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고비' 열풍에 '쥬비스' 흔들? 2600억 투자한 스틱인베 가치개선 골머리
입력 2024.11.14 07:00
    2020년 2400억에 인수…이듬해 고점 찍고 하락
    오프라인 네트워크 약화 속 경기 부진까지 겹쳐
    인수금융 일부 상환하고 기업가치 개선 꾀하지만
    편의성 앞세운 비만치료제 '위고비'도 변수 부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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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스틱인베스트먼트가 4년 전 인수한 쥬비스다이어트(이하 쥬비스)의 부진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데이터 기반 다이어트 프로그램을 앞세워 인수 초반은 순항했으나 이후 경기 부진의 직격탄을 맞았다.

      최근 국내에 출시한 비만 치료제 '위고비'가 승승장구하는 등 소비자의 선택지도 늘어난 터라 쥬비스 기업가치 개선 작업이 순탄치만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스틱인베스트먼트는 지난 2020년 말 스페셜시츄에이션2호펀드를 활용해 쥬비스를 약 2400억원에 인수했다. 해당 펀드는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에 집중했는데 쥬비스 역시 빅데이터 기반 개인 맞춤형 다이어트 기업이란 점에 주목했다.

      당시 쥬비스는 유명 연예인들의 체중 감량 사례와 체계적인 다이어트 프로그램이 입소문을 타면서 급격한 성장세를 구가하고 있었다. 스틱인베스트먼트가 경영권을 넘겨받은 이듬해 고점을 찍었다.

      이후 쥬비스는 2022년부터 내리막길을 걸었다. 경영권이 바뀐 후 창업주와 함께 해 온 주력 인사들이 이탈하며 오프라인 네트워크가 위축됐다는 평가다. 경기 부진에 소비자들이 월 수백만원에 달하는 쥬비스의 프로그램을 찾기 부담스러워진 면도 있다.

      쥬비스는 작년 영업적자를 냈고 2021년 338억원에 달하던 상각전영업이익(EBITDA)은 작년 75억원으로 줄었다. 스틱인베스트먼트는 쥬비스를 인수하며 1700억원 이상의 인수금융을 일으켰는데 현금창출력이 줄며 대주단과 맺은 재무약정(커버넌트)을 지키기 어려워졌다.

    • 올 상반기 스틱인베스트먼트와 인수금융 대주단은 협상을 통해 쥬비스 커버넌트에 대한 일시적 적용유예(Waiver)에 합의했다. 스틱인베스트먼트는 올해 인수금융 일부를 상환하며 대주단의 양해를 얻었다.

      스틱인베스트먼트는 작년 쥬비스에 200억원을 증자해줬다. 올해도 다시 유명인을 내세운 광고에 집중하며 기업가치 개선에 힘쓰고 있다. 그러나 경기 환경이 달라지지 않은 터라 인수 때의 청사진을 달성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인수 당시 일부 경쟁사는 스틱인베스트먼트보다 1000억원 이상 낮은 금액을 책정하기도 했다.

      한 기관투자가(LP) 관계자는 "인수 당시부터 비싸게 샀다는 평가가 없지 않았는데 우려가 생각보다 빨리 현실화했다"며 "다이어트에 돈을 쓰려는 수요가 줄면서 쥬비스가 스틱인베스트먼트의 아픈 손가락이 됐다"고 말했다.

      지난달 위고비(성분명 세마글루타이드)가 국내 출시된 것도 변수다.

      위고비는 덴마크 제약사 노보노디스크가 개발한 비만 치료제다. 음식을 섭취했을 때 분비되는 호르몬과 유사한 약물로 식욕을 감소시키는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위고비는 펜 주사기 형태로 주 1회씩 한달에 4번 투약하며 매달 투약 용량을 늘려간다. 국내에선 4회분에 약 37만원으로 출시됐는데 실제 처방 가격은 그보다 높다.

      위고비는 장기간 투약해야 하기 때문에 최종 비용이 적다고 보긴 어렵지만 벌써 화제를 모으고 있다. 비대면 처방 방법이나 처방 성지 등을 공유하는 글이 주목받고 있다. 항상 시간에 쫓기는 자본시장에서도 위고비 사용담이 늘어나는 분위기다.

      한 투자업계 관계자는 "식욕이 생기지 않고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체중이 1주일에 500그람씩 빠진다"고 말했다. 다른 투자업계 관계자는 "주사를 맞고 나면 입맛이 없어서 밥을 먹기 싫을 때의 기분이 든다"고 말했다.

      다이어트를 원하는 소비자들의 선택지가 늘어나며 쥬비스 등 기존 연관 사업자들도 영향을 받게 됐다. 건강관리라는 큰 범주로 묶여 함께 수혜를 볼 가능성은 크지 않다. 소비자들이 편의성 높은 제품을 선택하면 기존 사업자들의 설 자리는 좁아질 수밖에 없다.

      한 컨설팅 업계 관계자는 "경기가 부진해지면서 내수 기반 사업자들은 대부분 상황이 좋지 않다"며 "국내 다이어트 시장의 쥬비스와 글로벌 제약 시장에서 각광 받는 위고비를 한 선상에 놓고 볼 수는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