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 바이오사업 매각, 결국 해외 SI 찾아야…실적 사이클ㆍ몸값 맞추기가 관건
입력 2024.11.20 15:42|수정 2024.11.20 15:43
    매각 주관사, 국내외 PEF 등 인수 후보 접촉
    이익 나지만 경기 영향·높은 몸값은 걸림돌
    "온리원 정신 되살리자" 주력 사업 집중 차원
    바이오 매각 자금 어디에?콘텐츠·뷰티 거론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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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J제일제당이 바이오사업부 매각에 나섰다. 예상 몸값이 수조원대가 거론되면서 국내외 대형 사모펀드(PEF) 등 잠재 인수 후보들이 검토에 들어갔다. 사업 특성을 고려하면 SI(전략적투자자) 유치 가능성도 관측된다. 식품 사업과 함께 회사 성장의 한 축을 차지해 온 바이오사업 매각에 나선 것은 CJ그룹이 '주력 사업'에 집중하는 차원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20일 IB 업계에 따르면 CJ제일제당은 모건스탠리를 매각 주관사로 선정해 바이오사업 인수 후보를 찾고 있다. CJ제일제당은 “바이오사업에 대한 다양한 전략적 방안을 검토 중에 있으나, 현재까지 구체적으로 결정된 사항은 없다”고 19일 공시했다. 

      앞서 모건스탠리는 국내외 원매자들을 접촉해 인수 의향을 물어 왔다. 국내외 대형 사모펀드(PEF)들이 인수 제안을 받았고, 일부 해외 전략적투자자(SI)도 자문사의 도움으로 인수를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한 M&A업계 관계자는 “최근 경기가 좋지 않다 보니 국내 SI들이 대형 인수에 나서긴 어려운 분위기고, PEF들도 일부 대형사만 검토하고 있어 해외 SI를 찾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에 CJ제일제당이 매각을 고려하는 그린 바이오 사업은 라이신, 알지닌, 트립토판 등 사료 첨가제용 아미노산과 핵산, TnR 등 식품용 조미 소재를 생산하는 사업이다. 그린 바이오 사업은 전체 바이오 사업 부문의 9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생분해 플라스틱 등 친환경 소재를 개발하는 화이트 바이오와 항체 치료제 등 신약을 만드는 레드 바이오는 미래 사업으로 계속 육성해 나갈 계획이다. 2021년 이재현 CJ그룹 회장은 레드바이오를 '4대 성장 엔진' 중 하나로 정하고 CJ바이오사이언스(구 천랩)와 바타비아 투자를 진행했다. 

      그린바이오 사업부 매각 거래 성사는 몸값이 관건이 될 전망이다. 그린 바이오 사업은 곡물 가격 등 원재료 시황과 육류 소비 수요에 따라 3~5년 주기로 실적 변화가 큰 점은 고려 사항이다. CJ제일제당 바이오 사업부의 최근 5개년 EBITDA(상각 전 영업이익) 평균은 6890억원이다. 매해 5천억원 이상의 EBITDA를 창출하고 있다. 

      최근 수년간 중국 업체들의 저가 공세에 해외 유력 기업들이 손을 뗐고, CJ제일제당이 사료용 아미노산 품목 글로벌 시장 1위에 올랐다. 다만 사료용 아미노산 전체 시장에서 비중이 높은 라이신, 트립토판 등의 품목은 진입 장벽이 낮다. CJ제일제당이 근소한 기술 우위에 있다고 해도 중국의 가격 공세를 감당하기 쉽지 않다.

      한 글로벌 PEF 관계자는 “대기업 빅딜이고 사업부 자체가 나쁘지 않아 검토는 하는데, (그린 바이오가) 경기를 타는 사업이란 점이 걸린다”며 “예상 몸값이 5조~6조원대인데 성장성이 대단히 크진 않고, 회수할 때 ‘어디에 팔아야 하나’를 생각하면 선뜻 나서기 어려운 면이 있다”고 말했다.

      CJ제일제당은 오랫동안 매각을 검토해 온 사료사업부(피드앤케어)도 함께 팔고 싶어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바이오사업과 사업 시너지 효과는 있지만 그 경우 거래 규모가 더 커지고, 원매자의 부담도 더 늘어날 수밖에 없다.

      한 IB 관계자는 “CJ그룹은 이전부터 사료사업부(피드앤케어)도 매각을 타진해 왔는데 이번에는 사업 연계성이 있는 그린바이오까지 묶어서 팔길 원하는 분위기"라며 "다소 급하고 극단적으로 거래를 추진하다 보니 유력한 원매자를 잡아둔 게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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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장에서는 이번 거래가 CJ그룹 사업 재조정의 신호탄이 될지 주목하고 있다. 2025년 정기 임원 인사에서 그룹 내 ‘해결사’로 불리는 허민회 CGV 대표가 지주사 경영지원 대표로 자리를 옮기는 점도 ‘시그널’이란 평가가 있다. 이재현 CJ그룹 회장이 “그룹의 성장 정체 속에서 온리원 정신을 되살려야 한다”는 의지를 보이는 점도 고려된다.

      이번 바이오 매각은 주력 사업 집중을 더욱 공고히 하려는 차원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CJ제일제당도 내수 부진이 이어지면서 이재현 회장의 장남 이선호 CJ제일제당 식품성장추진실장을 필두로 글로벌 확장 행보에 박차를 가하고 있기도 하다. 바이오사업부 매각 대금으로 ‘제2의 슈완스’ 찾기에 나설 것이란 관측이 있다. CJ제일제당은 2018년 건강·기능식 사업 부문인 CJ헬스케어를 1조3000억원에 매각한 뒤 2조1000억원을 투자해 미국 냉동식품 2위 업체 슈완스컴퍼니를 인수했다.

      그룹 내 ‘캐시카우’ 반열에 오른 CJ올리브영도 지속적으로 M&A 시장을 기웃거리고 있다. K뷰티 등 시장이 급성장하면서 여러 뷰티 브랜드가 매물로 나와 있기도 하다. 이에 CJ올리브영도 다수의 브랜드 인수를 고려하는 분위기가 전해져왔다. 다만 올리브영이 국내 유일 H&B로 유통망을 쥐고 있는 점 등을 고려해 시장과 가격 눈높이가 맞지 않은 것으로 파악된다.

      CJ그룹이 추가적인 M&A에 나서기보다는 우선 부진한 계열사 ‘살리기’에 집중할 것이란 관측도 있다. CJ ENM과 CJ CGV 등 엔터테인먼트·콘텐츠 계열사가 실적 개선세를 보이고 있기는 하지만 업황 자체가 침체하면서 시장의 우려가 지속되고 있다. 오랜 기간 동안 자금이 들어간 사업인 CJ라이브시티도 결국 사업이 무산됐다. 

      허민회 대표의 지주사 복귀가 지난해부터 예상됐고, 다른 계열사 CEO들이 올해 내내 수시인사로 교체된 터라 이번 연말 인사에선 CGV를 누가 맡느냐가 주요 관심사였다. 정종민 터키법인장이 신임 대표로 내정됐는데, 영화산업이 계속 부진하니 내부에서 ‘야전사령관’을 앉혔다는 평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