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심(姜心)'에 달린 농협금융 인사, 이석용 행장 교체 전망 속 이석준 회장 거취는?
입력 2024.12.02 07:00
    강호동 중앙회장 의중에 달린 연말 인사
    이석용 행장 후임으로 '경남' 출신들 거론
    임추위에 강 회장 추천 비상임이사 포함
    NH證 대표 갈등 빚은 이석준 회장 거취?
    이 행장·이 회장 모두 교체는 부담 관측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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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농협금융지주가 연말 인사를 위한 절차를 진행 중인 가운데, 올해를 끝으로 임기가 만료되는 이석준 농협금융지주 회장과 이석용 농협은행장의 거취에 관심이 몰린다. 현재까지 이 회장과 이 행장 모두 연임이 힘들거란 관측이 우세하다.

      후임 인사를 두고는 강호동 농협중앙회장 주변 인물들이 거론되고 있다. 금융당국이 한 차례 중앙회의 지주와 은행에 대한 인사 개입을 최소화하라고 경고했지만, 중앙회가 금융당국의 소관이 아닌 까닭에 추가적으로 개입하기 힘들다는 분석이다. 결국 농협금융의 인사는 강 회장의 의중에 달려있단 평가다.

      27일 금융권에 따르면 농협금융지주는 내달 중 임원후보추천위원회(임추위)를 열고 자회사 대표이사 후보를 추천할 것으로 알려졌다. 농협금융은 통상 12월 중순경 지주 이사회를 개최하고 행장 등 자회사 대표이사 후보를 발표해왔다.

      자회사들 중 금융권의 이목이 가장 쏠리는 곳은 농협은행이다. 이석용 농협은행장은 올해 12월 31일 자로 임기가 끝나는데, 연임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농협은행은 올해 3분기까지 최대 실적을 기록하는 등 우수한 성과를 냈지만, 금융사고가 발목을 잡았다. 올해 8월까지만 업무상배임 3건, 횡령 6건, 금융실명제 위반 1건 등 총 10건의 금융사고가 발생했다.

      이석용 행장이 공식적으로 연임 포기 의사를 밝히지는 않았지만, 업계에서는 연임이 불가하다는 것을 기정사실화하고 있다. 이석용 행장이 전임 회장 시절의 인사인만큼, 영향력을 높이려는 강호동 중앙회장이 측근 인사를 앉히려 할 것이란 분석이다. 금융사고에 따른 명분도 충분한 상황이다.

      이석용 행장 후임으로는 강호동 중앙회장의 측근 인사들이 거론되고 있다. 강태영 NH농협캐피탈 부사장과 강신노 농협은행 리스크관리부무 부행장, 최영식 농협은행 기업금융부문 부행장 등이 하마평에 오르내리고 있는데, 이들은 모두 강 회장과 동향인 경남 출신들이다.

      강태영 부사장은 경남 진주 출신으로, 1991년 농협중앙회에 입사해 2012년 농협은행으로 자리를 옮겼다. 인사팀장과 정부서울청사지점장, 종합기획부 전략기획단장 등을 거쳐 올해 2월 NH농협캐피탈 부사장에 취임했다. 

      강신노 부행장은 경남 의령 출신으로, 전략기획부와 기획조정팀장, 광화문금융센터장을 지냈다. 2017년 농협중앙회에서 상호금융재무기획단장으로 재임했고, 2018년 농협금융지주로 자리를 옮겨 홍보부장과 기획조정부장을 역임했다. 

      최영식 부행장은 경남 하동 출신으로 농협은행에서 금융기획부 팀장과 산청군지부 지부장, 감사부 국장, 경남영업본부 본부장 등을 역임했다. 지난해 여신심사부문 부행장으로 승진했고, 올해 기업금융부문 부행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강호동 중앙회장은 외부의 시선을 크게 의식하지 않고 소신대로 '공격적'인 인사를 시행해왔다는 평가다. 이미 취임 이후 한 차례 인사를 통해 선거캠프 인사들을 요직에 임명했지만, 연말 인사를 통해 내부 장악력을 더 높이려 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강 회장의 공격적 인사 기조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가 류길년 전 신용보증기획부 국장을 비서실장으로 임명한 것이다. 류 비서실장은 경남 합천 출신으로 강 회장과 동향인데, 통상 핵심 요직인 비서실장 자리에는 지역 안배를 고려하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강 회장은 전례를 따르지 않았다.

      강 회장은 올해 국정감사에서도 소신을 드러낸 바 있다. 지난달 국회 국정감사에서 주요 보직에 캠프 출신 '낙하산' 인사가 임명됐다는 지적에 강 회장은 "캠프 출신이라기보다는 저와 마음을 나눈 분들"이라고 답변하기도 했다.

      한 국회 관계자는 "연말 인사가 끝나면 농협 내 강호동 회장의 영향력은 더욱 커질 것"이라며 "국회와 당국에서 지나친 인사 개입과 관련해 경고는 했지만, 농협이 지역사회에 미치는 영향력을 고려할 때 국회에서도 섣불리 문제를 제기하기 힘들다"라고 말했다.

      현재 농협금융지주 임추위는 6명이다. 이윤석 사외이사가 위원장을 맡았고, 김익수 지주 부사장, 박흥식 지주 비상임이사(광주비아농협 조합장), 길재욱·이종백·이종화 지주 사외이사 등이 참여하고 있다.

      외형상 중앙회의 입김 없이 독립적으로 운영되는 것처럼 보이지만, 비상임이사가 중앙회장이 추천한 인사다. 그동안 지주 비상임이사는 중앙회의 입장을 전달하는 역할이 컸고, 박흥식 이사 역시 강호동 회장이 추천한 인사다. 이사회 내 비상임이사의 영향력은 막강한 것으로 전해진다. 강 회장 입장에서는 인사 개입에 대한 책임론에서 일정 부분 자유로우면서 비상임이사를 통해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

      결국 이석용 행장이 강 회장 측근으로 교체가 유력할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시선은 이석준 농협금융지주 회장의 거취로 모인다. 이석준 회장과 강호동 회장의 사이가 '껄끄러운' 것은 공공연한 사실이지만, 이 행장과 이 회장을 동시에 측근 인사로 교체하는 것은 부담이라는 평가도 적지 않다.

      강 회장은 올해 초 NH투자증권 대표 선임 과정에서 이석준 회장과 갈등을 빚은 바 있다. 강 회장은 당시 캠프 인사인 유찬형 전 농협중앙회 부회장을 대표로 추천했지만, 이 회장이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농협지주 회장이 연임한 사례가 많지 않은 만큼 이 회장의 연임도 힘들 것이란 시각이 많지만, 강호동 회장 입장에서도 행장과 지주 회장을 모두 측근으로 교체하는 것은 부담이 클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