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에너지, 고려아연으로부터 ㈜한화 지분 매입
2022년 ㈜한화-고려아연 자사주 맞교환 주식
2만9500원에 총 544만주 확보…총 7.3% 규모
공개매수 당시엔 3만원에 390만주 매입에 그쳐
자금 사정 급한 고려아연은 잠재적 손실
한화그룹 3男 그룹 장악력 높아진 효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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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열한 경영권 분쟁을 펼치고 있는 고려아연이 한화에너지를 상대로 보유하고 있던 ㈜한화 주식 전량을 매각했다. 자금 사정이 급한 고려아연은 매입 원가보다 낮은 가격에 주식을 매각해 잠재적 손해를 입었고, 한화에너지는 ㈜한화에 대한 지배력을 한층 강화하는 효과를 봤다.
한화에너지의 ㈜한화에 대한 지배력 강화는 한화그룹 3남(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 김동원 한화생명 사장, 김동선 한화갤러리아 부사장)의 그룹 장악력을 높이는 효과가 있다. 한화에너지는 오너일가 3남이 지분 100%를 보유한 가족회사이다. 이번 공개매수를 통해 한화에너지의 지분율은 14.9%에서 22.2%로 높아졌고, 오너일가를 포함한 특수관계인의 ㈜한화 지분은 55.8%로 증가했다.
올해 중순 한화에너지는 공개매수를 통해 ㈜한화 지분 확보를 시도했다. 주당 3만원의 공개매수 가격을 제시해 최대 8%(600만주)를 확보하려 했으나, 결론적으로 390만주를 매수했고 목표치의 65%만을 채우는데 그쳤다.
한화에너지는 공개매수 결과에 대해 "㈜한화-한화에너지의 사업시너지 향상을 위해 유의미한 수량을 매수한 것으로 평가한다"고 했으나 공개매수 수량이 낮고 할증률이 올해 진행한 타법인의 공개매수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아 투자자들의 호응을 얻지 못했다는 시각도 존재했다.
지난 2017~2018년 5만원을 넘나들던 ㈜한화의 주가는 2022년부터 2만원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투자자들의 매입 단가, 공개매수시 부과하는 양도소득세 등을 고려하면 사실상 공개매수를 통해 이득을 볼 수 있는 투자자는 거의 없다는 평가도 나왔다. 이 때문에 해당 공개매수는 오너일가의 지배력을 강화, 또는 경영권 승계작업의 일환으로 최소한의 자금을 투입하겠단 전략으로 해석됐다.
이번에 한화에너지가 고려아연으로부터 매입한 지분은 당초 ㈜한화가 자기주식으로 보유하고 있던 주식이다. 2022년 한화그룹과 고려아연은 양사가 보유한 자기주식을 맞교환 했고 양사는 사업적 시너지를 강조했다.
2022년엔 고려아연의 경영권 분쟁 조짐이 나타나던 시점이었기 때문에 사업적 시너지 보다 고려아연이 보유한 자사주의 의결권을 부활시키는 효과로 이목을 끌었던 게 사실이다. 이후 한화그룹은 사실상 고려아연의 백기사로 분류됐고, 한화그룹과 주식 맞교환을 전후로 고려아연은 현대차와 LG그룹을 비롯해 주요 대기업들을 주요 주주로 맞이했다.
한화에너지의 이번 지분 매입은 주당 2만7950원, 약 1520억원 규모다. 공개매수 당시보다 낮은 주당 매수가격이지만 공개매수보다 더 많은 지분을 확보할 수 있는 기회가 됐다.
애초 ㈜한화가 보유한 자기주식을 한화에너지가 인수할 방안은 제한적이었던 상황이었지만, 고려아연과 2년간의 자사주 맞교환이 경영권 승계에 핵심적인 역할을 하게 됐다.
한화에너지는 고려아연으로부터 지분을 매입하며 "대주주로서 책임경영 강화" 및 "주주가치 제고 목적"이라고 밝혔다. 과거 공개매수 당시 "책임경영을 강화하기 위함"이란 설명과 같다.
한화그룹은 아직 구체적인 승계 전략을 발표하진 않았다. 그러나 올해 들어 오너일가 3남의 그룹 전반에 걸친 지배력이 강화하고 있는 건 사실이다. 일련의 과정들을 통해 오너일가에 대한 집중도가 높아지고 있는데, 대주주와 오너일가의 진정한(?) '책임경영 강화', 그리고 주주가치 제고 노력으로 이어질진 지켜봐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