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펀딩 난항 속 콘테스트, 국내 LP는 "이제 와서" 반감
사놓고 팔지 않는 매물 늘어나자…투자 스타일도 도마 위로
고려아연 사태에 기존 LP들 정치적 리스크 우려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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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윤범 회장이 경영권을 갖든, MBK가 갖든 우리 LP 입장에선 큰 관심사가 아니다. 고려아연은 그저 트리거일 뿐, MBK의 'AUM 키우기' 속 국내 LP와의 접점 부족이 사태의 원인이다." (국내 중견 LP 관계자)
MBK파트너스(이하 MBK)가 주요 기관투자자(LP)들의 출자사업에서 잇따라 고배를 마시고 있다. 고려아연 인수전을 두고 논란이 확대되는 가운데, 이를 기점으로 LP들의 불만도 터져나오는 모양새다.
7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MBK는 최근 노란우산공제와 과학기술인공제회(과기공) 출자사업에서 연이어 탈락했다. 올해 말 2700억원 규모의 군인공제회 PEF(사모펀드 운용사) 출자사업 발표도 앞두고 있지만, 군공 내부에서도 MBK에 대한 부정적 기류가 감지된다.
한 LP의 최근 출자사업에서는 MBK가 정량평가에서 1등을 했음에도, 정성평가에서 최하위 점수를 받아 탈락한 것으로 전해졌다. '기여도' 항목에서 특히 낮은 점수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LP들의 반감은 MBK의 그간 행보와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여러 LP 출자사업 프레젠테이션(PT)에서 MBK의 행보는 호평을 받지 못한 것으로 전해진다.
한 LP 관계자는 "MBK는 그간 국민연금을 제외한 국내 중견 LP들과 관계를 쌓으려는 노력조차 하지 않았다"며 "해외 LP들에만 룸(Room)을 열어주더니, 갑자기 해외 펀딩이 어려워지니 국내로 눈을 돌리는 모습이 썩 좋아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도 "출자해 준 자금으로 더 큰 자본을 굴리겠다는 식의 접근을 했지만, LP 입장에선 받아들이기 어려웠다"고 거들었다.
MBK는 국내 금융기관들과의 관계에서도 삐걱거리고 있다. 4대 은행지주 중 한 곳은 최근 고려아연 공개매수 거래가 한창일 때 MBK에 대한 출자 검토를 중단한 것으로 확인된다. 거래 과정에서 정부 당국과 빚어지는 잡음이 부담스러웠기 때문으로 전해진다.
지난 몇 년간 무리할 정도로 AUM(운용자산)을 확대해 온 것도 LP들 사이에서 우려하는 사항으로 꼽힌다. 일부 포트폴리오의 경우 인수 직후 가치가 하락하면서, LP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이 때문에 투자 스타일에 대한 불만도 적지 않다. 기업 투자 및 투자금 회수 과정에서 PEF간 거래 비중이 높다는 지적이다. MBK는 올해 의약품 유통기업 '지오영'과 일본 제약회사 '아리나민제약'을 블랙스톤으로부터 각각 약 2조원, 3조원에 인수했다.
투자은행(IB) 업계 한 관계자는 "MBK가 리캡(자본재구조화) 등 방식으로 회수 성과를 끌어올린다고 해도 비싸게 사서 최종 회수까지 기간이 길어지면 내부수익률(IRR)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며 "국내 전략적투자자(SI)들은 당분간 조 단위 매물을 받아줄 여력이 없는데, LP 입장에선 사놓고 팔지 못하는 매물만 자꾸 늘어나기 때문에 부담스럽다"고 지적했다.
다른 공제회 관계자도 "중소형 PEF들은 중소기업을 대기업에 매각하면서 산업 발전에 기여하는데, 대형 PEF들은 '돌려막기' 하듯 매각하는 게 문제"라며 "비단 MBK의 문제 뿐만 아니라, 블랙스톤이나 KKR 등 자본력만 앞세우는 대형 PEF들을 향한 의구심"이라고 꼬집었다.
MBK의 급작스러운 태도 변화도 LP들의 불신을 키웠다. LP들 사이에선 MBK의 앵커LP였던 캐나다연금투자위원회(CPPIB)가 출자를 줄이자, 국내 LP들에게 갑자기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는 것 아니냐는 말이 나온다.
한 연기금 관계자는 "10년 동안 국내 중소형 PEF들이 차근차근 성장하며 신뢰를 쌓아온 반면, MBK는 해외에서 자금조달이 어려워지니까 갑자기 손을 내밀었다"며 "자본력이나 실적은 좋지만, LP와의 신뢰관계가 전무한 상태라서 어려운 상황에 선뜻 출자를 나서기 어렵다"고 평가했다.
이런 불만이 쌓여가던 와중, 고려아연 인수전이 '결정적 계기'가 됐다는 평가다. 최근 MBK는 고려아연 인수전 과정에서 기존 LP를 찾아가 상황을 설명하겠다고 했지만 '문전박대'를 당한 것으로 전해졌다.
PEF가 연기금 자금으로 자본 대결에 나서는 것 자체가 부담스러운데, 상황이 커지면서 정치적 리스크에 노출될 것을 우려하는 기관들이 늘어나는 분위기다.
한 대형 LP 고위 관계자는 "기관 입장에서는 사모펀드가 사기업 경영권 이슈에 개입하고 세간의 주목을 받는 게 상당히 부담스럽다"며 "괜히 편들어줬다가 국회에서 자료 요구하거나 치고 들어오면 곤란해진다"고 털어놨다.
MBK의 이러한 행보는 당분간 국내 LP들의 출자사업에서 불리하게 작용할 전망이다.
인수금융 부문의 한 관계자는 "자본시장에서는 모든 게 누적된다"며 "MBK가 그간 쌓아온 부정적 이미지에 고려아연 사태까지 겹치면서, 당분간 국내 LP 시장에서 고전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