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증시 상장 국내 관련주 줄줄이 4~5%대 급락
국회서 계엄 해제 결의 후 낙폭 축소...韓 ETF -1.6%
정부, 유동성 무한 공급 결의...4일 증시 영향 관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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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3일 밤 긴급 담화를 열고 비상 계엄을 선포하며 밤새 금융시장이 요동쳤다. 45년만의 계엄에 원화가치가 급락하며 원달러 환율은 급등했고, 한국 관련주는 급락했으며, 국내 투자자들의 유동성이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는 가상화폐 시장도 요동쳤다.
윤 대통령은 3일 밤 용산 대통령실에서 긴급 담화를 열고 "종북 세력을 척결하고, 자유 헌정 질서를 지키기 위해 비상 계엄을 선포한다"고 선언했다. 헌법 제 77조에 따른 계엄령은 대통령이 선포할 수 있으며, 가장 최근의 계엄은 45년 전인 1979년 10ㆍ26 사태로 박정희 당시 대통령이 암살된 직후 선포된 계엄이었다.
4일 오전 1시 국회에서 긴급 본회의가 열려 출석 190명ㆍ찬성 190명으로 계엄 해제 요구안이 가결됐다. 이어 오전 5시 대통령이 주재한 국무회의에서 계엄 해제 요구안을 받아들이며 상황이 해제됐다. 그럼에도 불구, 정치적 불확실성이 증폭되며 금융시장은 불안감을 드러냈다.
이날 계엄이 선언된 직후 글로벌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장중 한때 전일 대비 39원, 2.6% 이상 급등한 1443원까지 치솟았다. 이는 지난 2022년 9월 미국의 가파른 기준금리 인상으로 인한 달러 강세 현상으로 원달러 환율이 장중 1440원선까지 급등했던 이후 2년 만에 최고치이며,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고치에 가깝다.
계엄이 해제된 후 오전 7시 원달러환율은 상승폭을 상당 부분 반납했지만, 여전히 전 거래일 종가 대비 11원 높은 1415원선을 오르내리고 있다. 심리적 마지노선인 달러당 1400원을 크게 넘어선 수치다.
뉴욕 증시에 상장된 대표적인 국내 증시 관련 상장지수펀드(ETF)인 아이셰어즈MSCI사우스코리아 ETF(티커:EWY)는 개장 전 장외거래에서 전일 대비 4.2% 급락한 54달러에 거래됐다. 이어 장이 열린 후에도 약세를 이어가며 장중 4.4% 이상 밀리는 모양새를 연출했다. 국회에서 계엄 해제 요구안이 가결된 직후 반등세를 보였던 해당 ETF는 낙폭을 일정부분 만회하며 전 거래인 대비 1.6% 하락한 수준에서 거래를 마쳤다.
뉴욕 증시에 상장된 국내 주식 역시 줄줄히 영향을 받았다. 쿠팡은 장 초반 5.5% 이상 급락한 23달러에 거래를 시작했다. KB금융지주의 주식예탁증서(ADR)은 장 초반 전일 대비 4.5% 급락한 65달러선에서 거래됐다. 네이버 자회사인 웹툰엔터테인먼트(네이버웹툰) 역시 4%대 하락세를 보였다.
대표적인 가상화폐인 비트코인은 계엄 선포 직후 장중 전일 대비 2% 이상 급락한 9만3749달러에 거래됐는데, 유동성의 상당부분을 담당하는 국내 투자자들의 투매 때문으로 풀이된다. 국내 거래소인 업비트에서 비트코인 가격은 1억3000만원에서 9300만원으로 한때 25% 이상 급락하기도 했다.
기획재정부는 3일 11시40분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이 회의를 소집해 비상계엄 선포에 따른 금융시장 영향을 점검했다고 발표했다. 이 회의에는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김병환 금융위원장, 이복현 금융감독원장 등이 참석했다.
정부는 금융시장 혼란을 막기 위해 당분간 무제한 유동성을 쏟아붓기로 했다. 한국거래소는 4일 오전 9시 정상적으로 증시를 열겠다고 발표했다. 45년만의 계엄 선언과 국회의 해제 의결로 장외시장 및 해외 증시 한국 관련 주식이 큰 변동성에 노출된 가운데, 이번 사건이 국내 증시 및 자본시장에 미칠 파급 효과에 관심이 모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