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SM' 중심 경영에 중병드는 보험사
입력 2024.11.14 07:00
    취재노트
    추정에 의한 실적에 지나치게 민감하다 보니
    보험사들 무리한 영업 나서
    보험사 경영진들 미래보단 현재에 ‘가중치’
    이를 막기 위한 제도적 장치 마련 시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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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IFRS17 도입 이후 보험사들 체질이 오히려 안 좋아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도입 취지가 무색하게 회계는 더욱 복잡해졌고, 회사들은 추정에 의존한 미래이익(CSM)에 몰두하면서 ‘제살 깎아먹기’ 경쟁에 나서고 있다.

      올해 불거진 IFRS17 논란 중 가장 큰 이슈는 ‘실적 부풀리기’ 논쟁이다. 지난해 국내 보험사 53곳의 당기순이익이 전년 대비 4조1783억원(45.5%) 급증해 13조3578억원을 기록해 사상 최대 실적을 보였다. 작년에 특별한 이슈가 생겨서 보험가입이 증가해서가 아니라 새로운 보험회계기준 도입으로 순익을 측정하는 방식이 바뀌었기 때문이다. 

      갑자기 순이익이 크게 급증하자 금융당국에선 ‘브레이크’를 걸었다. 회계처리 방식을 보수적으로 할 것을 요구했고, 이 기조는 아직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상당수 증권사 리서치는 이 때문에 내년 보험업 전망을 '중립'으로 제시하고 있다. 규제관련 불확실성이 크다는 것이다.

      당장 지난 4일에는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이 김소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 주재로 제 4차 보험개혁회의를 열고 ‘주요 계리가정 지침’과 ‘보험부채 할인율 현실화 연착륙 방안’을 논의했다. 특히 논란이 되고 있는 무·저해지 상품에 대한 계리 가정에 대한 지침을 확정할 방침이다. 금융당국에선 보험사들이 판매한 무·저해지 상품 때문에 ‘실적 부풀리기’가 나타나고 있다고 보고 있다. 

      도입 2년에 접어들었지만 이런 논란이 계속해서 이어지고 있는 원인 중 하나라 미래이익(CSM)이 거론된다. IFRS17에선 보험 수익 인식방식이 보험 판매를 통해서 들어올 미래이익을 추정해 이를 상각해서 인식하는 방식을 택하고 있다. 과거에는 보험상품 판매시 이를 해당 판매시점에 수익으로 인식했지만, 보험 상품의 특성상 나중에 보험금이 지급된다는 점에서 수익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한다는 비판에 IFRS17에선 이를 좀더 현실에 맞게 회계처리하도록 한 것이다. 

      하지만 막상 IFRS17이 도입된 이후에는 당초 예상과 다른 방식으로 흘러갔다. IFRS17 도입 명분으로 거론된 투자자에게 정확한 정보 제공 보다는 오히려 혼란이 이어지고 있다. 특히 미래수익을 가정하는 방식에 따른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당국에선 지나치게 낙관적인 가정을 통해서 이익을 산출한다고 지적하고, 보험사는 회사의 자율성에 근거를 두는 IFRS 원칙에 어긋난다고 반박하는 상황이다. 

      그도 그럴것이 어디까지나 ‘미래’에 대한 부분이기 때문이다. 누군가의 주장이 맞다고 단언하기 힘든게 IFRS17 회계의 특징이다. 특히나 보험사 CEO들이 현재에 훨씬 더 높은 '가중치'를 두고 있다는 점은 IFRS17 시행 이후 확인된 '함정'으로 꼽힌다. 미래야 어떻게 되든 현재에 유리하다면 이를 기꺼이 수용 할 수 있는게 보험사와 CEO의 생리가 됐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는다. 

      당국에서 지적하고 있는 무·저해지 상품도 이런 논리에서 보면 이해가 된다. 무저해지 상품은 보험 가입자에게 있어서 중도해지 시 환급금이 없거나 일반상품보다 환급금이 작다. 대신에 보험료가 일반 보험보다 싸기 때문에 보험가입자들에게 유리한 측면이 있다. 보험사들로선 해당 상품을 판매하고 해지율 가정을 통해서 CSM을 늘릴 수 있다. 이런 이해관계가 맞물리면서 무·저해지보험이 대세상품으로 등극했다. 

      일각에선 IFRS17 도입 이전에도 이런 유인은 있었다고 반박할 수 있다. 일테면 과거에는 일시납 저축성보험 판매를 통해서 실적 늘리기를 시도했다. 다만 과거와 현재가 달라진 점은 보험사의 영업행태란 지적이 나온다. 과거에는 실적을 늘리려면 그에 따른 영업비용도 인식해야 했다. 이 때문에 보험사들로선 이익이 늘어난 만큼 비용도 재무제표에 반영해야 해서 ‘묻지마 판매’에 나서긴 힘들었다.

      하지만 IFRS17 하에선 보험판매에 따른 사업비도 전 기간에 따라서 나눠서 인식한다. 과거보다 광범위한 기간에 나눠서 사업비를 인식하다 보니 보험사나 CEO는 과당경쟁을 통해서라도 CSM을 늘릴 수 있는 상품 판매 유인이 강하고, 실제 영업현장에서 벌어지고 있다. 금융당국에서도 이를 인지하고 검토 작업을 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같은 맥락에서 해결 방안으로 지나치게 ‘CSM'만 강조하는 분위기는 개선이 필요하단 설명이다. CSM은 어디까지나 보험사 지표 중 하나이고, 결국은 신계약가치가 얼마나 늘어나는지 등 좀 더 객관적인 자료가 공개되어야 한다는 설명이다.

      금융당국도 문제가 터지면 땜질식 대책으로 일관해왔다는 평이다. 결국 민과 관이 머리를 맞대고 큰 틀에서 보험사 회계 투명성 강화를 위한 방안을 고민해야 불확실성이 해소될 수 있다는 평가다.

      단명하는 보험사 CEO에게 '보험'은 결국 '오늘의 실적'일 수밖에 없다. 이를 중장기적 관점으로 바꾸려면 제도적 장치는 필수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