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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 상황이 얼마나 안좋길래 월드타워까지 내놨나?”
지난 27일 롯데그룹 낸 보도자료 기반 기사에 대한 대중들의 평가다. 시중은행 보증을 통한 롯데케미칼 회사채 신용 보강을 목적으로 롯데월드타워를 담보로 제공한다는 내용이다.
애초에 그룹의 의도는 롯데케미칼의 회사채 기한이익상실(EOD)은 없을테고, 회사의 유동성 문제도 없을 것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싶었을 테다. 하지만 이렇게 공개적으로 ‘월드타워’ 카드를 꺼내면서 의도는 변질되기 시작한다. “그룹의 심장부를 내놨다”, “그룹의 상징이 담보도 잡혔다” 등등 자극적인 기사 제목들이 유통되기 시작했고 시장을 넘어 대중은 롯데의 위기를 믿고 있다.
월드타워뿐만 아니다. 지금 상황은 팔 수 있는 거는 다 팔겠다는 분위기다. 롯데렌탈은 매각주관사 선정여부가 거론되고 있다. 롯데쇼핑은 롯데백화점 부산 센텀점 매각을 시작으로 롯데백화점 일산점, 부산 동래점의 폐점도 언급되고 있다. 롯데쇼핑은 또 15년만에 7조6000억원 규모의 보유 토지 자산에 대한 재평가에 나선다. 매각하기 쉽지 않은 롯데캐피탈 매각 얘기도 나오고, 그룹의 근간이라고 할 수 있는 식품 부문도 종류별로 개별 매각 가능성이 언급되고 있는 실정이다. 그러다보니 이런 얘기로 이어진다.
“이것저것 다 판다고 하니 유동성 위기가 맞았나보다”
과거 롯데와 딜을 해봤던 시장 관계자들이 봤을 땐 이런 상황이 낯설다. 최대한 정보가 밖으로 새나가지 않게 입단속을 꽤나 잘하던 그룹이었다. 그런데 지금은 밖에서 얘기하는 것은 그렇다치더라도 내부에서 공식적으로 월드타워 담보를 언급하고 있다. 그만큼 급하다는 걸 반증한다고 보고 있다.
이런 조급증은 롯데그룹에 대한 냉정한 평가로 이어진다.
‘롯데=부동산’이라는 공식은 시장에서 롯데를 평가하는 데 있어 절대적인 존재였다. 이를 담보로 잡고 매각을 해서 지금의 위기설을 벗어난다고 쳤을 때 롯데는 시장에서의 우위를 잃을 수밖에 없다. 급한 쪽이 지는거다. 앞으로 매각하려는 자산을 제값에 받을 수 있을까 의구심이 일어난다.
그리곤 애초에 롯데그룹의 산업 경쟁력은 뛰어나지 않다는 평들도 이어진다. “B2C 기반 그룹이 기존 마인드로 B2B를 하려다 한계에 봉착했다”, “인수합병(M&A)으로 덩치를 키웠지만 핵심 기술은 없고 대부분 범용성 제품들에 그친다”, “미래를 관통할 사업이 보이지 않는다” 등등 앞으로에 대한 청사진을 그리기 쉽지 않게 됐다.
그룹이 아무리 객관적으로 정보를 전달하고 싶어도 받아들이는 이는 그렇지 않기 때문에 주관적 해석을 탓할 수도 없다. 그리고 이 모든 얘기가 인사 발표 전에 나왔다. 누가 그림을 짰고, 누가 실행을 하고, 누가 책임을 질지는 아무도 모른다. 이 정도면 롯데의 위기설은 누가 키웠다고 해야 할까.
28일 롯데그룹은 정기인사를 발표했다. 지주의 경영혁신실과 사업지원실을 통합, 그룹 컨트롤타워 역할을 맡기기로 했다. 그리고 그 수장에는 노준형 부사장을 사장으로 승진시켜 앉혔다. 오너 3세 신유열 전무는 미래성장실장 부사장으로 승진했다. 또 임원 규모를 대폭 줄이고 조직도 슬림화해 의사결정 속도와 생산성을 높이겠다고 밝혔다. 위기 수습도 얼마나 빨리 해낼지 지켜볼 일이다.
입력 2024.11.29 07:00
Invest Column
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24년 11월 28일 14:32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