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유자산 절반에 이르는 부실자산…2465억원 규모 신탁계정대 잠재 리스크 우려
사실상 채무인 900억원 규모 RCPS도 매각 걸림돌…"몸값 산정 어려울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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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국내 6위권 부동산신탁사인 무궁화신탁이 매각을 추진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다만 부동산 경기 침체로 실적이 악화된 데다 자본확충을 위해 발행한 상환전환우선주(RCPS)가 부담으로 작용하면서 매각 과정이 순탄치 않은 것으로 알려진다.
11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무궁화신탁의 최대주주 지분이 매물로 나온 것으로 확인됐다. 매각 주관사 선정 없이 물밑에서 원매자를 물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서는 최대주주인 오창석 회장의 자금 사정 악화가 매각 추진의 주된 배경이 된 것으로 보고 있다.
매각자 측은 무궁화신탁의 기업가치를 PBR(순자산) 대비 최소 3배 수준에서 요구한다고 전해진다. 작년 기준 무궁화신탁의 자본총계는 2700억원이다. 이 경우 매각가는 8000억원 수준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하지만 업계 선두권 부동산신탁사들조차 영업활동 현금흐름이 마이너스로 돌아선 상황에서 이 같은 기대치는 다소 높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무궁화신탁의 실적이 가파른 하락세를 보이고 있는 점은 매각 난항의 원인으로 지목된다. 지난해 말 기준 영업이익은 164억원으로 전년 430억원 대비 62% 급감했다. 당기순이익의 경우 전년 375억원 흑자에서 60억원 적자로 전환됐다. 부동산신탁사의 핵심 수익원인 토지신탁(개발신탁) 수주가 크게 줄어든 영향으로, 당분간 실적 회복을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관측된다.
업계에선 기업가치의 척도가 되는 무궁화신탁의 순자산(자본총계)을 숫자 그대로 믿을 수 있냐는 지적이 나온다. 보유 자산 중 절반 가량이 부실로 분류되면서 당기순손실이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무궁화신탁의 고정이하자산비율은 47% 수준이다. 당기순손실이 결손금에 누적되면 자본총계를 깎아먹는다. 몸값 하락으로 직결되는 셈이다.
부동산신탁사의 고정이하자산의 상당수는 신탁계정대다. 사업비를 공사현장에 빌려주는 개념인만큼 분양에 성공할 경우에는 수익을 얻지만 분양성과가 안좋을 경우 손실이 생길 수 있다. 이른바 잠재적 부채다. 신탁계정대는 신탁사가 책임준공을 보증한 사업장이 멈춰 대주단에 손실을 물어줘야할 때도 늘어난다. 무궁화신탁의 신탁계정대는 작년 기준 2465억원이다.
다만, 무궁화신탁 측에선 이미 신탁계정대의 30% 수준을 충당금으로 쌓은 상태라 추가 부실은 크지 않을 것이라는 입장이다.
여기에 자본확충을 위해 발행한 RCPS가 큰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무궁화신탁은 재무상태가 악화될 때마다 유상증자를 통해 긴급 자금을 수혈받았으며, 현재 풋옵션이 있는 RCPS 규모는 900억원에 달한다.
무궁화신탁 측에선 상환권이 회사측에 있어 자본이라는 입장이다. 하지만 업계에선 RCPS라는 구조상 사실상 채무라고 인식하고 있는 게 중론이다. 게다가 무궁화신탁은 RCPS 투자자들에게 연간 9~11%에 달하는 이자를 지급하고 있다. 연간 이자 부담액은 약 100억원에 달한다.
RCPS 발행 조건도 무궁화신탁에 상당히 불리한 것으로 나타났다. 2021년 발행된 600억원 규모의 RCPS는 우선배당률이 연 8%에서 시작해 매년 1%씩 누적 가산되어 10년 후에는 18%까지 상승하는 구조다. 2023년에 발행된 300억원 규모의 RCPS 역시 발행 후 4년까지는 9%의 배당률이 적용되지만, 5년차부터는 17%로 급격히 상승하게 된다.
한 투자업계 관계자는 "무궁화신탁이 보유한 부실자산의 규모와 RCPS 등을 고려할 때, 2700억원 규모로 집계된 자본총계를 액면 그대로 신뢰하기는 어렵다"라며 "이러한 요인들로 인해 무궁화신탁의 매각 작업이 순조롭게 진행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봤다.
매각 추진 과정에서 제기되는 이러한 우려들로 인해 실제 거래가 성사되기까지는 상당한 시일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부동산 경기 침체가 장기화되는 상황에서 부실자산 규모와 RCPS로 인한 재무적 부담을 어떻게 해소할 것인지가 매각의 핵심 변수가 될 전망이다.
이에 무궁화신탁 측은 "구체적으로 결정된 바 없다"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