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빌리티 주가는 매수청구가 횡보
로보틱스, 매수청구가 괴리율 확대
실익따진 주주들 대거 청구에 나설 수도
일단 현금으로 대응…"차입시 재무부담 가중" 지적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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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그룹 지배구조 개편에 대한 금융당국의 승인 여부가 초읽기에 돌입했다. 두산은 지난 7월 처음으로 지배구조 개편 계획을 발표한 이후 6차례 증권신고서를 정정했는데 22일까지 금융감독원의 정정요구가 없으면 현재의 분할·합병안이 확정된다.
증권신고서의 효력이 발생한 이후부턴 주주총회의 문턱을 넘어야 하는 과제가 남는다. 주총을 통과하더라도 주주들의 주식매수청구권 행사 규모가 회사측이 제시한 규모를 크게 넘는다면 그룹은 전략을 수정해야 한다.
주총 통과 여부는 아직 장담할 수 없지만, 분할·합병의 주체인 두산에너빌리티와 두산로보틱스의 대주주(㈜두산 및 특수관계인) 지분율이 상당히 높다는 점에서 통과 가능성이 높게 점쳐지고 있다.
회사의 분할·합병 사안은 주주총회 특별결의, 즉 전체주주의 3분의 1 이상 및 참석 주주의 3분의 2 이상의 동의가 필요하다. 이미 전체주주의 3분의 1이상 요건은 충족했는데 주주들의 주총 참석률에 따라 통과 여부가 결정날 것으로 보인다.
분할·합병에 반대하는 주식매수청구권 규모는 변수가 될 수 있다.
두산에너빌리티 주주들이 주식매수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는 가격은 2만890원, 두산로보틱스는 8만472원이다. 두산에너빌리티는 한도를 최대 6000억원, 두산로보틱스는 5000억원으로 설정했다.
두산그룹의 지배구조 개편 발표 이후 두산에너빌리티의 주가는 한 때 주식매수청구 가격을 하회했는데, 현재는 유사한 수준에서 횡보하고 있다. 현재 주가가 유지한다면 주식매수청구 규모가 예상보단 크지 않을 수 있단 평가도 나온다. 시가보다 낮은 수준에 주식매수청구권을 행사할 유인이 크지 않을뿐더러 장외거래로 분류돼 양도소득세를 부과받는 부담도 갖게 되기 때문이다.
분할·합병의 최대 수혜 기업으로 거론됐던 두산로보틱스는 애초 주총 통과와 주식매수청구 규모에 대한 부담이 상당히 적을 것으로 예상돼 왔다. 다만 최근 들어 국내 증시가 큰 폭의 내림세를 기록하면서 테마주로 분류된 두산로보틱스의 주가 역시 크게 하락했고 그룹 차원에서 마냥 안심할 수만은 없는 상황이 조성되고 있다.
현재 두산로보틱스의 주가는 최근까지 6만원대 초반에 머물러 있었는데 현재는 6만8000원 수준에 형성돼 있다. 주식매수청구가격과의 괴리율은 20~30% 수준이다. 보유한 주식의 평균 단가가 현재 주가 수준인 주주들이라면 주식매수청구를 통해 확정 수익을 거둘 수 있다.
두산로보틱스의 소액주주는 전체 주식의 약 25%(약 1640만주)를 보유하고 있다. 주식매수청구가격(8만472원) 기준 총 1조3000억원 규모다.
물론 모든 소액주주들이 매수청구에 나설 것으로 보긴 어렵고 또 합병 후 두산로보틱스의 성장성을 높게 평가하는 주주들을 주식을 계속 보유할 가능성도 배제할 순 없다. 또 주총 일정이 미뤄지면서 기존 주주들 상당수가 이탈했다는 점 역시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
다만 현재와 같은 주가가 주총 전후까지 이어진다면 주요 기관투자가들과 개인투자자들 상당수가 실익을 따지고 매수 청구에 나설 것이란 전망이다.
국내 자산운용사 한 관계자는 "두산로보틱스는 지배구조 개편의 수혜가 예상됐던 기업으로 주총 또는 주매청 이슈에서 다소 벗어나 있었으나, 최근의 주가 흐름을 고려하면 매수청구 규모가 크게 늘어날 수 있을 것으로 본다"며 "(우리 기관이) 보유하고 있는 로보틱스 주식에 대해선 주총 전후까지 주가 흐름을 지켜본 후 반대표 행사 또는 주매청 행사 등을 고려할 것"이라고 밝혔다.
주주들의 주식매수청구에 대해서 두산에너빌리티와 두산로보틱스는 일단 보유 현금으로 대응한다. 9월 말 기준 두산에너빌리티의 보유 현금은 약 3800억원, 두산로보틱스는 약 3200억원이다.
만약 이를 초과하는 규모의 매수청구가 접수되면 금융기관에서 차입을 통해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분할·합병을 관철하기 위해 차입을 일으켜 자금소요에 대응한다면, 각 회사의 재무상태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당초 그룹 차원에서 발표한 구조개편의 시너지 효과가 희석할 수 있단 지적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