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본보기 될라…당국 킥스 압박에 '조달 비상' 걸린 한화생명
입력 2024.12.02 07:00
    연말 최대 8000억원 후순위채 발행에 이어
    내년 초 5000억원 추가 조달까지 검토 중
    現 킥스비율 164%인데…당국선 175%선 압박
    해외부동산 손실에 치고 올라오는 신한라이프
    킥스 정착 첫해 감독당국 칼날 시험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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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한화생명이 연말 회사채 비수기에 최대 8000억원 규모의 자본확충에 나선다. 내년 초 최소 5000억원 규모의 추가 조달까지 준비하면서, 한 달 간격으로 대규모 자금 확보에 나서는 이례적 행보다. 금융 당국의 지급여력비율(K-ICSㆍ이하 킥스) 압박이 배경이란 분석이 나온다.

      27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한화생명은 올해 연말 최소 4000억원 규모의 후순위채 발행을 추진하되, 시장 수요에 따라 최대 8000억원까지 증액할 계획이다. 10년 만기 5년 콜옵션(조기상환권) 조건으로, 금리는 4%대 중반으로 책정됐다. 대표 주관은 KB증권과 NH투자증권이 맡았다.

      이번 발행이 성사될 경우 한화생명의 올해 하반기 자본성 증권 발행 규모는 1조5000억원에 달하게 된다. 앞서 한화생명은 지난 7월 5000억원, 9월 6000억원 규모의 신종자본증권을 각각 발행했던 바 있다.

      한화생명은 내년 초를 목표로 최소 5000억원 규모의 추가 조달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시장에서는 한화생명이 현재의 회사채 시장 호황을 틈타 조달 규모를 최대한 확대하려 한다는 관측이 나온다. 4%대 중반의 금리를 감안하면 연간 이자비용만 1000억원에 가까워지지만, 선제적 자본확충이 불가피하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앞서 한화생명은 올해 8월 장교동 사옥을 한화리츠에 넘기면서 매각 차익 약 2800억원을 실현했지만, 동시에 해외 상업용 부동산 투자에서 1400억원의 손실이 발생하며 그 효과가 반감됐다.

      생보업계 관계자는 "내년 금리 인하 국면이 본격화되면 채권 매수세가 급감할 수도 있다"며 "조달이 시급한 보험사일수록 지금 선제적으로 조달에 나서야 한단 분위기가 강하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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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한화생명의 잇따른 자본확충은 금융 당국의 킥스 비율 관리 강화 기조와 무관치 않다. 현재 한화생명의 K-ICS 비율은 약 164.5%로, 금융당국 권고치인 150%는 상회하고 있다. 다만 당국은 대형 보험사들에 대해 최소 175% 이상을 유지하라는 입장을 내비친 것으로 전해졌다.

      한화생명은 지난 19일 미국 증권사 벨로시티 지분 75%를 2500억원에 인수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회사 측은 이번 인수가 K-ICS 비율에 미치는 영향이 1%포인트 내외로 제한적일 것이라는 입장이지만, 자본확충이 시급한 시점에서 인수대금이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경쟁사인 신한라이프의 킥스 비율이 200%를 상회하는 상황도 부담이다. 최근 생명보험업계는 삼성생명, 한화생명, 교보생명으로 이어지는 '빅3' 체제에서 신한라이프가 급부상하며 경쟁이 심화되고 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통상 우량 보험사들의 경우 K-ICS 비율이 최소 180% 이상이어야 한다는 입장"이라며 "당국의 경과조치(유예 장치)를 적용받은 교보생명을 제외하면 규모가 큰 회사일수록 200%에 가까워야 당국 눈총을 피할 수 있다는 게 중론"이라고 전했다.

      특히 당국이 최근 무·저해지보험 해지율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면서, 연말부터 보험업권 전반에 보험계약마진(CSM) 및 킥스 비율 하락이 예상된다. 당국은 이를 둘러싼 보험사들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내년 검사 1순위"라며 강경한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당국은 올해를 새 회계제도 정착의 원년으로 삼겠다는 의지가 강하다. 이에 대형 보험사들을 대상으로 한 감독이 한층 엄격해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경쟁사인 삼성생명의 킥스 비율이 200%를 넘기고 있어, 업계에선 한화생명이 첫 시험대에 오를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한화생명 측은 "연초 발행은 확정된 것이 아니며, 7월까진 차환 성격의 조달이었고 올해 9월부터 킥스 비율을 위해 자본확충을 늘리고 있다"며 "지난 실적발표때 밝혔듯 대형사로서 킥스 비율 170% 중반은 반드시 달성해야 한다는 목표를 실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