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말린 올해 PEF 출자 시장…내년엔 중대형사 격전 예고
입력 2024.11.20 07:00
    소극적이던 LP들 올해 다시 출자 늘려
    자금 목마른 GP들 뛰어들며 경쟁 강화
    올해 손꼽히는 GP들 펀드 결성 막바지
    내년 중대형 GP에 자금 조달 기회될 듯
    대체 강화 기조에 크레딧펀드 수혜 전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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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올해 사모펀드(PEF) 출자 시장은 여느 해보다 치열한 경쟁 양상을 보였다. 작년까지 출자에 소극적이던 주요 기관투자가(LP)들이 올해 다시 지갑을 열기 시작하자 자금 조달에 목말랐던 운용사(GP)들이 대거 뛰어들었다. 해외에서 주로 돈을 모으던 대형사까지 국내로 눈을 돌리며 경쟁 강도가 높아졌다. 여러 기관이 비슷한 시기에 움직인 터라 운용사들이 전략을 짜는 데 애를 먹었다.

      올해는 프리미어파트너스, 프랙시스캐피탈 등 특화된 전략을 가진 운용사가 좋은 회수 성과를 인정받았다. JKL파트너스는 최근 회수 성과가 아쉽다는 평가 속에도 저력을 보였다. 순항하던 MBK파트너스는 고려아연 분쟁이 본격화한 후 일부 출자 사업에서 고배를 마셨다. 경쟁이 치열했던 터라 선정이 유력하던 운용사가 탈락하는 등 이변도 있었다.

      최근 대형사들의 블라인드펀드 결성 작업은 짧게는 1년, 길게는 2년 이상으로 장기화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이에 출자 콘테스트 한 자리를 잡아둔 것이나 마찬가지인 대형사들이 매년 시장에 모습을 드러냈고, 몇 안 남은 자리를 두고 중대형사들이 다투는 상황이 이어졌다. 유동성 부족과 경쟁 강화라는 이중고를 겪었다.

      내년엔 사정이 조금 다를 것으로 예상된다. 

      MBK파트너스는 작년 6호 펀드 1차 자금 모집을 마쳤고, 한앤컴퍼니는 올해 4호 펀드를 결성했다. IMM PE는 이달 말 로즈골드5호 자금 조달 기한이 끝나고, IMM인베스트먼트는 다음달까지 페트라9호 자금을 물색할 예정이다. 스카이레이크와 스틱인베스트먼트, 맥쿼리자산운용 등도 작년과 올해에 걸쳐 조단위 펀드를 결성했다.

    • 대형 운용사들은 펀드 1차 자금 조달을 마친 후부터 투자에 나설 수 있다. 다만 받아둔 돈은 많은데 시장에 대형 거래가 드물다 보니 자금 소진 부담이 크다. 손꼽히는 대형사 모두 펀드 결성 초기라 펀드 결성이나 회수보다는 자금 소진에 집중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

      지난 수년간 수위권 운용사에 치이던 중대형사 입장에선 내년이 펀드 결성에 나설 절호의 기회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제각각 움직이는 대형 운용사의 PEF 운용 주기가 이렇게 비슷하게 맞아 떨어지는 경우는 드물다. 새로 자금을 모으려는 곳이든, 올해 성과를 바탕으로 덩치를 불리려는 곳이든 내년에 적극 움직일 가능성이 크다.

      한 대형 기관투자가 관계자는 "내년에는 콘테스트마다 이름을 올리던 대형사들의 이름을 보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며 "대형사의 빈자리를 차지하려는 중대형사들의 자금 조달 경쟁이 치열하게 벌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글랜우드PE가 내년에 주목받을 운용사 중 하나로 꼽힌다. 작년과 올해에 걸쳐 PI첨단소재와 CJ올리브영 회수 성과를 냈고, 올해 SK피유코어와 SGC그린파워에 투자하며 소진율을 높였다. 3호 펀드를 결성하기 위해 사전 시장 조사에 나선 상황이다. 국민연금은 올해 글랜우드PE가 출자 콘테스트에 참여하길 원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PEF운용사협의회 회장사인 H&Q코리아도 신규 펀드 결성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 3호 펀드에선 잡코리아 회수 성과가 있었고, 2020년 결성한 4호 펀드로는 현대엘리베이터에 투자했다. 당초 올해부터 5호 펀드 결성을 본격화할 것으로 점쳐졌지만 예상보다는 늦어지는 분위기다.

      통상 투자 기간이 4~5년인 점을 감안하면 2020년을 전후해 블라인드펀드를 결성했던 운용사들도 내년 출자 시장에 적극 뛰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IMM인베스트먼트는 2021년 인프라제9호(6815억원)에 이어 10호펀드를 결성하고 있다. E&F PE는 2021년 결성한 2호 펀드(5264억원) 자금을 모두 소진했다. 올해 시장 상황을 살피며 3호 펀드 결성을 꾀했지만 큰 성과는 없었다.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움직일 전망이다. 최근 반도체 전공정기업 HPSP 매각에 나선 크레센도에쿼티파트너스도 2021년 1조원 이상의 3호 펀드를 결성한 바 있다. 소진 상황에 따라 4호 펀드 결성에 나설 수도 있다.

      최근 기관들이 대체투자에 다시 힘을 싣는 분위기라는 점은 내년에 움직일 운용사들에 긍정적인 부분이다. 시장 불확성이 큰 상황에서 주식과 채권에만 의존해서는 기대수익률을 맞추기 어렵다. 국민연금은 주식과 채권 비중이 높아 대체투자를 늘릴 필요성이 크고, 다른 대형 기관들도 PEF를 비롯한 대체 투자 영역을 늘려야 한다는 데 뜻을 같이하는 분위기다.

      크레딧 분야가 내년 가장 수혜를 입을 것으로 예상된다. 크레딧은 통상 하방위험이 적은 안정적인 투자로 인식되지만 실제 이런 전략을 수행할 운용사는 손에 꼽는다. 수수료율은 낮고, 안정적인 구조를 짜는 것도 쉽지 않다. 이에 올해 크레딧 출자 분야 경쟁률은 높지 않았다. 기관들이 크레딧 분야에 공을 들이고 있어 내년에도 크레딧 운용사들이 수혜를 볼 것으로 예상된다.

      한 PEF 운용사 관계자는 "주요 기관들이 불안한 주식이나 재미 없는 채권을 하느니 크레딧을 늘리겠다고 하고 있다"며 "올해에 이어 내년에도 크레딧 운용사에 좋은 상황이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