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생명 인수 추진도 안갯속…금감원 압박 변수
불법대출 악재에 자본건전성까지…조직 불안감 확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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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금융지주가 자본비율에 발목이 잡혔다. 중장기 밸류업 방안 이행 여부도 지켜질지 미지수다. 현재 추진중인 동양생명 인수도 상대적으로 낮은 자본비율 때문에 제동이 걸릴 수 있다. 손태승 전 회장 불법대출에 가려져 있었지만 회사의 자본건전성 문제가 수면위로 부상하고 있다.
3일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금융의 보통주자본비율(CET1)이 12%대 밑으로 떨여졌다. 우리금융의 3분기말 총자본비율, 보통자주자본비율, 기본자본비율은 15.63%,11.96%, 14.18%로 전분기 대비 각각 0.30%포인트, 0.08%포인트, 0.18%포인트 하락했다.
3분기말 자본비율 수치가 하락하면서 야심차게 발표했던 중장기 밸류업 정책이 이행될지에 대한 의구심이 커졌다. 당초 밝히 바에 따르면 우리금융은 내년까지 CET1비율을 12.5%로 개선해야 한다. 이를 위해 연말까지 CET1 비율이 12.2%까지는 올라야 한다. 한 분기만에 CET1 비율을 0.2%포인트 이상 올려야 하는데 특단의 대책 없이는 힘들다는 평가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사실상 대출을 늘리지 않아도 보통주 자본비율을 늘리기 쉽지 않다”라며 “금융당국에서도 자본비율 산정 방식까지 살펴보고 있는터라 한 분기만에 수치를 급격하게 올리긴 쉽지 않다”라고 말했다.
우리금융으로선 당장 동양생명 인수에 비상이 걸렸다. 우리금융은 그간 동양생명을 인수하더라도 CET1 비율엔 영향을 최소화 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CET1 비율이 떨어지고 있는 시점에선 동양생명 인수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
더군다나 경쟁사 대비 낮은 자본비율로 인해 동양생명 인수에 부정적이었던 투자자들의 불만이 폭발할 수 있다. 중장기 밸류업 목표를 제시했을 당시에도 일부 투자자들 사이에서 반신반의 하는 움직임이 있었지만, 그럼에도 일단은 믿어보자는 기류가 강했다. 하지만 3분기말 자본비율을 보고 회사에 대한 불신이 커지고 있다.
금감원의 압박도 변수다. 금감원은 우리금융 종합검사를 진행하면서 자본비율에 대해서 살펴본 것으로 전해진다. 자본비율이 기준에 못 미칠 경우 경영실태 평가에서 3등급을 줄 수 있다. 이 경우 규정상 동양생명을 자회사로 편입 하는 심사 통과가 힘들어질 수 있다.
이렇게 되면 임종룡 우리금융지주 회장이 추진하려던 역점 사업이 사실상 대부분 막히게 되는 셈이다.
이 때문에 조직의 피로도도 상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룹 전체적으로 영업에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고 더불어 손 전 회장 불법대출 문제로 압수수색까지 받으면서 구성원들의 동요가 상당하다. 이런 가운데 인사시즌이 겹치면서 뒤숭숭한 분위기가 이어지고 있다.
다른 금융권 관계자는 “손태승 전 회장 불법대출에 이어 자본비율 이슈까지 불거지면서 내부적으로 상당히 뒤숭숭하다”라며 “직원들이 느끼는 부담감이 상당하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