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ㆍ보험계열은 모기업 자본확충, 독립계는 M&A 전망
경공매 물량 85%, 정리 지연 우려…내년이 분수령
-
올해 들어 부동산 신탁사들의 적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나면서 업계 전반의 구조조정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모기업의 자본 지원을 받을 수 있는 은행ㆍ보험 계열과 달리, 독립계 신탁사들의 경우 인수합병(M&A)이나 적기시정조치가 불가피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4일 국제 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글로벌과 NICE신용평가는 공동 개최한 세미나를통해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리스크가 향후 1~2년간 비은행권을 중심으로 지속될 것으로 전망했다. 그중에서도 부동산 신탁업계의 경우 은행ㆍ보험 계열사와 독립계 간 양극화가 더욱 심화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다.
현재 국내 신탁사 14곳 중 5개사가 적자를 기록 중이다. 이중 신한자산신탁ㆍKB부동산신탁ㆍ교보자산신탁은 은행 및 대형 보험사 계열로, 모기업의 자본 확충 여력이 충분해 단기 실적 부진에도 안정성은 유지될 것으로 평가됐다. 반면 최근 적기시정조치가 내려진 무궁화신탁을 비롯, 실적이 악화된 독립계 신탁사들은 구조조정이 불가피할 것이란 지적이 제기됐다.
이혁준 NICE신용평가 상무는 "독립계 신탁사들의 경우 규모가 크지 않아 시스템 리스크로 이어질 가능성은 낮다"며 "신탁사들의 실적이 지속 악화될 경우, 당국이 은행이나 대형 금융그룹의 인수합병을 유도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망했다.
지방에 위치한 부동산 PF 사업장의 부실 우려도 신탁사의 유동성 리스크를 확대하고 있다. 서울 중심의 주택가격과 거래량은 반등세를 보이고 있으나, 지방 부동산은 여전히 침체 상태다. 미분양 물량이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고, 준공 후 미분양 등 '악성 미분양' 물량도 증가 추세다.
현재 금융권의 부동산 PF 익스포저 중 '유의' 및 '부실우려' 사업장 규모는 21조원으로, 전체의 9.7% 수준이다. 문제는 이들 부실 우려 사업장의 정리 계획 중 85%가 경매ㆍ공매와 재구조화라는 점이다. 자율매각이나 상각과 달리 이들은 시장 상황에 따라 상당한 시일이 소요될 수 있어 정리 작업이 지연될 가능성이 높다.
김대현 S&P 글로벌 상무는 "PF 리스크가 완전히 해결된 것은 아니라 향후 1~2년간 저축은행과 상호금융권을 중심으로 높은 부동산 리스크가 지속될 것"이라며 "다만 저축은행의 경우 규모가 상대적으로 작고, 상호금융은 중앙회의 재무적 지원이 가능해 은행권으로의 리스크 전이 가능성은 제한적"이라고 분석했다.
금융당국은 이러한 상황을 예의주시하며 대책 마련에 나섰다. 국토교통부와 금융위원회는 다음 달 중 책준형 토지신탁 모범규준을 새로 마련하고, 내년에는 NCR 규제도 재정비할 방침이다. 또한 자기자본 대비 토지신탁 한도를 정하는 규제 도입도 검토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