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배구조 개편 공정성 확보하겠다는 두산…"실익없다"는 기관들
입력 2024.11.13 07:00
    외부감사 추가 선임, 적정성 검증
    증권신고서 추가 정정, 감독원 반려 없으면 주총 소집
    "실익 없다" 평가 끝낸 기관들 대거 손바뀜
    3분기 계열사 실적 일제히 하락에 주가도 횡보
    찬성 확실한 30%…주총 참석 적을수록 통과 가능성 높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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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두산그룹에 대한 투자자들의 주목도는 점차 떨어지고 있다. 주요 계열사들은 일제히 부진한 실적을 기록했고, 이 와중에 강행하는 지배구조 개편 역시 실익이 크지 않다는 것이 그 배경이다.

      그룹의 주축인 두산에너빌리티는 체코 원전 수출, 소형모듈원자로(SMR) 시장 확대 예상에도 불구하고 주가가 제자리 걸음하고 있다. 현재 주가는 2만원대 초반에 형성돼 있는데 회사가 정한 주식매수청구가(2만890원)에서 등락을 거듭중이다. 3분기 영업이익은 지난해 대비 63% 감소했고, 순손실을 기록하며 적자전환했다.

      두산밥캣 역시 어닝쇼크를 기록했다. 3분기 지난해 대비 60%가량 감소한 영업이익을 기록하며 시장 전망치(컨센서스)에 크게 못 미쳤다. 지배구조 개편의 최대 수혜가 예상됐던 두산로보틱스는 매출이 줄었고, 영업손실 및 순손실을 기록했다.

      3개의 핵심 계열사 모두 부진한 실적을 기록하면서 기존 투자자들은 투자 비중을 조금씩 낮추는 모습을 나타내고 있다. 신규 투자자들의 뚜렷한 유입세도 찾아보기 어렵다.

      사업 재편이란 큰 이벤트를 앞둔 기업에선 찾아보기 힘든 모습이기도 하다. 사업적 시너지가 명확하고, 투자자들의 손익계산이 분명하다면 이 같은 기대감이 주식시장에 곧바로 반영되는 게 일반적이다. 

      핵심 계열사의 주가가 지지부진한 모습, 기존 주주의 손바뀜이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는 점은 그룹 지배구조 개편에 대한 투자자들의 기대감이 크지 않다는 의미로도 해석된다.

      국내 자산운용사 한 관계자는 "두산이 사업 재편 방안을 최초 발표했을 때만해도 각 계열사의  투자자들이 손익계산을 따지고 투자 전략을 세웠는데, 이젠 기관투자자 사이에서 '두산'이란 단어 조차 나오지 않는다"며 "추진중인 개편 방안 성공 여부의 불확실성이 너무 크고, 실제로 성공하더라도 수익으로 돌아 올 것이란 확신이 없기 때문"이라고 평가했다.

      두산그룹은 지난달 말 증권신고서를 자진 정정하며 "외부평가기관을 추가로 선정해 합병 비율에 대한 검증을 받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안진회계법인으로부터 합병가액의 적정성을 확인하였으나, 공정성·객관성에 대한 오해의 소지가 발생하는 것을 미연에 방지하겠단 취지였다.

      이어 두 곳의 회계법인을 추가로 선임해 적정성을 검증했는데 결과는 동일했다. 애초 분할·합병 비율을 수정하겠단 것보단 현재 논리를 재차 검증해 추후 불거질 논란을 차단하겠단 의도에 가까웠단 평가도 나왔다.

      현재 제출한 증권신고서가 재차 수정되지 않거나, 금융당국이 제동을 걸지 않는 이상 두산그룹이 제출한 증권신고서는 오는 20일 효력이 발생해 주주총회 등 절차를 진행하게 된다. 결국 투자자들은 최초 그룹이 발표한 분할합병 비율에 크게 벗어나지 않는 수준에서 동의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다른 기관투자가 한 관계자는 "이미 에너빌리티, 밥캣 등 다수의 투자자들 사이에서 구조 개편으로 인한 손익이 크지 않다는 잠재적 결론이 도출한 상황이기 떄문에 합병 비율을 대폭 수정하는 것이 아니면 외부기관의 평가를 받는 건 큰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투자자들의 관심에서 멀어지고 있는 상황은 오히려 두산그룹에 호재로 작용할 수 있단 평가도 나온다. 그룹이 예정한 임시주주총회 일자는 오는 12월 12일이다. 주주총회에서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는 권리주주는 11월 12일 확정한다.

      두산그룹이 지배구조 개편을 발표한 이후 상당수의 실망 매물이 쏟아져 나왔고, 기존 투자자들의 대거 손바뀜이 일어났다. 이는 현재 남은 주주들이 두산그룹의 기업가치 상승에 베팅하는 투자자들일 가능성이 높단 의미이기도 하다.

      현재 주가 수준을 고려하면 에너빌리티와 로보틱스에 남아있는 투자자들은 주식매수청구를 통해 얻을 수 있는 이익이 없거나, 실익이 크지 않다. 굳이 임시주총에서 반대표를 행사해 매수청구권을 확보할 유인이 떨어진다. 

      두산에너빌리티의 분할·합병에 찬성하는 대주주 및 특수관계인의 지분율은 30%가 넘는다. 이번 사안은 주주총회 특별결의요건(총 발행주식수의 3분의 1 이상, 참석 주주의 3분의 2 이상)을 충족해야 한다. 이미 전체 발행주식수의 3분의 1이상 요건엔 근접했다. 주총에 의결권을 행사하지 않는 주주가 늘어날수록 특별결의 요건을 충족할 가능성이 높아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