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병가액 심사 강화에...스팩 합병 상장도 철회 '러시'
입력 2024.11.27 07:00
    거래소 문턱 넘기 어려워진 스팩 합병 상장
    올해 상장 철회한 스팩 상장 기업만 11곳
    "직상장도 스팩 통한 우회상장도 어려워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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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직상장에 이어 스팩(SPAC·기업인수목적회사) 합병 상장 기업들도 줄줄이 철회를 결정하고 있다. '파두 사태' 이후 밸류(기업 가치) 산정 심사를 강화하고 있는 금융당국의 기조가 스팩합병 상장으로까지 확산한 모양새다. 

      2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들어 스팩 합병을 진행하다 철회한 곳은 총 11곳에 달한다. 이달에만 스팩 소멸합병 상장을 추진하던 기업 두 곳이 철회했다. 지난 13일에는 KB제25호스팩과 합병을 추진하던 줄기세포 기업인 미라셀이, 7일에는 KB제21호스팩과 합병 예정이던 식품·조미료 제조업체 시아스가 예비심사를 철회했다. 

      스팩 합병 철회가 늘어난 이유는 금융당국의 '현미경 심사'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개인투자자들과 기존 주주들을 보호 목적 아래, 합병 산정가액을 꼼꼼히 들여다보고 있다는 설명이다. 특히 거래소보다 금감원의 심사가 더 강화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스팩 합병을 통한 상장은 직상장과 달리 기관투자자 대상 수요예측과 일반투자자 대상 청약 등의 절차가 없어 절차가 비교적 간편하고, 직상장보다 증시 진입이 쉽다. 이에 소규모 기업들이 스팩 합병을 통한 상장을 선택하는 경우가 많다. 다만 해당 절차가 부재하다 보니 합병 기업의 가치가 부풀려질 여지가 있다는 점이 한계로 꼽혀 왔다.

      IPO 업계에선 스팩 주주들이 합병법인의 가치가 고평가됐다는 의견을 내는 경우도 늘어났다고 입을 모은다. 스팩 합병을 위해선 발행 주식 수 3분의 1 이상 승인을 얻고, 주주총회 출석 주주 3분의 2 이상이 동의해야 하는데, '반대' 의사를 표명하는 주주들이 늘어났다는 설명이다. 

      통상적으로 IPO 시장이 경색되면 스팩 합병을 통한 우회상장에 대한 수요가 높아지는데 스팩 합병 또한 쉽지 않아졌다는 평가다. 

      최근 10~11월 신규 상장한 기업들 중 더본코리아와 위츠를 제외한 기업 대부분은 주가가 급락한 상황이다. 공모주 시장 반등이 당분간은 어려울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는 가운데 금융당국의 심사 허들이 높아지자 스팩 합병 열기도 기대하기 어려워졌다는 것이다. 

      현재 증시에 상장된 스팩만 100개가 넘는 만큼 합병 기업을 찾지 못해 상장 폐지되는 스팩들이 늘어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스팩은 상장 후 3년 동안 합병기업을 찾지 못하면 상장폐지를 위한 청산 절차에 들어간다. 이 과정에서 발기인과 증권사들 또한 손실을 피하기 어렵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예년에 비해 거래소가 합병가액 산정 부분을 깐깐하게 들여다 보는데, 거래소를 통과한 딜도 금감원에서 제동을 거는 경우도 많다"며 "아무래도 금융당국은 민원에 가장 예민할 수밖에 없는데 최근 고평가 민원이 많고, 스팩은 수요예측 절차가 없다보니 밸류가 뻥튀기 될 공산이 있어 그 부분을 우려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