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놓을 것 찾는 롯데, '대어' 내놓은 CJ…내년 대기업發 '큰 장' 군불때기
입력 2024.11.28 17:11
    롯데, 유동성 위기 불거지며 계열사 매각 검토
    아직은 '시장 체크' 분위기…인사에 관심 집중
    CJ제일제당,바이오사업 '대어' 매각 본격 추진
    "내년 SK 거래도 더 나온다" 시장 기대감 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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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유동성 위기설이 불거진 롯데그룹이 계열사 매각 등 전방위적으로 유동성 확보에 나서고 있다. CJ그룹도 ‘그룹 모태’인 바이오사업 사업부 매각에 나서며 조단위 딜에 시동을 걸었다. 

      연말 인사가 마무리되고 내년 초부터는 본격적으로 딜(거래)들이 시장에 출회될 것으로 관측된다. 대기업발 일감이 쏟아질 기대가 오르며 사모펀드(PEF) 및 IB(금융투자) 업계에서도 대비에 들어갔다. 

      28일 투자업계에 따르면 롯데그룹은 비주력 계열사 매각을 위해 잠재 원매자들과 접촉 중이다. 구체적인 매각 대상과 일정 등이 정해지지 않았지만, 롯데그룹이 최근 재무 위기설이 불거진 만큼 그룹 내에서도 ‘가능성을 열어두고’ 시장과 소통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당장의 위기설은 잠재웠지만 확실한 ‘캐시카우’가 없는 상황이 계속되면 ‘롯데의 위기’는 반복될 것이란 시선이 많다. 호텔롯데는 지방 호텔 등 6조원 규모의 자산 유동화에 나섰고, 롯데백화점은 부산의 센텀시티점 매각에 돌입했다. 

      최근 국내 렌터카 1위 및 종합 렌탈 기업인 롯데렌탈 매각설도 떠올랐다. 22일 롯데렌탈은 “외부로부터 롯데렌탈 지분 매각에 대한 제안을 받았으나 현재까지 구체적으로 결정된 바는 없다”고 공시했다. 이에 대해 롯데그룹 관계자는 “당장 적극적으로 매각에 나서기보다 시장에서 제안한 것들을 들여다보겠다는 의미”라고 밝혔다. 

      이미 앞서부터 롯데렌탈 등 계열사의 매각 가능성이 IB 업계에서 거론된 바다. 롯데 측에 여러 매각 제안이 이어졌는데, 롯데그룹이 부동산 등 활용할 자산들이 많다는 점 등을 고려해 ‘아직은 괜찮다’는 입장을 보이며 구체적인 진행이 이뤄지지 못한 것으로 전해진다. 

      잠재 매각 대상으로는 롯데렌탈과 롯데캐피탈 등이 꼽혀왔다. 롯데렌탈은 계열사 중 ‘알짜’로 꼽히기는 하지만 PEF들 입장에서는 고려해야 할 지점들도 많다. 롯데캐피탈은 주주구성이 단순하고 꾸준한 영업이익을 기록하는 곳으로, 신유열 전무가 롯데캐피탈 임원들에게 보고를 받는 등 직접 챙겨온 애정(?)이 포착되기도 한 바다.

      한 PEF 업계 관계자는 “시장에서 롯데를 둘러싸고 군불을 때고 있지만 일단 그룹 인사가 나와봐야 내부 검토를 거쳐서 본격적으로 딜이 나올 것”이라며 “지금은 시장 반응을 체크하기 위한 수준이고, 다들 내년 초 본격화할 것으로 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시장의 시선은 그룹 인사 이후로 쏠린다. 롯데그룹은 28일 이사회를 소집해 주요 계열사 인사를 확정했다. 최근 2년간 12월 초중순에 인사를 냈지만, 긴박한 상황을 고려해 조기 쇄신에 나선 것이다. 업계에서는 롯데가 세대교체에 방점을 찍을 것으로 예상했고, 실제로 신 회장의 장남인 신유열 롯데지주 미래성장실장(1986년생)이 부사장으로 승진했다. 

      롯데그룹은 전체 계열사 최고경영자(CEO) 21명을 교체하고 임원 22%가 퇴임하는 등 역대 최대 규모의 임원인사를 단행했다. 롯데 측은 인사에 앞서 이미 지주 임원 일부를 계열들로 내려온 것으로 전해지는데, 지난해 연말 쇄신 인사를 단행하고 올해 고강도 긴축을 예고했던 SK그룹도 지주 인력들을 타 계열사들로 옮긴 바 있다. 

