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만에 이륙하는 '메가 캐리어' 대한항공이 얻을 것과 잃을 것
입력 2024.12.05 07:00
    12월 11일 신주인수계약 마무리 전망
    글로벌 10위권 초대형 항공사 출범
    아시아나 인수로 기사회생한 조원태 회장
    2년 후 통합 추진…LCC 합병도 과제
    PEF·중견기업 뛰어든 LCC 업계 재편 가시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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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국적 항공사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합병이 가시권에 들어왔다. 미국 법무무(DOJ)의 독과점소송을 제기하지 않는다면 오는 11일 대한항공은 아시아나의 신주인수계약 거래를 종결한다. 금호그룹이 아시아나항공 매각을 공식화한지 약 5년만이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합병을 완료하면 수송 규모 기준 세계 10위권 초대형 항공사(mega-carrier)가 탄생한다. 우리나라에선 유일한 대형항공사(FSC)로 자리매김하게 되지만, 향후 각종 규제와 관련한 이슈에서 더욱 엄격한 잣대가 적용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한진그룹은 진에어, 에어부산, 에어서울 등 저비용항공사(LCC) 등을 보유하게 된다. 대명소노그룹을 비롯한 중견기업들, 재무적투자자(FI)들이 보유하고 있는 LCC 업계의 재편 가능성도 슬슬 거론되고 있다.

      돌이켜보면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인수 과정이 순탄하지만은 않았다.

      2019년 4월 산업은행과 금호산업은 아시아나항공 경영권 매각을 결정했다. 삼일회계법인은 회계년도 2018의, 아시아나항공 감사의견 제출을 거절하며 경영난이 수면위로 드러나자, 금호산업과 산업은행은 아시아나항공 매각이란 최후의 수단을 마련했다. 

      M&A 시장에서 희귀한 대형 항공사 매물이 등장하자 다수의 대기업들이 원매자로 거론됐고, 자금력을 갖춘 재무적투자자(FI)들까지 가세하며 경쟁을 예고했다. 그러나 막상 매각 작업의 본격적인 막이 오르자 원매자로 거론됐던 삼성, 현대차, SK, GS, 한화 등은 등장하지 않았고 낮은 수익성과 규제 산업에 대한 부담을 느낀 FI들의 참여도 저조했다.

      종국엔 ▲HDC-미래에셋대우 컨소시엄 ▲애경그룹 ▲KCGI 컨소시엄 등 3곳만이 경쟁 구도를 형성했는데 결국 HDC-미래에셋대우 컨소시엄이 승기를 잡았다. HDC컨소시엄은 인수금액 2조5000억원을 제시해 계약금을 납부했다. 종합부동산회사(디벨로퍼)로 변화를 표방하던 HDC현대산업개발은 모빌리티그룹으로 도약하겠다고 밝혔고, 오락가락한 사업 전략에 그룹의 외부 신용도는 흔들렸다.

      예상치 못한 코로나란 변수는 아시아나항공 경영권의 향방을 모호하게 만들었다. HDC그룹의 실사는 늘어졌고, 긴 줄다리기 끝에 2020년 9월 산업은행은 계약 해지를 통보했다. 계약금을 둘러싼 양측의 소송은 여전히 진행중이다.

      당시 조원태 회장과 행동주의펀드를 표방하는 KCGI는 한진칼의 경영권을 두고 분쟁을 벌이고 있었다. 지난한 분쟁 속에 오너일가는 분열했고, 각 이해관계자들이 이합집산하면서 경영권의 향방도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에 빠졌었다. 당시 조원태 회장은 오너일가로선 이례적으로, 코로나 바이러스의 진원지로 꼽히던 중국 우한(武漢)행 전세기에 오르며 절박함을 드러낸 일화를 만들어 냈다.

      수년 동안 분쟁의 종지부를 찍은 건 산업은행이었다. HDC와 계약 해지 두 달이 채 지나지 않아, 대한항공은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공식화했다. 자금은 산업은행으로부터 지원받기로 했다. 주주연합은 당연히 반발했으나 정부 차원의 확실한 지원 아래 자리를 지키게 된 조원태 회장과의 경쟁구도를 뒤바꾸기엔 역부족이었다.

      각국 경쟁 당국의 승인을 받는 것은 우리나라 정부에서 해결하기 어려운 차원이었다.

      2021년 초부터 대한항공은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위해 각 국가에 기업결합을 신고했고, 우리나라 공정거래위원회는 2021년 말 조건부 승인 결정을 내렸다. 대부분의 국가에선 문제가 부각하지 않았으나 까다로운 조건을 충족해야하는 유럽연합(EU)과 미국 등의 심사 문턱이 가장 높았다.

      2022년 말 미국 법무부는 대한항공의 기업결합 심사를 유예했다. 이듬해 EU는 중간심사 보고서를 통해 여객·화물 부문에 대해 경쟁 제한 우려를 나타냈고, 아시아나항공은 결국 화물사업부를 분리매각을 결정했다. 화물사업부는 에어인천이 기본합의서를 체결했다.

      미국 법무부의 이견 제기가 없으면 '통합' 대한항공이 출범한다. 양사는 향후 2년간 독립적으로 운영할 계획이다.

      일단 각 규제 당국의 문턱을 넘으며 가장 큰 숙제는 해결했으나 실제 통합 작업을 위한 과제가 쌓여있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마일리지를 어떻게 통합할 것인가의 문제는 소비자들과 직접 연관된 이슈다. 회사측은 인위적인 구조조정은 없을 것이란 입장이지만 통폐합 과정에서 조직의 변화 및 인력 재배치는 불가피 할 것으로 보인다.

      대한항공이 국내 유일의 대형항공사로서 앞으로도 꾸준히 규제 당국의 눈치를 보게되는 상황은 지속할 전망이다. 자칫 장기리 노선을 비롯해 수익성 확보를 위한 운임인상 움직임이 나타나면 규제당국과 여론의 반발에 부딪힐 수 있다. 최근엔 우리나라의 정치 리스크가 크게 부각하는 상황이기 때문에, 이제까지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적극 지원한 정부의 향후 스탠스를 가늠하기 어렵다는 점은 변수가 될 수 있다. 

      국내 LCC 재편은 앞으로도 지속할 가능성이 높다.

      대한항공 계열인 진에어, 아시아나항공 계열인 에어부산과 에어서울의 통합 작업이 추진하게 되면, 업계 1위 제주항공을 비롯한 나머지 LCC들의 사업 전략도 수정이 불가피해진다. 물론 대한항공 산하 LCC 통합 과정에선 부산 지역 기업들을 비롯한 주요 주주들과 복잡한 이해관계를 풀어야하는 과제를 비롯해 순탄치만은 않은 작업이 예상된다는 평가도 나온다. 

      사모펀드(PEF) 운용사 VIG파트너스가 보유한 이스타항공, 대명소노그룹이 2대주주로 있는 티웨이항공과, 에어프레미아 등도 LCC 업계의 재편 과정에서 어떤 전략을 취할지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