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KR, '위기' 악셀그룹에 투입할 1500억 모았다…목표액엔 '미달'
입력 2024.11.20 16:01
    당초 목표로 했던 2억 유로의 절반 수준 모집…대부분 새 대주단 자금
    국내 대주단은 KKR 불신에 대부분 참여 안 하기로…"업황 개선 불확실"
    KKR, 채권단 75% 동의받아 자율 구조조정 추진...비협조적 대주단 배제(?)
    • (그래픽=윤수민 기자) 이미지 크게보기
      (그래픽=윤수민 기자)

      글로벌 사모펀드 운용사 KKR이 악셀그룹 경영 정상화를 위한 자금 모집에 나섰지만 당초 목표액의 절반 수준을 모으는데 그쳤다. 기존 대주단의 불신이 큰 가운데 새로운 투자자들을 통해 간신히 자금을 마련한 것으로 알려졌다. 

      20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KKR은 최근 부실화 위기에 처한 악셀그룹에 투입할 1억유로(약 1470억원)를 모집했다. 당초 목표했던 2억유로(약 2950억원)의 절반 수준이다. KKR은 악셀그룹의 실적이 급격히 악화되자 대주단에 인수금융 채무 탕감을 요구하며, 최선순위로 신규 자금을 투입하는 '레스큐 리파이낸싱'까지 제안했다. 레스큐 파이낸싱은 해외에선 고금리 급전 개념으로 쓰인다. 

      모집 초기에는 5000만유로도 모집이 어려웠던 것으로 전해진다. KKR이 대주단과의 충분한 협의 없이 갑작스럽게 채무 탕감과 추가 자금 투입을 요구한 까닭이다. KKR은 지난해부터 악셀그룹의 실적이 급격히 악화됐음에도 "회사 경영에는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고수해왔다. 그러다 상황이 심각해지자 데이터룸을 통해 "채무재조정에 들어간다"며 일방적으로 통보해 대주단의 반발을 샀다.

      결국 KKR은 기존 대주단 대신 새로운 투자자들을 통해 자금을 조달했다. 악셀그룹의 회생 가능성을 낮게 평가한 일부 대주단이 손실을 감수하고 대출채권을 헐값에 매각하자, 부실 자산 투자를 전문으로 하는 투자자들이 새롭게 대주단으로 유입된 것이다. 해당 사안에 정통한 관계자는 "이들은 저렴한 가격에 채권을 매입한 만큼 추가 자금 투입 여력이 있다"며 "이렇게 1억유로라도 모을 수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라고 설명했다.

      초기부터 대출을 실행한 국내 대주단은 대부분 KKR의 제안을 거절했다. KKR의 악셀그룹 운영 능력과 소통 방식에 불신이 커진 탓이다. 한 대주단 관계자는 "현재 경영진과 스폰서가 그대로인 상황에서 근본적 변화를 기대하기는 어렵다"라며 "업황 개선이 불확실한 가운데 이번 자금으로 당장의 유동성 위기를 모면하더라도 이른 시일 내에 추가 자금 조달이 필요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KKR은 현재 대주단의 75% 동의를 얻어 간편채권재조정(Simplified Debt Restructuring Scheme)을 진행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기업과 채권자가 협의를 통해 채무조정, 자금 유치 등의 구조조정을 하는 것으로 자율 구조조정과 유사한 개념으로 알려진다. 

      대주단 75%가 동의하면 법원 신청 절차만으로도 진행이 가능하다. KKR은 처음부터 75% 동의를 얻는 것을 목표로 부채탕감안을 대주단에 설득했다. 업계에서는 KKR이 비협조적인 대주단을 배제하고 자체적인 구조조정을 진행하려 한 건 아닌지 의구심을 표하는 목소리도 있다. 

      문제는 워터폴(우선순위에 따라 수익분배) 방식이 적용되면서 중순위 이하 채권의 경우 전액손실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점이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KKR이 채무재조정을 일방적으로 강행하려 하고 있다"며 "레스큐 파이낸싱 투자자들을 최우선순위에 두고 순차적으로 변제할 경우, 중순위인 국내 대주단은 대출금을 회수하기 어려울 수 있다"라고 말했다. 

      한편 영국 KKR은 이달 초 국내 대주단이 채무재조정안을 반대한다는 의사를 전달했음에도 아무런 후속 조치를 하지 않고 있다. KKR의 이같은 대응으로 국내 금융권에서는 향후 KKR 관련 거래를 기피하는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최근 한국 KKR이 에어프로덕츠 인수금융 참여를 타진했을 때 다수의 금융사가 거절한 것으로 전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