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진스 사태 등과 겹치며 주가는 하락세
"법적 문제 없다"지만…시장 신뢰도 하락
"카카오 꼴 나는것 아니냐" 주주들 우려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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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최대 엔터테인먼트 기업 하이브가 '오너 리스크'에 출렁이고 있다. 하이브가 상장할 당시 막대한 투자 차익을 실현한 사모펀드(PEF) 운용사들이 방시혁 의장과 수익을 나누는 이면 계약을 맺었고, 이러한 사실이 증권신고서에 기재되지 않은 점이 드러나면서다.
최근 소속 레이블인 어도어와 걸그룹 뉴진스와의 내홍 등 악재가 겹치며 하이브 주가가 약세를 보이는 가운데 주주들은 하이브가 '제 2의 카카오'가 될 가능성에 우려를 표하고 있다.
2일 하이브 주가는 내내 하락세를 보이다18만9800원으로 마감했다. 이날 장 초반에도 하이브 주가는 4% 가까이 하락하며 약세를 보였다. 소속 레이블인 어도어의 걸그룹 뉴진스가 전속계약을 해지하겠다고 선언한 것과 더불어, 방시혁 하이브 의장이 상장 당시 PEF와 비밀 계약을 맺었다는 논란이 불거진 여파로 해석된다.
최근 방시혁 의장이 2020년 하이브 상장 당시 스틱인베스트먼트, 이스톤에쿼티파트너스(이스톤PE), 뉴메인에쿼티 등 PEF와 투자 이익을 30% 공유하는 ‘언 아웃(earn-out)’ 주주 간 계약을 체결했던 사실이 논란이다. 상장 직후 사모펀드의 대규모 차익실현이 주가 하락을 불러와 소액주주 피해로 이어졌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 계약의 내용은 하이브가 제출한 증권신고서에 기재돼 있지 않았다. 한국거래소와 금융감독원 등 심사 당국은 방 의장과 PEF가 맺은 주주 간 계약의 존재를 파악하지 못하고 있었다고 알려진다.
방 의장은 상장 이후 PEF로부터 약 4000억원을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하이브 측은 해당 금액의 절반가량을 세금으로 납부했다는 입장이다. 방 의장은 2016년 하이브의 유상증자에 참여하며 하이브 경영권을 강화했고, 2022년 미국 로스엔젤레스(LA) 베벌리힐스 고급 저택을 매입하기도 했다.
하이브와 PEF, 상장 주관사 등은 사전에 여러 번 법률자문을 받아 법적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거래소나 금융감독원에 보고해야 할 ‘중요사항’도 아니라는 입장이다. 하이브 IPO 대표 주관은 NH투자증권·한국투자증권·JP모간이 맡았고, 미래에셋증권이 공동 주관사다. 하이브는 대형 로펌인 김앤장·광장·태평양·율촌 등과 전속 법률 자문 계약을 맺고 있다.
다만 논란이 커지며 금융감독당국이 이들의 비공개 계약에 문제점이 있는지 살펴보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법적으로는 문제가 없더라도 투자자 판단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안이었는지 여부를 검토하겠다는 것이다.
언 아웃 계약은 자본시장에서 일반적인 사항에 속한다. 기업을 사고팔 때 인수자 측이 기업 경영권을 싼값에 사는 대신, 이후에 일정 성과를 달성해 기업 가치가 뛰면 매각자 측에 추가로 수익을 지급하는 계약이다.
과거 셀트리온헬스케어도 초기 투자자인 싱가포르 국부펀드인 테마섹 등 재무적투자자(FI)와 차익을 일부 공유하는 언 아웃 계약을 통해 수익을 얻은 바 있다. 이 같은 이익공유 계약 내용은 수면 아래 있다가 셀트리온헬스가 회계처리 이슈 등 여러 가지 의혹에 대해 해명하면서 내용이 공개된 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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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방 의장이 투자자들과 맺은 계약은 규모와 대상, 배분 방식 등이 이례적이라는 것이 업계 중론이다. 대주주들은 PEF 등 투자자들에게 지분을 싼값에 되살 수 있는 콜옵션을 요구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대주주가 하방 리스크를 막아주는 차원에서 콜옵션을 받고, 이는 대주주 지분 변동 사유가 될 수 있어 증권신고서에 기재해야 한다는 시각이다.
한 IPO 업계 관계자는 “언 아웃 계약은 일반적인 사항이긴 하지만, 방 의장이 자기 지분을 파는 것이 아니라 기존투자자들이 지분을 다른 투자자에게 넘기는 거래에서 ‘제3자’인 방 의장이 포함된 것은 이례적”이라며 “이례적인 구조와 불법 여부와 별개로 상장 당시 회사와 주관사가 해당 계약 내용을 알고도 증권신고서에 기재하지 않은 점 등이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 PEF 업계 관계자는 “해당 거래에서 방 의장은 역할이 없는 사람인 건데 이익을 공유하는 것은 업계에서도 특이한 구조의 계약이다”라며 “PEF 입장에서는 딜을 따내기 위해 이러한 구조를 제안했을 수는 있을 텐데, 과연 숨긴 것이 ‘옳은지’는 따져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이브가 ‘오너 리스크’가 본격화하면서 카카오와 비슷한 행보를 보인다는 평가도 나온다. 카카오 또한 ‘카카오톡’ 메가히트 상품으로 화려하게 시장에 데뷔했고, 이후 PEF 등 자본시장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덩치를 불렸다. 이 과정에서 김범수 카카오 의장은 ‘재벌 3세’가 아닌 창업자로 한때 국내 기업인 중 자산 순위 1위에 오르기도 했다.
방시혁 의장도 방탄소년단(BTS)이라는 메가히트 상품을 탄생시킨 후 적극적인 M&A로 회사 덩치를 키웠다. 방 의장 본인도 자본시장 거물 반열에 올랐다. 하이브도 여러 악재가 겹치며 주가가 고점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는데, 카카오도 김범수 의장의 사법 리스크 등 잡음이 지속되면서 주가 또한 좀처럼 회복되지 못하고 있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카카오도 여러 투자자를 유치하면서 기업가치 하락이 문제가 됐었고, 계열사 상장 이슈가 쌓이면서 ‘문어발 상장’ 논란이 커졌었다”며 “급속도로 덩치가 큰 기업들이 시장을 대상으로 사실상 ‘갑질’을 해왔고, 자본시장에 대한 시장과 주주들의 눈높이가 올라가면서 이러한 대주주 이슈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회사 측이야 법률 자문을 당연히 거쳐 문제없다고 보겠지만, 왜 상장 당시 대주주와 관련된 이런 핵심 계약 건을 시장에 공개하지 않았는지는 아쉬운 지점”이라며 “하이브 상장 당시에야 IPO 시장이 워낙 좋아서 문제가 커지지 않았지만, 최근 주가가 계속 떨어지다보니 주주 등 시장에서도 이런 대주주 관련 이슈에 예민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