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中 무역분쟁 재발 우려 직격타 맞은 국내 증시...내년 전망 '우중충'
입력 2024.11.21 07:00
    트럼프발(發) 정책 불확실성 엄습...국내 경기 전망도 '흐림'
    미중 무역분쟁 재발시 수출 꺾이며 '2019년' 되풀이 공포
    국내 증시 전망 역시 '관세' 이슈 재발 시점 및 강도 중요
    조선ㆍ헬스케어 낙관은 공통...반도체ㆍ자동차엔 '시각차'
    • "솔직히 지난해 이맘때와 비슷한 상황이에요. 낙관론은 찾아보기 힘들고 '하반기엔 나아질 것'이라는 기대감 정도가 남아있죠. 올해 초 갑자기 '밸류업 장세'가 시작되며 기대도 없던 상승장이 찾아왔듯이, 내년에도 전망보다는 대응에 집중할 계획입니다." (한 중견 자산운용사 주식운용본부장)

      내년도 자본시장을 내다보는 금융권의 시선은 지난해 이맘 때만큼 우려로 가득 차있다. 지난해 우려가 경기하강이냐 경기침체냐 사이의 거시경제(매크로)적 고민이었다면, 올해의 고민은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자 개인에 대한 고민에 가깝다는 평가다. 

      관세로 대표되는 보호무역ㆍ반도체전쟁이 어느 정도 수준으로 재발되느냐에 따라 국내 증시는 물론, 환율, 채권시장 등 금융 여건이 춤출 수밖에 없는 까닭이다.

      우선 내년 국내 경기 전망부터가 좋지 않다. 한국은행은 이달 초 올해 국내 GDP(국내총생산) 성장률 전망을 기존 2.4%에서 2.2%로 낮추고, 내년 성장률 전망 역시 2.0%로 0.4%포인트(p) 하향 조정했다. 하나금융연구소는 내년 성장률 전망을 2.1%로 올해보다 낮게 제시했고, KB증권 리서치센터는 1.9%를 제시하며 1%대 성장을 예견했다.

      성장률 하향 전망의 배경은 내수가 침체된 가운데 반도체를 중심으로 한 수출이 피크아웃(고점 후 하락)할 것으로 예상되는 까닭이다. 지난 7월 13.5%까지 올랐던 월 수출 증가율은 지난 10월 4.6%까지 떨어졌다. 

      수도권 부동산 가격 급등 우려로 기준금리 인하 속도가 늦어지며 내수 한파도 지속되고 있다. 한국경제인연합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국내 내수기업 매출액 증가율은 코로나19 이슈가 한창이던 2020년 이후 처음으로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내수의 바로미터로 꼽히는 판매직 고용 역시 올해 10월까지 11만명 급감했다.

      트럼프 미국 공화당 대통령 후보의 당선은 경제 버팀목인 수출마저 꺾일 수 있다는 공포감을 심어주고 있다. 트럼프 후보는 당선 후 보편관세 10%, 대중국 관세 60%를 공약으로 내걸었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에 따르면, 미국이 보편관세 10%를 부과하고 대중국 관세를 25%까지만 올려도 한국의 대미 수출은 13%나 감소할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은 지난 2018~2019년 진행된 트럼프 전 정권 당시 미중 무역분쟁의 최대 피해국 중 하나였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2019년 대중 경상수지 흑자 규모는 전년대비 50% 이상 줄어들며 10년래 최소치를 기록했다. 이후에도 대중 중간재 수출 규모가 줄어들며 무역 흑자폭 자체가 구조적으로 줄어드는 요인이 됐다는 평가다.

      이런 가운데 국내 상장사 이익 전망치는 여전히 낙관론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현재 코스피 상장사의 내년 순이익 전망치는 여전히 225조원에 달한다. 지난해 7월 270조원에서 10% 이상 조정받았음에도, 올해 예상치 180조원 대비 40조원 이상 성장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는 것이다. 

      심지어 이 중 20조원 이상은 반도체 부문 이익 성장치다. 미중 무역분쟁이 본격화하며, 특히 인공지능(AI) 반도체 시장의 패권 다툼이 시작되면 이 같은 낙관론은 급격히 힘을 잃을 거란 전망이 나온다. 미래에셋증권은 "기업 실적에 대한 기대치가 높은 상황"이라며 "올해 3분기 실적 시즌부터 시작된 연간 실적 하향 조정 흐름은 올해 4분기 실적 시즌인 내년 2~3월까지 지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 경제 성장은 정체되고, 이익 전망치는 하향 조정되는 가운데, 국내 증시는 어떤 모습을 보이게 될까. 결국은 관세로 대표되는 미중 무역분쟁의 발발 시점과 강도가 중요하다는 게 중론이다. 

      대부분의 증권사 리서치에서는 내년 코스피 하단을 2250에서 2300으로 꼽고 있다. 2019년 무역분쟁 당시 코스피 저점이었던 주가순자산비율(PBR) 0.75~0.8배를 적용한 수치다. 코스피 밴드 상단으로는 2750~2850선이 제시되고 있는데, 이 역시 무역분쟁 당시 선행 12개월 평균 주가순이익비율(PER) 9.0배를 기준으로 산정한 하우스가 많았다.

      국내 리서치 중 가장 낮은 코스피 하단(2250)을 제시한 아이엠투자증권은 "내년 한국 경제는 대내외로 어려움을 면치 못할 것으로 전망된다"며 "코스피 지수는 2000 중반의 '박스피'에 복귀했으며, 상단을 도전할 강세장은 글로벌 금리 인하가 마무리되고 무역분쟁 리스크가 잦아들며 글로벌 경기가 상승 추세로 전환될 2025년 연말에나 고민해볼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다만 최근 삼성전자에 대한 외국인 매도세로 인해 장중 한때 2400선이 무너지는등 우려가 선반영된 측면이 강하다는 것이 복수 증시 전문가들의 판단이다. '매'를 먼저 맞고 시작하는만큼 내년 흐름은 기대보다 나을 수 있다는 것이다.

      선호 업종에 대한 시각은 대체로 비슷한 상황이다. 이미 '트럼프 수혜주'로 한 차례 조명받은 바 있는 조선ㆍ방산주의 강세는 지속될 전망이다. 주주환원에 우위를 점하고 있는 금융주에 대한 기대감도 적지 않다. 이차전지에 이어 '성장주' 타이틀을 가져간 바이오ㆍ헬스케어 섹터 역시 내년에도 좋은 모습을 보일 거란 전망이 적지 않다. 투자처가 마땅치 않은 상황에서 코스닥 수급이 바이오에 몰릴 수밖에 없을 거란 해석이 뒤따른다.

      다만 대형 수출주에 대한 전망은 일부 엇갈렸다. 반도체와 자동차가 대표적이다. 미래에셋증권은 2025년 2분기부터 경기회복과 함께 레거시 반도체 수요가 회복되며 반도체 업종이 성장 궤도에 진입할 것이란 전망을 내놨다. 자동차 역시 가격에 매력이 있고 주주환원이 기대된다는 입장이다. 반면 아이엠투자증권은 반도체와 자동차 등 관세 관련 불확실성이 남아있는 업종은 2025년 내내 트레이딩바이(Trading buy;단기매수)를 넘어서기 어려울 것이라고 예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