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격 맞추기 쉬워졌지만...매각가 적정성 논란 불가피
배임·부당지원 리스크에 효성티앤씨 거래구조 고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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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성화학 특수가수 사업부를 사모펀드(PEF)에 매각하려는 계획이 무산되면서 계열사가 대신 인수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매각 가격이 걸림돌이었던 만큼 상대적으로 의사를 조율하기 쉬운 계열사와 거래를 하겠다는 것인데 이 역시 녹록지 않은 길이 될 전망이다. 너무 낮은 가격에 팔면 효성화학의 재무 개선 효과가 없고, 직전에 확인된 시장 가격보다 비싸게 팔면 인수자의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
29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효성티앤씨가 효성화학의 특수가스(NF3) 사업부 인수를 추진 중이다. 당초 사모펀드인 IMM프라이빗에쿼티·스틱인베스트먼트 컨소시엄에 매각을 추진했으나, 가격 협상이 난항을 겪으며 중단된 것으로 전해졌다.
컨소시엄은 특수가스 사업 거래 가격을 1조3000억원으로 정하고 가격 제한 폭은 500억원으로 묶었다. 이후 반도체 경기 부진 우려가 커지며 한도를 넘어 가격이 낮아지기 시작했고 종국에는 8000억원대로 떨어졌다. 부채비율이 1만%에 육박하는 상황에 적어도 1조원이 필요했던 효성화학은 외부 매각을 포기하고 계열사 매각으로 선회했다. 매각 적정 가치를 지키겠다는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한 투자은행(IB) 관계자는 "효성화학 특수가스 사업 매각 거래는 무산됐고, 그룹 안에서 해결책을 찾는 것으로 방향이 잡혔다"고 말했다.
그룹 내 거래는 외부와 거래할 때보다 협상을 진행하는 것이 수월하다. 그렇더라도 매각 가격의 적정성을 두고 논란이 불거질 수는 있다.
1조원대 매각가는 시장이 평가하는 특수가스 사업부의 가치와 상당한 괴리가 있다는 지적이다. 효성화학 특수가스 사업부의 지난해 상각전영업이익(EBITDA)은 600억원 수준이다. 1조원이란 기업가치를 산출하려면 EBITDA 멀티플을 20배 가까이 적용해야 하는데, 이는 평균 수준을 크게 웃도는 수치다. 컨소시엄과 협상 때도 과도한 거래배수란 평가가 있었다.
효성티앤씨가 효성화학의 편의를 봐주는 방식의 거래가 되면 계열사 부당지원과 배임 이슈가 불거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특히 효성티앤씨 주주들의 반발이 예상된다는 분석이다. 이미 시장에서 한참 낮은 가격이 확인된 상황에서 효성화학에 유리한 거래를 하면 경영진 배임 혹은 계열사 부당지원 의혹이 불거질 수 있다.
반대의 경우도 고민이 될 수밖에 없다. 매각가가 시장 기대치를 밑돈다면 헐값 매각 논란과 함께 외부 매각 중단의 적절성에 의문이 제기될 것이란 예상이다. 효성화학의 재무구조 개선에도 큰 득이 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 관계자들은 과거 계열사간 거래에서 오히려 헐값 매각이 더 큰 쟁점이 됐던 사례가 많다고 지적한다.
이런 가운데 효성티앤씨는 법적 리스크를 최소화하면서 적정 가격을 도출할 수 있는 다양한 매각 구조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가격 논란을 피하기 위한 방안으로 일부 지분을 외부 매각하는 안도 거론되는 것으로 전해진다. 구체적인 거래 구조를 정하지 않은 채 우선은 시장에서 자금조달 상황을 모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먼저, 효성화학 베트남 법인인 효성비나케미칼 대주단에 자금조달 참여 의향을 묻는 것으로 파악된다. 국내 금융사들이 효성비나케미칼 대출금 회수에 애를 먹고 있어 특수가스 사업부 매각을 강력히 희망하고 있는 까닭이다. 효성비나케미칼은 효성화학 부실의 주된 원인으로, 효성화학은 약 8000억원의 효성비나케미칼 신디케이티드론을 내년까지 분할 상환해야 한다.
하지만 인수금융 조달에는 난항이 예상된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특수가스 사업부가 효성화학의 캐시카우라는 점에는 의문의 여지가 없지만, 효성티앤씨가 조단위 기업을 인수 할 수 있을지, 그 재무체력에 대해선 의문이란 설명이다. 효성티앤씨는 지난 2022년 차입금의존도가 37%까지 올랐다가 작년 32%로 소폭 줄었는데, 향후에도 35%를 넘는다면 신용등급이 하향될 수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