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미(對美)전략 확실히 굳힌 현대차…실적 증명한 핵심 인사들 대거 승진
입력 2024.11.15 12:16
    정의선 회장 복심 장재훈 사장 부회장으로 승진
    역대급 실적에 인도IPO 실적 인정받아
    호세 무뇨스 사장은 현대차 대표이사에
    트럼프 행정부 출범 앞두고 對美 라인 강화 움직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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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현대차그룹이 최고위급 승진 인사를 단행했다. 현대차가 올해 역대 최고 실적을 달성한만큼 성과에 주안점을 둔 인사란 평가를 받는다.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재출범을 앞두고 대미(對美) 관계에 집중한 모습도 포착된다.

      15일 현대차그룹은 정기 인사를 통해 현재 현대차 대표이사를 맡고 있는 장재훈 사장을 완성차 담당 부회장으로 발령했다. 장 사장의 후임은 미주 권역의 핵심으로 꼽히는 호세 무뇨스(José Muñoz) 사장이 맡는다. 

      현대차그룹 내 부회장 직급은 지난 2022년 사실상 사라졌으나 이번 인사로 부활했다. 

      전기차 전환기를 맞아 지난 수년 간 현대차그룹은 신사업을 축소하고 본업인 완성차에 집중하는 모습을 나타냈다. 이 과정에서 한 때 신사업의 핵심으로 불렸던 구(舊) 전략기술본부 등이 와해됐고 대신 본업이 중심인 장재훈 사장과 기획조정실 인사들에 대한 주목도가 상대적으로 높아졌다.

      이에 힘입어 장 신임 부회장은 지난 2020년 현대차 대표이사 사장이 된 지 4년만에 부회장직에 오르게 됐다. 장 신임 부회장의 승진 배경은 단연 '실적'으로 귀결한다. 실제로 장 부회장이 대표이사로 취임한 이래 현대차는 창사 이래 최대 실적을 경신했다. 

      환율을 비롯한 우호적인 사업 환경이 뒷받침한 것도 사실이나, 코로나 엔데믹과 지정학적 리스크에도 불구하고 안정적인 실적을 거둔 것에 높은 평가를 받은 것으로 보인다. 최근 인도 증시 역사상 최대 규모 기업공개(IPO)로 기록된 인도법인의 상장 역시 장 부회장의 업적으로 기록됐다.

      장 부회장의 후임으로 신임 대표이사 자리에 오르게 된 호세 무뇨스 사장은 현대차 창사 이래 첫 외국인 대표이사로 기록됐다. 

      호세 무뇨스 사장은 현대차의 글로벌 사업의 핵심으로 꼽힌다. 현대차는 2019년 카를로스 곤(Carlos Ghosn) 전 르노닛산 얼라이언스 회장이 퇴진하자 닛산의 전사성과총괄(GPO)을 맡던 무뇨스 사장을 재빠르게 영입했다. 

      최초 대우자동차 이베리아 법인의 딜러로 커리어를 시작한 무뇨스 사장은, 2019년 현대차의 글로벌 최고운영책임자(GCOO) 및 미주권역담당으로 합류한 이후 북미 지역의 최대 실적을 잇달아 경신한 공로를 인정 받았다. 2022년부터는 북미와 유럽, 인도, 중동 등 사실상 글로벌 사업을 총괄했는데 지난해엔 사내이사로 선임되며 정 회장의 신임을 받고 있단 것을 증명했다.

      호세 무뇨스 사장의 대표이사 선임은 현대차그룹의 북미 시장 공략을 가속화하겠단 전략으로도 풀이된다.

      중국과 러시아 등 과거 핵심 거점 국가에 대한 판로 확대가 제한적인 상황에서 북미 시장에 대한 현대차그룹의 집중도는 더욱 높아진 상황이다. 다행히 우호적인 환율 효과가 지속하고는 있지만 트럼프 행정부의 출범을 앞두고 인플레이션감축법(IRA) 등 불확실성 역시 그 어느 때보다 커졌다.

      이미 현대차그룹은 미국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북미 지역 대관라인을 정비해 왔다. 호세 무뇨스 사장 역시 해외 대관 업무에 집중한 인물 중 하나로 꼽힌다. 올해 초엔 전략기획실 산하 조직이던 GPO(Global Policy Office)를 사업부로 격상했고, 현 정부 초대 의전비서관을 지낸 김일범 부사장과 우정엽 전 외교부 외교전략기획관, 김동조 전 청와대 외신대변인을 영입하며 조직을 정비했다.

      현대차그룹의 해외 대관 라인 가운데 또 한명의 핵심으로 꼽히는 성 김(Sung Y. Kim) 전 주한 미국대사는 이제까지 고문역을 맡고 있었으나 내년 1월부터는 사장직을 맡게된다. 부시 행정부부터 오바마·트럼프·바이든 정부에 이르기까지 미 행정부의 요직을 맡았던 성 김 사장은 은퇴 후 현대의 글로벌 통상·정책 대응 전략과 대외 네트워크를 지원해 왔다.

      성 김 사장의 영입 역시 트럼프 행정부 출범에 대응하기 위한 차원으로 풀이된다. 회사 측은 "국내외 정책 동향 분석 및 연구, 홍보·PR 등을 총괄하고, 대외 네트워킹 역량 강화에 주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계열사에서도 사업 실적을 인정 받은 인사들의 약진이 눈에 띄었다. 

      대부분의 커리어를 기아에서 쌓은 최준영 국내생산담당 및 최고안전보건책임자(CSO)는 지난해와 올해 기아의 역대 최고 실적을 바탕으로 사장으로 승진했다. 또 기아타이거즈 대표이사를 겸직하며 올해 KBO정규리그 및 한국시리즈 통합우승을 달성한 점도 인정받았다. 

      현대글로비스의 이규복 대표이사는 사장으로 승진했고, 현대트랜시스 백철승 부사장과 현대케피코 오준동 부사장은 각각 대표이사에 내정됐다. 그룹 지배구조 개편에서 빼놓을 수 없는 현대글로비스는 올해 창사이래 처음으로 인베스터데이를 개최할 정도로 투자자들과의 접점을 늘리고 있다. 현대트랜시스는 노조의 장기 파업으로 한 차례 홍역을 치렀던만큼 백 신임 대표이사에겐 노사관계 안정화 등 현안 해결이 가장 큰 과제로 남게 됐다.

      이번 인사를 통해 현대트랜시스의 여수동 사장, 현대케피코 유영종 부사장, 현대건설 윤영준 사장, 현대엔지니어링 홍현성 부사장은 고문 및 자문에 위촉됐다. 현대엔지니어링은 그룹 내 가장 오랜기간 최고재무책임자(CFO) 자리를 지킨 주우정 부사장이 사장으로 승진해 대표이사를 맡는다.

      주 신임 대표이사는 기아의 역대급 사업실적에 힘입어 재무구조 개선, 주가 부양의 성과를 인정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차그룹의 CFO들은 기업의 사정을 속속들이 들여다 볼 수 있기 때문에 오너 및 CEO의 복심(腹心)들로 채워져 있다. 

      실제로 현대차그룹은 재무부문 핵심 인사들을 계열사 주요 보직에 중용하는 기조가 강한데 앞으로 진행될 후속인사에서 이 같은 기조가 이어질지도 지켜봐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