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당 25만원' 수수료 등장…연말 인사 앞두고 격화된 KB-NH證 회사채 경쟁
입력 2024.11.25 07:00
    NH證, HUG 1개 리츠당 25만원 수수료 제시에
    KB證 "불건전 영업" 반발…사장단도 모니터링
    HUG 1.2兆 물량에 임원인사 전 역전 노리는 NH
    고려아연 등 대형거래서 고전한 KB는 '당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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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증권사들의 회사채 주관 경쟁이 전례 없는 수준으로 격화되고 있다. 증권사들이 금융감독원에 제출하는 분담금보다 낮은 수준의 '건당 25만원' 수수료까지 등장하면서 증권가도 술렁이는 분위기다. 

      연말 '초저가 영업'을 둘러싼 이번 갈등은 연말 임원 인사를 앞둔 KB증권과 NH투자증권 IB(투자은행)부문간 자존심 대결로 비화되는 양상이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NH투자증권은 최근 주택도시보증공사(HUG) 산하 4개 허브리츠의 4900억원 규모 회사채 발행 주관사 입찰에서 총 100만원 가량의 수수료를 제시했다. 한 리츠당 약 25만원이라는 파격적인 금액으로, bp(1bp=0.01%) 기준으로 환산하면 0.002bp에 불과하다. 이는 발행할 때마다 금융기관이 금감원에 내는 감독분담금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더욱이 HUG 허브리츠의 경우 직전 수요예측에서 미매각 사례가 있었음에도 이례적인 저가 입찰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업계의 이목을 끌었다. 증권사가 부담해야 할 리스크 대비 수수료가 지나치게 낮다는 평가다. 입찰에 참여한 KB증권 측은 1bp 수준의 수수료를 제시한 것으로 전해진다. 

      증권업계는 NH투자증권의 이번 초저가 영업이 연말 부채자본시장(DCM) 순위 역전을 노린 것으로 보고 있다. NH투자증권이 이번 HUG 리츠 건 외에도 HUG의 신종자본증권 7000억원 단독 주관까지 맡았다. 1조2000억원 규모의 HUG 회사채가 모두 발행될 경우, KB증권의 회사채 왕좌 1위 자리를 위협할 수 있는 상황이다. 

      3분기 누적 기준으로 KB증권(11조5560억원)과 NH투자증권(9조5683억원)의 일반 회사채 주관 실적 차이는 2조원 미만이다. 양사 고위 임원들은 이 격차를 매일같이 모니터링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KB증권은 내부적으로 '불건전영업'을 주장하며 즉각 반발하고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연말 인사를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NH투자증권의 공격적인 영업이 KB증권에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했던 까닭이다. 다만 회의 결과 가격 결정 과정엔 문제가 없었다는 입장으로 귀결됐다. 허브리츠 회사채 발행도 계획대로 진행될 전망이다.  

      올해 증권가 최대 거래로 꼽히는 고려아연 건에서도 KB증권은 아쉬움을 남겼다. KB증권은 올해 여름 CP(기업어음) 거래로 고려아연과 관계를 쌓았음에도 불구하고, 공개매수 대표주관 수임에서 미래에셋증권에 밀려 공동 주관에 그쳐야 했다. 

      반면 NH투자증권은 MBK파트너스와 영풍그룹의 고려아연 주식 공개매수 과정에서 실적을 쌓았다. NH투자증권은 자금 대여에 따른 이자수익과 주관 수수료 등으로 상당한 수익을 올릴 것으로 관측된다. KB증권이 일반 회사채 공모마저 NH투자증권에 밀릴 경우, 연간 IB 실적 전반에 영향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사안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KB증권 IB부문에선 올해 DCM 시장 1위 자리를 지켜야 한다는 부담이 크다"며 "내부에서는 상당한 위기감이 조성됐다"고 말했다. 

      양사 기업금융 부문 임원들은 이번 실적 경쟁 결과가 인사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그중에서도 NH투자증권은 지난해 '윤병운 체제' 출범 이후 첫 정기 인사를 앞두고 있어, IB부문 허리급 임원들의 세대교체가 이뤄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는 분위기다.

      때문에 업계 관계자들은 연말 주관사 선정 과정에서 양사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보고 있다. 통상 연말이 비수기인 것과 다르게 올해는 남아있는 대형 딜도 상당하다. GS리테일과 여천NCC 등 기업들의 회사채 발행도 대기 중이고, 보험사들의 신종자본증권과 후순위채 발행이 예정돼 있다. KB증권과 NH투자증권은 이들 물량을 놓고 치열한 수주전을 벌일 것으로 예상된다. 

      금융투자업계의 한 관계자는 "한국해양진흥공사, 한국해외인프라도시개발지원공사(KIND) 등 사례에서 '1bp 수수료'의 벽이 깨졌던 것처럼, 이번에도 주관사에 불리한 공공채 선례가 만들어질 수 있다"며 "연말 인사를 앞두고 실적에 대한 부담이 커지면서 무리한 수주 경쟁이 벌어지는 양상"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