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증시 향하는 토스에 "쿠팡 때와는 여러모로 다르다"
입력 2024.11.13 07:00
    금융 플랫폼 향한 美 인식이 덜 빡빡하다곤 해도
    결국 '몸값' 문제…현지에서 10조 가치 끌어내야
    슈퍼앱 호평에도 시장 지배력·수익 기반은 모호
    "쿠팡과 비교는 힘들다"…도약 지점 만들어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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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토스(비바리퍼블리카)가 국내 주식시장 대신 미국 증시 상장을 추진하자 금융투자 업계가 고개를 갸웃거리고 있다. 더 좋은 몸값을 인정받기 위한 선택이겠으나 국내에서 통하지 않는 기업 가치가 미국에서 통할 수 있겠느냐는 것이다. 최대 성공 사례인 쿠팡과 비교했을 때 여러 지점에서 불안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투자업계에 따르면 토스는 미국 시장 기업공개(IPO) 추진을 위해 자문사를 물색하고 있다. 어떤 형태로 상장하건 현지 사정에 밝고 규정에 따라 자격요건을 갖춘 자문사를 선임해야 하기 때문이다. 기존에 주관 지위를 확보한 국내 증권사를 비롯한 자문기관이 입맛을 다지고 있지만, 토스의 사정에 대해선 공감하는 목소리도 전해진다. 

      법무법인 한 관계자는 "쿠팡처럼 미국에 본사를 세우는 식으로 플립(Flip)을 하거나, 미국예탁증서(ADR) 방식을 활용하거나 모두 현지 자문·주관사단을 꾸려야 한다"라며 "주관을 담당하던 국내 증권사들은 아쉽게 됐으나, 국내 법무법인의 보조가 필요하기 때문에 일단은 관심을 표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갑작스럽게 미국 증시 상장을 택한 것을 두고 이런저런 말이 나오지만 취지 자체는 이해한다는 시각도 있다. 토스는 직전 투자유치(시리즈 G) 당시 9조원대 몸값을 인정받았다. 복수의 재무적투자자(FI) 입장을 고려하면 단순 계산으로도 10조원 이상 기업 가치에 상장을 마쳐야 한다. 국내 증시나 한국거래소의 빡빡한 시각을 감안하면 미국행을 택할 수밖에 없다는 평이다. 

      결국에는 몸값 문제로 미국행을 택한 건데, 만만치 않을 거란 우려가 쏟아진다. 금융 플랫폼 상장에 대해 현지 당국의 허들이 낮을 수는 있지만, 몸값은 기관투자자들이 결정하기 때문이다. 국내에서건 미국에서건 10조원 이상의 기업 가치를 납득시켜야 하는 구조 자체는 바뀌지 않는다. 

      토스의 원앱 전략이나 소비자 편의에 대해선 경쟁 금융 플랫폼에 비해 월등히 높게 평가하는 목소리가 많다. 공모자금을 끌어들이려 앱을 잘게 쪼갠 카카오그룹과 비교하면 사업적으로 영리한 전략을 취했고, 제도권 금융사들에 비해 록인효과도 뚜렷하다는 분석이 많다. 

      그러나 지배적 사업자로서 입지를 탄탄히 구축했다고 보는 시각은 제한적이다. 은행, 증권사 등 금융사를 위협할 수준의 집객력이나 시장 점유율을 확보하지 못한 데다 명확한 수익 기반도 확보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송금, 보안, 인증, 자산관리, 상품중개, 투자자문 등 금융 플랫폼으로서 할 수 있는 서비스는 다 갖추고 있지만 관건은 수수료 수익을 얼마나 갖추느냐다"라며 "한국이 유료 서비스 선호도가 낮은 문제도 있지만, 금융당국 허가가 떨어지지 않으면 사업을 키울 수 없는 구조적 한계가 크다. 전자금융거래법도 막혔고, 결국 고만고만한 플랫폼들이 난립한 상태가 유지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토스와 FI 모두 이 같은 점을 의식하고 수년째 활로를 모색하고 있으나 쉽지 않은 양상이다. 수수료 수익 기반을 갖추려면 제도권 금융사들이 쥐고 있는 영역을 뺏어오거나 혁신적인 기술·서비스로 판을 흔들어야 하지만, 경쟁 금융사들의 견제는 물론 당국 관료들까지 이중, 삼중으로 허들을 구축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손병두 전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이 토스인사이트 대표로 자리를 옮겨온 것도 같은 맥락에서 풀이된다. 토스의 주된 사업 영역은 전자금융거래법, 신용정보·금융소비자보호·여신전문금융업법 등 수많은 규제를 통해 관리되고 있다. 주무부처가 금융위원회인 규제들이다. 

      은행권 한 관계자는 "당국에서 토스 같은 핀테크에 사업 기반을 열어주겠다고 하면 금융사들이 지점 영업인력을 줄이겠다고 나올 수밖에 없다"라며 "더군다나 아무리 잘 만든 슈퍼앱도 시중은행은 월급통장 등 형태로 소비자와 직결돼 있어 유의미한 점유율 경쟁도 이뤄지지 않는 모습"이라고 말했다. 

      최대 성공 사례인 쿠팡과 비교하기 어렵다는 시각도 적지 않다. 쿠팡도 적자 상태에서 미국 시장에 상장했으나 토스와는 사정이 많이 다른 탓이다. 

      상장 당시 쿠팡은 적자에도 조 단위 지원을 아끼지 않는 핵심 투자자(비전펀드)를 등에 업고 대기업들의 영역이던 유통·물류시장에서 규모의 경제를 갖추고 있었다. 흑자 전환 가능성에 대해선 물음표가 많았지만 최소한 시장 지배력에선 대마불사에 가까운 지위를 갖춘 채 미국 증시 문턱을 찾았던 셈이다. 

      투자은행(IB) 업계 한 관계자는 "비전펀드라는 든든한 앵커 투자자를 확보하는 것도 회사의 역량이고, 글로벌 사업 기반이 없어도 최소한 국가 하나를 꽉 쥐고 있다는 징표 정도는 갖추고 있어야 해외 투자가들을 설득할 수 있다"라며 "토스를 비롯해 해외 상장을 고려하는 국내 플랫폼 중에서 사실 쿠팡과 비슷한 도약 단계까지 나아간 곳은 없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라고 전했다. 

      결국 토스 스스로 확실한 사업 기반을 갖추는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현지 상장 작업에 수년이 소요되는 만큼 기한 내에 투자가를 설득할 수 있는 한방을 마련해야 하는 셈이다. 

      쿠팡의 상장 작업에 참여했던 한 관계자는 "쿠팡은 상장에 필요한 몸만들기에만 2~3년의 시간을 투입했었다. 현지 상장에 필수적인 인력을 확보하고 기관과의 관계를 쌓는 데에만 그만한 시간이 필요하다"라며 "토스의 경우 채비를 갖추는 것도 중요하겠지만, 투자가들을 끌어들일 만한 확실한 도약 지점부터 확보해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