      한 글로벌 PEF 관계자는 “롯데도 인사를 봐야 할 것이고, SK그룹도 인사가 끝나면 딜이 더 나올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CJ그룹도 ‘초대형 대어’를 내놨다. CJ제일제당은 전체 영업이익의 30%를 책임지는 바이오 사업부문(그린바이오)의 매각을 추진하고 있다. 몸값은 수조원이 거론된다. CJ그룹은 앞서부터 일부 원매자들을 접촉해 왔고, 최근 연말 인사를 단행하고 본격적으로 시장 분위기를 살피고 있다. 

      그린바이오 사업 부문은 현재 제안을 받은 칼라일,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 등 일부 글로벌 PEF들이 인수 검토에 들어갔고, 국내에서는 MBK파트너스도 내부 검토에 들어간 것으로 전해진다. 딜 규모상 펀드 중 잠재 원매자는 한정적이라는 분석이다. 펀드 이외에도 해외 SI(전략적 투자자)등의 참여 가능성이 거론된다.

      CJ 측이 사료제조업 자회사인 CJ피드앤케어(F&C)도 정리에 나설 것으로 관측된다. 사료사업은 이미 수년 전부터 CJ 측이 자문사들을 통해 여러 차례 비공개로 매각을 추진해 온 바다. 일부 글로벌 PEF와 해외 SI가 인수를 검토했고, EBITDA 10배 이하의 몸값이 논의됐으나, 성사되지 못했다.

      올해 CJ그룹은 수시인사로 계열사 CEO 교체하고, 자산 유동화에 나서며 내부 정비를 이어갔다. CJ ENM은 7월 PRS(주가수익스왑)방식으로 넷마블 지분 5%를 매각해 2500억원을 확보했다. CJ CGV는 해외법인 CGI홀딩스 FI들의 소수지분 일부를 되사면서 투자자와의 갈등을 일시적으로 봉합했다. 

      연초에는 CJ올리브영 2대 주주인 재무적투자자(FI) 글랜우드PE 지분 일부를 되사는 거래도 진행했다. FI로부터 되사는 지분 절반은 자사주로, 절반은 금융사의 사실상 리파이낸싱(자본재조정)을 통해 매입했다. 

      한 M&A 업계 관계자는 “CJ올리브영이 현금이 충분하기 때문에 전부를 매입할 수도 있지만 법적으로 배당가능 이익이 적기 때문에 절반만 매입했고, 1~2년 후에는 100% 회사가 매입할 수 있을 정도의 실적을 내고 있어 대주주 입장에서는 IPO보다 좋은 상황일 수 있다”고 말했다. 

      CJ ENM의 OTT인 티빙과 SK스퀘어의 웨이브 합병 딜은 진행 중이다. 27일 CJ ENM은 티빙과 웨이브의 사업결합을 위한 전략적 투자를 실행했다고 밝혔다. CJ ENM과 SK스퀘어는 각각 1000억원, 1500억원을 웨이브에 투자했다. 양사가 웨이브가 새롭게 발행한 전환사채(CB)를 취득하는 방식이다. 웨이브의 CB 만기가 이달 28일이지만 합병이 마무리되지 않아 해결 방안에 관심이 모인 바다. 

      CJ ENM과 SK스퀘어 양사는 주주 동의를 기반으로 남은 통합 절차를 진행한다는 계획이다. 웨이브의 주요 주주인 지상파 방송 KBS·MBC·SBS가 최근 동의로 합의했고, 티빙 주주인 SLL도 동의하는 방향으로 결정했다. 

      티빙의 주주인 KT 측은 아직 동의를 확정 짓지 않았다. 티빙은 CJ ENM이 49%를, KT 자회사인 KT스튜디오지니가 13.5%를 갖고 있다. KT 측은 시즌과 티빙이 합병할 때보다 훨씬 낮은 몸값이 거론되는 것과, 웨이브와 합병 시 현재 자사 IPTV(인터넷TV) 번들 상품 등이 타격을 받을 가능성을 두고 고심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한 업계 관계자는 “CJ그룹은 사업부 매각 등을 통해 사업 재조정에 나서고, 안정적인 3세 승계를 위한 방향에 집중할 것으로 관측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