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는 10년째 20만원 박스권에 갇혀
3분기 어닝서프라이즈에 대규모 환원책 기대감
그룹 지배구조, 모비스 사업재편 전망은 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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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모비스는 현대자동차그룹의 지배구조 정점에 있는 회사이다. 재계에서 가장 눈에 띄는 성장을 나타내고 있는 현대차의 단일 최대주주이자, 정의선 회장의 그룹 장악력을 높일 수 있는 마지막 퍼즐 중 하나다. 이런 위상과 다르게 기업가치는 10년째 제자리이고 주가도 박스권을 벗어나질 못했다.
현재 현대모비스의 주가 추이는 유의미한 상승세를 나타내고 보기 어렵지만, 최근 들어 현대모비스에 대한 투자자들의 관심도가 점차 높아지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전기차 수요 부진(캐즘)에도 불구하고 3분기엔 시장전망치(컨센서스)를 상회하는 어닝서프라이즈를 발표했다. 구조적인 문제로 꼽혔던 저조한 수익률 역시 개선세를 나타냈다.
현대모비스는 오는 19일 CEO인베스터데이를 개최한다. 2018년 기업설명회 형식으로 기관투자가들을 대상으로 행사를 연 이후, CEO가 직접 투자자들 앞에 서는 6년만에 열리는 행사다.
올해는 현대차와 기아에 이어 현대글로비스가 CEO인베스터데이를 열고 중장기 투자계획 및 주주환원책을 발표했다. 현대차 주요 계열사들은 올 상반기까지 매분기 최고 실적을 경신해왔기 때문에 CEO인베스터데이에 대한 기관투자가들의 주목도가 상당히 높았고, 해당 기업의 주가 역시 행사를 전후로 큰 폭의 오름세를 나타내기도 했다.
현대모비스는 이번 인베스터데이에서 주요 경영전략과 재무 목표, 중장기 비전 등을 발표할 것으로 전망된다. 물론 투자자들이 가장 관심을 갖는 분야는 '주주환원'과 관련한 세부 내용이다.
현대차는 내년부터 3년간 총주주환원율(TSR) 목표를 35%로 제시했는데, 현대모비스 역시 TRS 개념의 도입하고 유사한 수준의 목표치를 제시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배당과 자사주 매입 및 소각 규모도 관심의 대상이다.
국내 자산운용사 주식운용 담당자는 "현대모비스는 그룹 내에서 특정 이벤트가 있던 시점을 제외하고는 투자자들의 주목도가 상당히 떨어지는 계열사 중 하나였는데 최근 분위기가 크게 바뀌었다"며 "전방 시장의 불확실성에도 불구하고 실적 개선세가 확인됐기 때문에 실적에 부합하는 주주환원책이 제시된다면 투자자들의 수요가 몰릴 수도 있다"고 평가했다.
현대모비스의 주주환원책 발표는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 2018년 3개년 단위 중장기 계획을 발표한 이후, 2022년부터 1년 단위 방안을 수립해 발표한다. 최초 주주환원책이 발표할 당시 주가가 큰 폭의 오름세를 나타내기도 했으나 상승세를 이어가지 현재 수준으로 회귀했다.
현대모비스는 매년 수천억원 규모(▲2019년 3225억원 ▲2020년 2348억원 ▲2021년 4286억원 ▲2022년 3132억원▲2023년 1465억원 ▲2024년(상반기) 1630억원) 6년간 총 1조6000억원의 자사주 매입과 소각을 진행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가가 뚜렷한 상승세로 전환하지 못하는 것은 매입 대비 소각에 대한 비중이 높지 않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에 현대모비스는 주주들의 자기주식 소각 규모 확대 요청을 받아들여 연초 주주환원제고 정책에 '매입 자기주식 전량 소각' 내용을 포함했고 실제로 지난해 및 올해 매입한 자기주식을 모두 소각하기도 했다. 자사주의 전량 소각은 자기자본이익률(ROE), 주당순이익(EPS) 개선과 직결한다.
증권가에선 현대모비스의 ▲호실적 ▲잠시 주춤한 현대차·기아 외에 현대차그룹 내 핵심 계열사에 대한 투자자들의 관심 전이 ▲오랜 기간 저평가 국면에서 벗어나지 못했으나 과감한 주주환원책 등을 통해 기업가치 제고 의지 등을 반영해 일제히 목표주가를 올리고 있는 모습이다. 일부 기관투자자들 역시 자금 집행을 준비하는 모습이 포착된다.
국내 한 헤지펀드 운용사 관계자는 "현대모비스는 그룹 내 유일한 핵심 부품사임에도 불구하고 투자자들의 주목을 제대로 받지 못했다"며 "양호한 실적을 거두고 있는 현대차로부터 배당금이 늘어나고, 이를 바탕으로 모비스의 주주환원 수준이 유지 또는 확대할 것으로 예상해 투자 비중을 조금씩 늘리는 중이다"고 말했다.
현대모비스의 특수한 상황은 변수다.
정의선 회장의 그룹 내 영향력 확대에 필수적인 회사이다보니 급격한 주가 상승, 즉 기업가치의 상승은 추후 정몽구 명예회장의 지분을 승계해야 하는 정의선 회장에게는 부담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이 같은 상황은 현대모비스의 낮은 이익률의 배경으로 지목돼 왔고 투자자들도 거버넌스 이슈가 해소하지 않는 이상 모비스의 낮은 이익률을 상수로 여기는 모습도 나타난 게 사실이다.
현대모비스는 과거 현대차 지배구조 개편 과정에서 분할 등 사업 구조개편의 논의가 있었고 또 전기차 설비 전환에 가장 큰 영향을 받는 계열사이다. 사업재편 과정에 대한 논란을 최소화하는 과제가 남아있다는 점은 투자자들이 가장 우려하는 부분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