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QT, 잔여지분 32%에 내년 콜옵션 행사 가능
내년 주요 예상 거래지만 실행 여부는 미지수
사업 개선, 기존 차입금, 사업 제휴 등 변수로
-
SK그룹이 사업재조정(리밸런싱)을 이어가는 가운데, SK스퀘어가 SK쉴더스를 완전히 정리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인다.
EQT파트너스는 SK스퀘어로부터 SK쉴더스 경영권 지분을 지난해 인수하면서, 잔여 지분도 사올 수 있는 권리(콜옵션)를 확보했다. 내년 중 이 권리 행사 시기가 도래하는 가운데 EQT파트너스도 득실을 따지게 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 2018년 SK스퀘어는 맥쿼리자산운용 컨소시엄과 SK쉴더스를 인수했다. 당시 기업가치(EV)는 약 3조원으로 평가됐고 SK스퀘어와 맥쿼리가 각각 55%와 45%씩 지분출자금을 댔다. 이후 계열사간 합병, 거래양수도 등을 거치며 SK쉴더스 지분율은 SK스퀘어 63.13%, 맥쿼리 측 36.87%가 됐다.
SK스퀘어는 SK쉴더스 재무적투자자(FI) 투자회수를 위해 상장(IPO), 상장전투자유치(프리IPO) 등을 여러 차례 시도했으나 성과가 없었다. 2022년 들어 한국 인프라 시장에 관심을 가진 EQT파트너스가 유력 파트너로 떠올랐고 2023년 초 SK쉴더스 경영권 매각이 확정됐다.
2023년 SK스퀘어와 맥쿼리는 SK쉴더스 지분 전량을 특수목적법인(SPC) 코리아시큐리티홀딩스로 넘겼다. 이후 SK스퀘어는 이 SPC 보유 지분 중 28.8%를, 맥쿼리는 지분 전량(36.87%)을 EQT파트너스에 매각했다. EQT파트너스는 SK쉴더스의 유상증자(2000억원)에도 참여해 지분율을 68%까지 늘렸다.
EQT파트너스는 SK쉴더스 경영권을 확보하는 데 2조원 이상의 자금을 들였다. SK스퀘어로 돌아간 몫은 약 8600억원인데, 이 중 4500억원은 매각일(2023년 7월)로부터 2년 이내에 받기로 했다. 내년 중 나머지 자금이 SK스퀘어에 유입될 전망이다.
EQT파트너스는 거래 2년 후부터 SK스퀘어 측 잔여지분(32%)를 사올 수 있는 권리도 가지고 있다. 지난 경영권 거래 당시 가치로는 1조원에 이른다. 아직 시기가 이른 만큼 당사자간 콜옵션 행사와 관련한 논의는 이뤄지지 않는 가운데, 투자은행(IB) 업계에선 벌써부터 예의주시하는 분위기다.
한 M&A 업계 관계자는 "EQT파트너스의 SK쉴더스 잔여지분 콜옵션 행사 거래가 내년 PEF 시장 주요 이벤트 중 하나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SK스퀘어 입장에선 EQT파트너스가 SK쉴더스를 마저 인수해가는 것이 나쁘지 않다. SK하이닉스 외 다른 자산들은 모두 정리 가능 대상으로 분류된 분위기다. SK쉴더스 '공동 경영'을 강조했지만 EQT파트너스에 콜옵션을 준 만큼 언젠가 사업을 정리할 상황을 감수한 것으로 볼 수 있다.
EQT파트너스가 내년 콜옵션을 행사할 지는 예단하기 이르다. 지난 거래는 일단 SK스퀘어와 맥쿼리 쪽에 기우는 거래란 평가가 많았다. 나머지 지분을 더 사려면 확실한 성장 전망이 있어야 한다. 인수 후 온전한 첫 사업연도를 보내는 올해부터 실적이 급격히 개선될 것이란 예상이 있지만 의문후보 섞인 시각도 없지 않다.
EQT파트너스는 내년 4500억원 규모 SK쉴더스 인수 잔금을 내야 하고, 잔여지분 인수 금액도 만만치 않다. EQT파트너스의 실탄이 두둑하고 단기 회수 성과보다는 장기 보유 투자를 선호한다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부담이 될 상황이다.
작년 SK쉴더스 인수 과정에서 SPC 앞으로 일으킨 차입금 부담도 작지 않다. 당시 2조원 이상의 차입금을 7% 중반대 빌렸던 터라 SK쉴더스에서 올라오는 자금을 적잖이 빚 갚는 데 써야 하는 상황이다. 인프라 사업 성격상 고정적인 투자비(CAPEX)가 들어간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다른 투자업계 관계자는 "인프라 사업은 안정적이긴 하지만 고정적으로 들어가는 투자비 부담이 적지 않다"며 "기존 차입금 부담이 크다는 점을 감안하면 SK쉴더스가 사업을 잘 해도 실익은 많지 않은 상황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EQT파트너스가 SK쉴더스 잔여 지분을 사올 경우 SK그룹과 연결 고리가 끊어진다는 점도 변수다. SK쉴더스 일감 중에는 SK그룹 전속시장(캡티브 마켓) 물량이 적지 않다. 지분 관계가 사라지면 사업 협력도 이전보다 약해질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