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자사주 매입, 外人 이탈 막을까?…"지지선은 확인, 추세 상승은 역부족"
입력 2024.11.19 07:00
    10조원 자사주 매입에 6% 깜짝 반등
    全계열사 동반 상승…환원책 기대감
    “경쟁력 제고 방안 빠진 기술적 반등”지적도
    역대 자사주 매입 프로그램에선 外人 이탈 가속
    “주가 방어 위한 추가 환원책은 지켜봐야” 평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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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삼성전자가 10조원 규모의 자사주 매입 및 소각 프로그램을 가동했다. 회사의 발표 이후 주식시장이 즉각 반응하며 주가는 큰 폭의 상승세를 기록했는데, 이 같은 현상이 지속할지는 좀 더 지켜봐야할 것이란 의견이 나온다.

      삼성전자의 10조원 자사주 매입 프로그램은 수 개월째 하락하고 있는 주가의 급한불을 끄기 위한 차원이 강하다는 평가다. 이미 올해 초 3개년 단위 주주환원책을 발표했고 현재는 해외 공장의 공사대금 지급을 보류할 정도로 현금관리에 나선 상황이기 때문에, 대규모 주주환원책이 등장한 것은 수급안정과 투자자들에게 심리적 마지노선을 제시하기 위한 임시처방이란 지적이 나온다.

      최근의 주가 하락은 삼성전자에 대한 사업적 기대감이 꺾인 외국인 투자자들의 10조원이 넘는 대규모 투매에 기인했다. 회사가 자사주를 대거 매입하면 외인의 이탈을 막고, 패시브 펀드를 비롯한 국내외 기관들의 투자 수요를 지킬 수 있단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일단 자사주 매입 전략은 단기간 투자자들에게 호재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국내 증권사들의 전망을 종합하면 이번 자사주 매입은 단기간 주가 상승 또는 추가 하락을 억제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단 평가가 지배적이다.

      국내 A증권사 연구원은 "삼성전자 자사주 매입 후 주가는 단기 상승세를 기록했기 때문에 당분간 주가 반등의 재료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다만 기술적 반등 외에 주가의 추세적 상승, 근본적인 기업가치 제고로 이어지기 위해선 사업적경쟁력이 뒷받침되야 한다는 점도 거론된다. 사업 경쟁력 제고 방안이 포함하지 않은 상황이기 때문에 본원적인 경쟁력 확보가 가시화할 때까지 판단을 다소 유보하는 모습도 나타난다.

      이번 자사주 매입의 배경이 오너일가의 주식담보대출의 마진콜 위기를 벗어나기 위한 전략이란 해석도 나왔다.

      국내 B증권사는 자사주 매입 소각을 추진해 온 인텔과, 자사주 매입을 거의 하지 않는 TSMC를 예시로 들었다.

      해당 증권사 연구원은 "이번 (삼성전자의) 결정이 삼성 일가의 주식담보비율 하락에 따른 추가 담보 부담과 관련 있다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며 "일단 주주가치 제고를 위한 고민이란 점은 긍정적으로 평가하지만, 진정한 주주가치 제고는 결국 회사의 본질적 경쟁력 강화를 위한 혁신과 변화라는 점을 강조한다"고 했다.

      C증권사 연구원 역시 "이번 매입은 주가 5만원의 하방 지지선을 각인시키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장기적인 주가 상승은 주주환원책보다는 주당순이익(EPS) 성장률에 달려 있다. 기술의 근원적 경쟁력을 복원하는 과정에서 투자자들의 믿음도 회복될 것"이라고 했다.

      이번 자사주 매입 전략이 떠나는 외국인들의 발길을 다시 돌릴 수 있을지는 미지수이다. 

      2015년(10월) 삼성전자는 11조3000억원 규모의 자사주 매입을 발표했는데, 자사주 매입 기간 외국인 투자자들의 지분율은 오히려 1%포인트(P) 넘게 감소(39.52→38.27%)한 것으로 나타났다. 2017년(1월)에도 마찬가지로 9조3000억원의 자사주 매입을 발표하자, 매입 기간 내 외국인 지분율이 0.5%p가량 감소했다.

      국내 투자은행(IB) 업계 한 관계자는 "외국인 투자자들과 일부 기관투자가들에는 삼성전자의 투자 비중을 줄일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찾아온 셈"이라며 "사업 전망이 의심받는 상황에서 자사주 매입을 발표하는 것은 회수를 고려하는 투자자들에게 안전한 회수 전략을 마련해 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삼성전자는 자사주 매입 프로그램 외 또 하나의 확실한 주주환원책으로 꼽히는 '배당'과 관련해선 아직 언급하지 않았다. 삼성전자는 올해 초 3개년 주주환원 정책엔 잉여현금흐름의 50% 환원, 연간 9조8000억원 규모의 배당금 지급을 명시하며 매년 잔여 재원을 산정해 정규 배당 외에 추가 환원을 검토하겠단 내용도 포함했다. 

      현재는 삼성전자의 4분기 역시 반등을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는데, 자사주 매입 프로그램에 이어 주가 방어를 위한 추가적인 환원책이 제시될 지도 배제할 수 없단 평가가 나온다.

      D증권사 연구원은 "자사주 매입은 주가 하방 경직성 확보에는 도움이 될 것"이라면서도 "지속적 상승을 위해서는 메모리 업황 개선과 HBM 부문 성과, 어드밴스드 공정 전환 가속화가 필수"라고 짚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