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계그룹이 이마트와 ㈜신세계의 ‘각자도생’을 공식화하면서 계열분리의 핵심으로 꼽히는 쓱닷컴(SSG닷컴) 향방에 관심이 모인다. 기존 투자자들을 엑시트(회수)시키고 새 투자유치를 완료하면서 ‘급한 불’은 끈 가운데 이후에는 본격적으로 그룹 내에서 지분 정리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앞서 10월 말 신세계그룹은 2025 임원 정기 인사를 발표하면서 이마트와 백화점의 계열 분리를 공식화했다. 정유경 신세계백화점 총괄사장은 ㈜신세계 회장으로 승진했다. 

계열분리 공식 선언을 했지만, 실제 진행되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완전한 계열 분리를 위해서 신세계그룹은 공정거래위원회에 계열 분리 심사를 받아야 한다. 공정위가 심사를 진행한 뒤 계열분리를 공식 승인하면 절차가 마무리된다. 통상 공정위의 계열 분리 심사는 2~3달 정도 소요된다. 공정위 심사가 완료되면 백화점 부문과 이마트 부문은 별개의 기업집단으로 공정거래 관련 규제를 적용받게 된다.

신세계그룹이 공정위의 계열 분리 요건을 맞추기 위해선 사전 정리가 필요한데, 핵심은 ㈜에스에스지닷컴(SSG닷컴)지분 정리다. 이외에는 신세계그룹이 수년간의 증여와 주식 교환을 통해 계열분리를 위한 밑 작업을 해놓은 상태다.

신세계그룹은 2014년 신세계몰, 이마트몰 등으로 분산돼 있던 계열사 온라인 쇼핑몰을 SSG닷컴으로 통합했다. 이후 그룹 내 온라인 사업을 한데 모아 전담하는 법인을 신설해 온라인 사업에 박차를 가하기로 했다. 

이에 이마트와 신세계(백화점) 내 온라인 사업 부문을 각각 물적분할해 법인으로 만들고, 이들을 다시 합쳐서 합병 신설법인인 SSG닷컴을 만들었다. 어피니티에쿼티파트너스와 BRV캐피탈매니지먼트 등 FI(재무적투자자)로부터 1조원을 유치했다.

공정거래법상 친족 기업 간 계열 분리를 하려면 상장사 기준 상호 보유 지분이 3% 미만이어야 한다. 비상장 계열사는 지분 10% 미만이 기준이다. 임원 겸임과 자금 대출도 없어야 한다. 현재 이마트와 신세계가 공동으로 지분을 갖고 있는 계열사는 SSG닷컴이 유일하다. SSG닷컴 지분은 이마트가 45.6%, 신세계가 24.4%를 갖고 있다.

현재 SSG닷컴이 비상장사인 점을 고려할 때, 만약 공정위 기준에 맞춰 이마트가 SSG닷컴 1대 주주를 유지할 거면 ㈜신세계로부터 약 15% 지분을 가져와야 한다. 반대로 ㈜신세계가 SSG닷컴을 자회사로 두려면 이마트로부터 약 36%를 가져와야 한다. SSG닷컴이 사업상 연관이 더 많은 부문이 백화점보다는 이마트인 점을 감안하면, 한쪽으로 지분을 모은다면 이마트 쪽이 될 것이란 관측이 많다.

올해 상반기 SSG닷컴 상장이 지연되면서 회수가 늦어지자, FI의 매수청구권(풋옵션)을 두고 신세계그룹과 FI들이 갈등이 있었다. 신세계그룹은 연내 FI 지분을 1조1500억원에 되사기로 FI와 합의하고 자금 마련에 나섰다. 이달 SSG닷컴 지분 30%를 새 FI인 금융사들에 매각했다. 아직 구체적인 계열분리 계획이 수립된 것은 아니지만 분리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FI 문제를 먼저 푼 것으로 파악된다.

양측의 자금 부담을 최소화하려면 지분을 나눠서 가져갈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다. 지분을 나눠 가지게 된다면, 과거 ㈜SSG닷컴이 탄생한 방법을 반대로 진행하는 안이 유력하다. 즉, 지금의 SSG닷컴을 물적분할하고, 지분을 교환한 뒤, 다시 각자의 모회사에 붙이는 방법이 있다.

다만 이 방식은 지금까지 만든 시너지 효과를 다시 포기하는 효과가 될 수 있다. 아울러 금융사 FI로부터 지배구조 변경에 따른 동의도 받아야 하므로 번거로울 수 있다는 지적이다.

한 M&A 업계 관계자는 “이커머스가 다 어렵기 때문에 어느 한쪽이 다 가져가기 싫어할 수도 있고, 다 가져갈 수도 있지만 그럴 경우에는 이마트가 가져갈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며 “기존 FI들 엑시트 하면서 급한 불은 꺼서 시간 벌었고, 쓱닷컴 지분 정리는 시간이 좀 있으니 새 FI인 금융사들 동의를 받든지 그때 다시 리파이낸싱을 하든지 여러 안을 살필 것으로 보인다” 말했다.

SSG닷컴 지분 정리 외에는 이명희 총괄회장 지분 정리도 완료돼야 계열분리와 경영권 승계가 마무리된다. 정용진 회장은 3월 그룹 회장으로 승진했고, 두 달 뒤 공정위는 공시대상기업집단 지정 결과를 발표하며 이명희 총괄회장을 동일인으로 지정했다. 이 총괄회장이 여전히 신세계그룹을 실질적으로 지배하고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 회장은 이마트와 신세계 지분 각각 10%씩 갖고 있다. 이 총괄회장의 지분은 추후 증여 등을 통해 정리할 것이란 관측이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