재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당초 금감원은 ETF LP 손실 여부를 두고 각 증권사와 운용사의 자체 점검을 지시하는 수준에 그쳤다. 하지만 금감원의 신한투자증권 현장조사 결과 내부통제 시스템이 여러 허점을 드러내면서, 당국이 주도하는 전수조사로 이어질 가능성이 제기된다. 일부 증권사의 경우는 결제부서(백오피스)나 리스크 관리 부서의 실질적 점검이 필요하다는 시각도 있다.

      앞서 당국은 지난해 증권사들의 PF 손실이 불거지자 전수조사에 나섰고, 결국 모든 증권사를 대상으로 이연성과급 지급 확대 등 전반적인 제도 개선을 요구한 바 있다. 단기 실적에 매몰될 경우 내부통제에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시각에서다.

      금감원 권고가 이뤄진 이래 주요 증권사들은 속속 성과급 이연지급 비율을 결정했다. 주 대상은 증권사 북(Book)을 활용하는 트레이딩, 부동산PF, 기업금융 등 IB 부문이었다.

      이번 1300억원 손실 사태 중심에 있는 임태훈 국제영업본부장의 경우 올해 상반기 보수만 12억2200만원에 달했다. 대부분 법인 선물 옵션 관련 영업ㆍ매매, 즉 ETF LP 업무 관련 분야에서 기여도를 인정받아 산출됐다.

      임 본부장의 보수는 전체 임원 중 4번째로 높은 수준이다. 급여가 1억3400만원, 상여가 11억700만원으로 상여가 10배 이상 높았다. 이중 60%는 당해 연도분으로 지급됐고 40%만 3년에 걸쳐 이연됐다.

      실제로 신한투자증권은 이연 성과급 비율을 첫해 60%, 나머지 3년간 13%, 13%, 14% 수준으로 유지하고 있다. 다른 증권사 대비 첫 해 지급 비중이 높은 편이다. KB, NH 등 대형 증권사들의 경우 이연 비중을 30%, 30%, 40% 비중으로 배분하고 있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금감원이 성과급 지급 비율을 낮추거나, 유보금을 높이는 등 성과급 제도 전반에 대한 손질에 나설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한 중소형 증권사 트레이딩본부 임원은 "운용부서는 회사 자금을 쓰기 때문에 10% 미만의 성과급 비율과 엄격한 이연 적용을 받지만, 영업부서는 '순수 능력'이라는 명목으로 20%대까지 성과급을 받는 경향이 있다"며 "이런 구조가 ETF LP 부서의 과도한 리스크 테이킹으로 이어졌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운용업계 관계자도 "금감원의 증권사-운용사 검사 초점이 성과급 체계 개편에 맞춰져 있는 것 같다"며 "관련 부서의 우려가 크다"고 전했다.

      이에 증권업계도 관련 후폭풍을 우려해 자체 점검에 나서는 모습이다. 일부 증권사의 경우 장외파생상품 거래 등 전반적인 업무 프로세스와 성과급 비중 등을 재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증권사 임원은 "ETF LP 부서가 장외파생의 본거지는 아니지만, ELS 운용이나 FICC 운용 등 전반적인 점검이 불가피해졌다"며 "이 과정에서 성과급 체계도 손볼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향후 임 본부장에 대한 중징계는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금감원 측은 허위 문서 작성과 은폐 과정에서 '위계에 의한 부정거래' 성립 여부를 들여다보고 있다. 이에 신한투자증권도 손실을 낸 담당 과장과 부서장에 이어 담당 임원인 임태훈 본부장과 유성열 홀세일그룹장을 보직 해임했다. 

      증권가의 시선은 관련 임원들의 성과급에 대한 구상권 청구 가능성으로 모이고 있다. 전례가 많지는 않다. 앞서 라임자산운용 사모펀드 사태의 중심에 있는 임일우 전 PBS본부장은 대법원에서 징역 8년에 벌금 3억원이 확정됐지만, 구상권과 관련한 논의는 진척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신한투자증권 측은 "개인에 대한 구상권 청구 여부 관련해서는 확인해 줄 수 없다"며 "ETF LP 부서의 1300억원 손실 건도 현재는 조사 단계라 구상권에 대한 부분까지 논의하는 단계는 아니다"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